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세기 경험주의를 대표하는 과학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가 1938년에 출판한 [경험과 예측]을 번역하여 최근 출판사에 넘겼다. 돌이켜보면 내가 라이헨바흐의 저술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2004년부터 시작했다. 어느덧 20년 정도가 지난 셈이다. 지금 나는 그의 유고작인 [시간의 방향]을 번역하고 있다. 한 명의 과학철학자의 여러 저술을 계속 번역하는 일은 과학철학계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철학계에서는 비슷한 일들을 종종 찾을 수 있다. 나는 철학과를 졸업했으므로, 특히 칸트 연구자이신 백종현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므로, 이런 식의 연구 작업이 어색하지 않다. 동시대의 과학 지식에 대한 아주 정확한 이해를 갖춘 철학적 정신은 꼭 필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