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123

인공지능 시대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철학하기

최근 몇 개월 동안에 나는 자신의 비교 대상에 ‘인공지능’을 포함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과연 나는 몇몇 질문들에 대해 내가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난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묻고, 특정한 텍스트를 내가 인공지능보다 더 잘 번역할 수 있을지 묻는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몇 회 거듭한 결과, 이런 질문을 하고 비교를 하는 것이 나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인공지능은 인간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이제 인간은 본격적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을 상당 부분 인공지능이 대신 하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변할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인간답게 잘 살아갈 것인지의 문제다. 나는 박사..

글 쓰는 훈련

학위기에 보면 나의 전공은 ‘과학사 및 과학철학’이라고 쓰여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나의 전공은 ‘과학철학’이지만, 사실 과학사 없이 과학철학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여기서도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학에는 역사학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통찰이 있고, 이런 ‘역사적’ 통찰은 ‘철학적’ 통찰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과학철학은 과학사를 핵심적인 자원으로 삼아 ‘철학’을 하는 학문적 작업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학사에도 대칭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과학사 전체를 관통하여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철학적 관점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철학이 되지는 않는다. 역사에는 철학과는 차별화되는 고유의 서술 방식과 이에 수반되는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철학 연구자인 내가 과학철학을 연구..

연구자의 삶

2023년 3월 기준으로 나는 박사학위(이학박사, 과학철학 전공)를 가지고 있으며 국립과학관의 선임연구원이자 국립대학교의 강사이다. 최근인 2월 말에 나는 2개의 철학 학술지에 학술논문을 새로 게재했다. 이렇듯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취득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로서의 기본적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런 나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면 박사학위는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조금씩 연구자가 되는 준비를 하게 되는 셈이다. 나 자신의 기본적인 정체성을 연구자로서 정립하였으므로, 나는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연구자의 그것으로 조금씩 바꾸고 있다. 나는 10년 동안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직장인의 삶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 직장인의 삶의 ..

마지막 졸업식

서울이 아닌 대구에 사는 나로서는 내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하는 일이 일종의 ‘업무’로 여겨졌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행 준비를 한 후 오전 9시쯤 서울로 출발했다. 부지런히 차를 운전하여 학교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조금 안 된 시각. 곧장 학과 행정실에 가서 학위기와 축하패를 받고 학위복 대여 신청 서류에 사인받은 후,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논문을 한 부씩 드렸다. 마침 이날 연구실에 나와 있던 과학철학 전공자들에게도 인사와 함께 논문을 한 부씩 전달했다. 학위복을 대여해서 입은 후 신속하게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학위복을 반납하고 식당 ‘두레미담’에서 식사를 오후 2시 정도에 시작했으니, 내 마지막 졸업 절차를 대략 1시간 만에 간단하게 끝낸 셈이다. 오래간만에 ..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거라 본다. 그러나 자신의 논문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갖은 고생을 하면서 쓴 논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준을 들이대면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논문이겠지만, 나 스스로 나의 학사 및 석사학위 논문을 생각하면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그간의 내 과학철학 연구를 집약한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졸업이다. 신신애의 노랫말 중에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정확히 그 노랫말처럼, 내가 잘난 연구자든 못난 연구자든 상관없이 나는 과학철학 연구자다. 내 논문이 좋은 논문이든 평범한 논문이든 상관없이, 이제 내가 연구자로서 박사..

늦깎이 신진 과학철학 연구자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고민 없이 이렇게 답한다. “저는 과학철학 연구자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9편의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고(단독 저자 7편), 7권의 과학철학 관련 책을 번역했다. 1편의 학술논문은 학술지 게재 확정이 되었으며, 1편의 학술논문은 현재 학술지 게재 여부를 심사 중이다. 그리고 2023년 2월 24일이 되면 나는 공식적으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매년 2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1권 이상의 과학철학 저술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꾸준하게 계속 학술 활동을 하여 내 전공 분야에서 충분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 연구자로서 나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국내의 과..

서울대학교 이학박사 학위논문을 제출하는 심정

나는 아직도 내가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실감이 나지 않으며 다소 어리둥절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안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은 내가 최초이다. 서울대학교에 학부생으로 입학한 것(2001년) 역시 우리 집안에서 내가 최초였다. 최초라는 것에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의외’라는 의미도 있다. 가족 중에서는 계속 학문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주변에 상의할 사람도 딱히 없이 우리 집안에서 계속 학문 연구를 해왔다. 적절한 조언자나 역할 모델이 있었다면 모를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학문의 길을 걸어왔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나는 학부를 정확히 4년 만에 졸업했지만, 졸업 후 곧바로 석사과정에 진학..

연구자로 거듭나기로 다짐함

박사학위 논문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3년 2월 6일까지 제출이며, 이번에 제출하면 앞으로 이 논문을 수정할 수 없다. 과학철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계속 간헐적으로 나의 학위논문을 검색하여 살펴볼 것이다. 객관적인 수준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학위논문을 썼다. 그리고 내 학위논문의 서론(1장)과 결론(8장)을 제외한 모든 장의 내용은 이미 국내의 철학 학술지(KCI 등재지)에 게재된 바 있다. 나는 적어도 나의 학위논문이 박사학위 논문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믿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학부 시절이 많이 후회된다. 만약 과학철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그때부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운이 좋게..

과학철학 연구자로 살아가기

과학철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과학철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이에 관한 설명을 찾을 수 있고, 과학철학을 전공한 교수님들께서 우리나라 대학 곳곳에 자리를 잡고 계신다. 대학들에서는 과학철학 강의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고, 과학철학 관련 책을 시중의 서점들에서 살 수 있으며, 과학철학 관련 각종 교양 강의와 특강 역시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과학철학’은 우리 사회에 잘 자리 잡은 사회적인 현상이며 그 존재를 부정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과학철학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며 자신만의 훈련을 수행해야 한다. 기준을 너무 높게 세울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재능을 타고나..

독립적인 과학철학 연구자

나는 나 자신을 독립적인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생각한다. 왜 과학철학인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나는 아이였던 시절부터 자연경관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것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되고자 했다. 나는 중학교 시절 공부를 곧잘 했기 때문에 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내가 살던 도시인 부산에 설립되어 있던 부산과학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과학고등학교의 수업에서 나는 내가 바랐던 과학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는 도서관 혹은 다른 친구들의 책꽂이에서 찾은 ‘과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만족감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자퇴원을 내고 학교에서 나왔다. 나는 부산 시내의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