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7

강형구 2016. 8. 24. 07:15

 

 

7, 새로운 인공지능 : 행동과학 기반의 로봇공학, 자율적 행위자, 인공적 진화

  

   중앙처리장치가 전체 체계를 통제하고 하부 체계들은 이전에 기록되고 주입된 규칙들과 알고리즘만을 따랐던 고전적 인공지능은, 비록 영역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능력상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인식한 몇몇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이전까지의 기호체계 중심, 중앙 집중식의 인공지능 개념을 탈피하고, 부분적으로는 기호체계/알고리듬을 통해 작동됨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구현된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 계가 점차적이고 창발적으로 지능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지능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개미들 : 집단적 정보 처리에 대한 하나의 모형

  

   더글러스 호프스태터(Hofstadter)의 경우 단순히 미리 정해진 규칙들 혹은 지침들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수동적 상징개념과 대비되는 능동적 상징개념을 그의 책괴델, 에셔, 바흐에서 제시한 바 있다. 호프스태터는 능동적 상징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흰개미 집단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흰개미 군집을 이루는 개미 하나 하나는 아주 단순한 업무들만을 처리하며, 이 개미들에게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개미들 전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개미 군집은 마치 지능과 의식을 가진 존재와도 같은 지능적 행동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호프스태터는 인간의 마음 또한 이와 같아서, 비록 하부의식이 부분적이고 다수의 수동적인 계산 절차들로 구성되어있다 하더라도, 이 하부의식들이 서로 복잡하게 결합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능동적 상징인 의식이 출현 혹은 창발한다고 보았다.

  

   세계를 인지하는(Merkwelten) 로봇

  

   고전적 인공지능의 또다른 한계는 그것이 단순히 실리콘 안에서만 기능하고 작동했다는 데에, 따라서 그것이 실제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세계의 특정 부분들(이미지, 소리, 거리, 충격 등)을 지각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러한 지각을 통해 획득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로봇들을 구성한다. 비록 제한적인 인공 환경 내에서 작동하지만, 로봇들은 실제 세계 안을 움직이면서 어떤 지점에 무슨 장애물이 있는지, 장애물은 어떤 시각적 형태를 띠고 있는지, 세계 안에 다른 로봇들이 몇 대 있는지 등등을 확인하고 끊임없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 로봇들이 상황 속에서(situated) 체화되었다(embodied)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로봇이 실제 세계를 지각하고 이 세계 속에서 움직이며 다른 로봇들과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 결과, 로봇들은 처음에 수동적으로 주입된 기능들을 초과하는 복잡한 행동들을 보이게 된다. 또한 이러한 발견은 이후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구성하려는 시도를 불러 일으킨다.

  

    인공생명 이후의 인공지능

  

   ‘아래에서부터 위로라는 기치를 건 인공생명의 작업은 이전까지의 고전적 인공지능이 변화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더 이상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서만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모든 가능한 작동들(활동들)을 기호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의 인공지능 연구 대신, 몇몇 특정한 기능들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이러한 기능들을 결합시킨 로봇이 세계 및 다른 로봇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점차적으로 더 복잡한 행동을 나타내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시켰다. 이렇듯 행동에 기반한인공지능의 연구자들은, 어떠한 생태적 환경 속에서 어떤 기능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 해야지만 로봇들 사이에서 복잡성이 출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낮은 차원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지능적 요소가 높은 차원에서 비로소 구현될 수 있을 것이었다.

  

   동역학적 체계에서의 자율적 행위자들 / 진화론적 로봇공학

  

   인공생명의 연구 성과를 참조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점은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서가 아니라,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동역학적 체계 안에서 자율적으로 행위하는 행위자들을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의 주된 목표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가 동역학적 체계 안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자율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 연구에 진화론적 관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세계 속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기초 기제들을 통해 여러 종류의 로봇들을 구성한 후, 이 로봇들을 세계 속에서 구현했을 때 특정한 종류의 로봇은 세계 속에서 움직이는 데 상대적인 성공을 거둔 반면 다른 종류의 로봇은 상대적인 실패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로봇들은 이제 세계 속에서 시간의 경과를 통해 적응할 뿐만 아니라, 다른 로봇들과의 상호작용 및 경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swarm) 기계들

  

   무리 기계란 곤충 집단을 본따 만든 기계를 뜻한다. 곤충 집단의 경우 병렬적으로 분산해서 작동하는 부분들의 조합이 전체적으로는 고도로 지능적인 활동을 보여주며, 이러한 곤충 집단의 특성을 기계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기계들을 만드는 연구자들은 인간의 지성 또한 사회적으로 구성된 결과라고 생각하며, 무리 기계가 보여주는 지능적 특성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다.

 

8, 신경과학으로부터의 교훈 : 지능적 기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의 새로운 관점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고전적인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방식이 한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에 반하는 아래로부터 위로의 방식 또한 인간이 보여주는 고도의 지적인 활동을 구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위도 아니고 아래도 아닌 중간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접근 방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신경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존스턴의 생각이다.

  

   모듈적(단위적)인 마음과 뇌

  

   신경과학에서는 마음과 뇌가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적인 모듈들(modules)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본다. 또한 신경과학적 관점에서의 진화의 단위는 다름 아닌 이러한 모듈들이다. 각각의 독자적인 특성들을 가진 모듈들 중 일부가 생존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방식으로 현재 인간의 마음이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화적이고 모듈적인 관점에 입각해서 마음을 바라볼 경우 우리는 인간의 언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많은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언어는 인간이 진화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을 했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고도로 발달한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구성하는 부분적인 모듈들이 상호적인 진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발전시킨 하나의 결과물이다.

  

   대뇌의 신피질(neocortex) : 기억-예측 체계

  

   인간의 대뇌 피질은 인간의 고등적인 정신 능력을 전담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우리가 이와 같은 대뇌의 신피질을 일종의 기억-예측 체계로 이해한다면,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두뇌 또한 일종의 동역학적 기억 체계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뇌를 진정으로 모사하기 위해서는 뇌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물리적인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회로는 두뇌를 구성하는 회로와 물리적으로 다르며, 이러한 물리적인 차이가 컴퓨터의 연산 방식과 두뇌의 연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르게끔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기 안드로이드(Android)에게서 출현하는 지능

  

   그란드(Grand)는 처음부터 기계로부터 인간 수준의 지능이 출현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는 기계로부터 포유류 수준의 지능이 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때 그가 사용하는 방식은 위에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방식이다. 그는 최대한 기계의 물리적 구조를 인간의 그것과 유사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기계가 오랜 시간 동안 동작하면서 외부 사물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학습능력을 갖추고, 궁극적으로는 기계가 지능적인 활동을 나타내게끔 유도하는 것이 그란드의 의도이다. 물론 우리는 인간의 신경망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기계를 본뜰(simulate) 수는 없지만, 낮은 차원의 본뜨기들이 잘 결합할 경우 높은 차원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지능이 탄생할 것이라는 것이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핵심적인 가설이자 전제이다.

  

   결론 : 로봇들 사이에서의 의사소통과 자기 모형화

  

   만약 인간과 유사한 물리적 구조를 통해 구성된, 아래로부터 위로의 과정을 통해 일정한 시간을 거치며 학습하고 진화해 온 자율적인 행위자인 기계가 존재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러한 기계가 자신의 후손을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다른 기계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는 능력조차 갖게 된다면, 과연 그러한 기계를 인간과 구분지어 주는 뚜렷하고 명쾌한 경계선이 존재할까? 그리고 그러한 기계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영역이 점차적으로 넓어지고, 인간 종과 기계 종이 서로 공진화하는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면, 그 때에도 우리는 기계를 단순히 인간의 도구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관점의 인공생명, 인공지능 논의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실천들이 병행되면서, 앞으로 인간에게 지능적 기계라는 새로운 종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행사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