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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름 나들이

어제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여성병원에 갔다. 아내가 정밀초음파 및 임신당뇨 검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내도 공가를 내고 직장을 하루 쉴 수 있었고, 아내의 진료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아내가 초음파검사를 받는 동안 나는 여성병원 옆 건물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미용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여성병원으로 돌아가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는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해운대에 있는 숙소는 목요일 저녁에 예약을 해 두었다. 우리는 해운대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나마스떼’라는 인도음식집에서 커리를 먹었는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우리는 식사 후에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책을 좀 구경하..

일상 이야기 2016.08.27

2010년 겨울 독서모임 공부자료 02

1. 필립 프랑크(Philipp Frank, 1884-1966) 필립 프랑크는 아버지 이그나츠 프랑크(Ignaz Frank)와 어머니 예니 파일렌도르프(Jenny Feilendorf) 사이에서 태어났다. 필립은 비엔나 대학에서 볼츠만(Boltzmann)의 지도 아래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1907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학창시절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학철학이었다. 나는 매주 목요일 밤에 낡은 비엔나 커피 하우스에서 이루어졌던 학생들의 모임에 참여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물음에 거듭 되돌아오곤 했다. 어떻게 우리는 전통 철학에서 보여지는 애매모호함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서로 요원해진 철학과 과학을 화해시킬 수 있을까? ..

살아있기, 지켜내기

요즘 들어 부쩍 아내는 내 머리의 정수리 부분을 쳐다보면서 자주 걱정을 한다. 머리가 많이 빠져 휑하다는 것이다. 올해 겨울에 태어날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내 머리 중앙이 반들반들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모발을 관리하고 싶지는 않다. 지구 위에서 살아온 지 35년 정도 되었으니, 점점 털도 빠지고 기력도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죽지 않고 잘 살아왔다. 앞으로도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제부터 여름휴가지만,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나는 아침에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동네 도서관에 와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

일상 이야기 2016.08.25

권기헌 등 지음, [정의로운 공공기관 혁신](한언, 2014)을 읽고

지난 번 읽었던 배용수 교수의 [공공기관론]이 개념 중심의 이론서였다면, 권기헌 등 3명의 저자가 저술한 [정의로운 공공기관 혁신]은 우리나라 공공기관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실용서라 할 수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정부가 사회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수, 조직 규모, 예산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증가하고, 그 경영이 민간에 비해서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정부와 공공기관 간의 불공정한 유착관계가 심해진다면, 국민들은 국가에서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을 통해 전국의 도로와 철도를 관리하고, 전력을 공급하며, 해외 무..

과학관 이야기 2016.08.25

2010년 겨울 독서모임 공부자료 01

1. 칼 구스타프 헴펠(Carl Gustav Hempel, 1905-1997) 논리실증주의를 주도했던 인물들 중 한 명이었던 헴펠은 1905년에 독일의 오라니엔부르크(Oranienburg)에서 태어났다. 1982년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헴펠은 리처드 놀런(Richard Nolan)과 인터뷰를 가졌고, 인터뷰 내용은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어 1988년에 최초로 출판되었다. 이 인터뷰는 뒤따르는 헴펠의 일생을 서술하는데 있어 주요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헴펠은 베를린에 있는 레알김나지움(Realgymnasium)에서 공부했고, 1923년에 괴팅겐 대학에 입학한 후 그는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 및 에드문트 란다우(Edmund Landau)와 수학을 공부했으며, 하인리히 베만(Heinrich..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7

7장, 새로운 인공지능 : 행동과학 기반의 로봇공학, 자율적 행위자, 인공적 진화 중앙처리장치가 전체 체계를 통제하고 하부 체계들은 이전에 기록되고 주입된 규칙들과 알고리즘만을 따랐던 고전적 인공지능은, 비록 영역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능력상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인식한 몇몇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이전까지의 기호체계 중심, 중앙 집중식의 인공지능 개념을 탈피하고, 부분적으로는 기호체계/알고리듬을 통해 작동됨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구현된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 계가 점차적이고 창발적으로 지능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개미들 : 집단적 정보 처리에 대한 하나의 모형 더글러스 호프스태터(Hofstad..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6

6장, 탈코드화 된 한 쌍 : 인공지능과 인지과학 미첼(Mitchell)은 인간 행동에 대한 동역학적 접근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동역학적 접근과 정보처리 과정을 결합할 경우 새로운 기능 혹은 새로운 적응의 면모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역학적 접근 방식과 정보처리 과정이 전혀 별개인 것은 아니다. 프란시스코 바렐라(Francisco Varela)는 인지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지 과정을 통해서 세계가 구성된다고 보았다. 즉, 인지는 세계 속에 늘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상반된 두 시각, 즉 지능은 상징적인 체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지능은 분산된 연결망 구조를 통해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

르누아르, [테크노 휴머니즘: 사이보그를 위한 진혼곡] 요약 정리

도나 해러웨이가 우리는 이미 싸이보그가 되었다는 “싸이보그 선언”을 1980년대 중반에 발표한 이후,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포스트 휴먼 시대에, 즉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더 이상 분명하지 않으며 인간과 기계가 서로 공진화(coevolution)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티모시 르누아르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해러웨이의 ‘선언’이 예언한 포스트 휴먼 시대의 풍경들이 우리 세대에 이르러 어떻게 실현되었는지를 여러 사례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는 이른바 테크노 휴머니즘 즉 기술 시대의 인문주의를 위해서 일반인들 또한 적극적으로 기술적 세계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해러웨이와 유사하게 캐서린 헤일즈 또한 ‘포스트 휴먼 시대에는 신체로 존재하는 것과 컴퓨터 본뜨기 사이에..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5

5장: 디지털 진화와 복잡성의 출현 전 장에서 우리는 세포자동자, 인공생명, 자체생성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것이 어떻게 기계적 생명과 연관될 수 있을까?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적 세계를 구성하고, 그 세계 속에서 성장하고 번식하며 진화하는 디지털 유기체를 제작하려는 노력이 뒤를 이었다. 비록 그것이 컴퓨터 속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실제 생물계와 유사한 가상적 세계 속에서 디지털 유기체가 마치 생명이 보이는 것과 같은 복잡한 적응계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 유기체 또한 일종의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유기체의 존재는 반드시 컴퓨터로 조성된 가상 세계에 국한되는 것일까? 실제 세계에서의 생명체와 가상 세계에서의 생명체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게 제시될 수 있는 것일까? 존스턴은 이..

카테고리 없음 2016.08.19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4

4장 : 살아있는 세포들- 세포 자동자, 인공생명, 자체생성성(Autopoiesis) 기계가 자체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기계의 자체 재생산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기계의 자체 재생산은 몇 가지의 기본적인 규칙들에 의해서 완벽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만약 아니라면, 기계의 자체 재생산은 단순한 규칙들에 의해 지배되는 소규모의 기계들이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결합한 결과로, 그러한 집합적인 움직임의 결과로 갑작스럽게 출현(emergence)하는 것일까? 그러한 방식으로 기계들의 집합체가 스스로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생명의 자체 재생산 또한 기계들 속에서 보여지는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우리들이 대량의 기계들을 비선형적으로 접속시켜서 자체 재생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