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교육 공무원인 과학철학자로서의 마음가짐

강형구 2024. 3. 2. 11:13

   

   어제인 2024. 3. 1.부터 나는 대한민국의 교육 공무원으로서 일하게 되었다. 내 나이 마흔 셋(연 나이로는 42세)의 일이다. 물론 나는 국립대학교에 소속된 교수이긴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교수’라는 이름보다는 ‘교육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자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고등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등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초․중․고등학교(중등 교육)가 아닌 대학교이며, 그중에서도 나는 사립대학교가 아닌 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행정’ 업무가 아닌 ‘교수’ 업무를 하게 된 것이다.

 

   우선 나는 나의 행운에 너무나 감사한다. 왜냐하면 나는 박사과정을 거쳐 계속 대학에서 강의 및 연구 경력을 이어오지 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강의 및 연구의 측면에서 나는 아직 상당히 부족하다. 이제 나는 전적으로 대학에 소속된 교원이 되었으므로, 좀 더 연습하고 훈련한다는 생각으로 강의와 연구에 임하려 한다. 요즘 들어 거듭 생각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교수와 관련한 경력을 쌓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교수가 되는 길이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나 또한 십분 인정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어려움을 묵묵하게 버텨내는 사람이 끝내 바람직한 교수가 된다.

 

   그리고 나는 국립목포대학교에 부임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특히 목포대학교에 철학과가 없어서 더욱 그러하다. 나는 목포대학교에서 재직하는 교수 중 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유일한 교수로서, 철학 연구와 교육의 전통을 목포대학교에서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렇기에 새삼스레 예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들을 떠올리게 된다. 조인래 교수님, 백종현 교수님, 김기현 교수님, 강진호 교수님 등. 우리나라 철학 연구 전통의 계승자로서 선배 교수님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철학과가 점차 폐지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철학 전공자로서의 나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학기술철학을 전공한 철학자다. 주로 과학기술을 그 대상으로 삼아 성찰하는 사람이다. 분명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을 위해 그 역사를 들여다보기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정체성은 과학기술자도 아니고 역사가도 아닌 ‘철학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학생들에게 ‘철학’하는 법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목포대학교에서 나를 채용한 것도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지 ‘과학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나는 철학자인데 마치 철학자가 아닌 것처럼 학생을 가르친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한국장학재단과 국립대구과학관에서의 나의 정체성이 일반적인 직장인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진정 철학자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요약하면 나는 교육 공무원으로서의 철학자이다. 국립대학교라는 정부의 기관에 소속되어 공적으로 활동하는 공인(公人)이다. 당연히 철학자는 아무런 소속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러한 자유로운 철학자가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고등 교육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복무하는 공적인 철학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교수’라는 개념어보다는 ‘교육 공무원’ 및 ‘공인으로서의 철학자’라는 개념어에 더 무게를 준다. 무엇보다도 나는 공인이기에 청렴하고 성실하게 나의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 교육 공무원이자 과학철학자로서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해 준 나의 운명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이제 나는 남은 삶 동안 내게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