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68

부산에서

부산은 1982년생인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다. 나의 아버지는 경상북도 성주, 나의 어머니는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나셨고, 나의 본적은 아버지를 따라 경상북도 성주로 되어 있다. 나의 아버지는 차남이셨다. 장남이었던 큰아버지는 군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하신 후 대구의 농협에 취직하셨는데, 나의 아버지는 큰아버지와 달리 대구가 아닌 부산으로 내려와 의류도매업을 시작하셨다. 그 시절 아버지는 부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시던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셨다.    내가 4살 혹은 5살 경에 우리 가족은 부산 동래구 명륜동으로 이사왔다. 마당이 딸려 있고 여전히 연탄으로 난방하던 집 한 채를 아버지께서 구매하신 것이다. 화장실도 본채 밖에 따로 있는..

일상 이야기 2025.01.29

구미에서

나의 처가는 구미에 있다. 이번 설 연휴가 제법 길어 우리 가족은 본가인 부산에 가기 전에 처가인 구미에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구미라는 지역은 나에게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곳이다. 오래전에 작은 이모네가 구미에 살았고 우리 가족은 종종 작은 이모네를 방문하기 위해 구미에 들렀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장모님을 뵈러 구미에 찾아왔던 예전의 그날이 기억난다. 그때 내게는 승용차가 없었으므로 시외버스를 타고 구미 터미널에 도착했다. 장모님을 처음 뵙던 날 어떤 한정식 식당에서 식사했다. 식사 이후에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방문해서 둘러보고 왔다.    내가 2014년 5월 말에 결혼했으니,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다. 구미는 제법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 특히 금오산이 좋다. 금오산에는 금..

일상 이야기 2025.01.26

한국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 발표 후

어제인 2025년 1월 23일, 나는 국립공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아인슈타인의 ‘등가 원리 사고실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1월 22일, 23일 양일간 열렸다. 나는 학술대회 발표 준비를 위해 2024년 2학기가 끝난 후 내내 관련 문헌들을 읽고 연구하며 시간을 보냈다. 발표를 위한 발표문을 A4용지 10장 내외의 분량으로 작성한 후, 그 내용을 다시 PPT 자료로 정리했다. 발표문을 쓰는 일은 고통스럽고 동시에 행복했다. 결국 글 한 편이 나왔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발표도 썩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청중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아직 과학교육학회의 전반적 발표 기조와 내 발표 사이에 약간의 어긋남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앞으로 계속 노력해서 조금씩 맞춰 나가..

일상 이야기 2025.01.24

자유로운 마음으로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일까? 세속적인 여러 성공 기준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아이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세상 속에서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을 갖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라는 교육과정을 거치며 대학교를 졸업할 때 세상에서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와 학벌이 중요한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물론 나는 학교와 학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 사람이 졸업한 학교(혹은 학벌)와 그 사람의 인성 및 업무 능력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결과주의적 관점을 취하기로 했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든 상관없다. 과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잘 해내는지만을 본다.    그렇게..

일상 이야기 2025.01.19

침착하고 겸손한 행보

나는 2024년 1학기와 2학기에 국립목포대학교에서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를 했다. 그 이전에는 대구과학고등학교와 경상국립대학교에서 강사의 자격으로 교육했는데, 확실히 강사와 교수 사이에는 입장의 차이가 있었다.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교수법 관련하여 향후 나 자신을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수업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고, 학생들이 좀 더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즉, 나 자신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메타적으로 바라보고 부족한 부분을 교정해 나가려 한다.    겨울 방학이라고 해서 딱히 더 여유롭지는 않다. 나는 1월 22일, 23일에 진행되는 한국과학..

일상 이야기 2025.01.15

역사의 도구

한스 라이헨바흐의 저작 [시간의 방향] 번역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늦어도 2025년 2월까지는 초벌 번역이 완료될 것이고, 2025년 6월까지 출판사에 제출할 경우 올해 안에 출판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쓴 [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의 번역 원고는 2025년 1월 말까지 출판사에 보내기로 했다. 내가 번역한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까? 그런데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의미 있는 책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책이라는 형태로 출판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에만 의의를 두기 때문이다. 하긴, 어머니께서는 제발 베스트셀러가 될 책을 골라서 번역하라고 농담조로 말씀하시긴 한다.    나는 철학적 관심과 과학적 관심을 둘 다 갖고 있다. 이건 내가 생각할 때 우연한 일이..

일상 이야기 2025.01.12

철학적 전통 속에서 이를 이어나감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철학적인 인간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계속 책을 읽었고 생각했으며 글을 썼다. 그런데 내가 철학적 인간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철학적 인간이 수학을 비롯한 인간의 자연과학적 지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고, 당시 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물리학자가 되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배우며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수학과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철학적 인간이지, 전문적인 수학자와 과학자가 될 사람은 아니었다.    흥미로운 것은, 나는 아주 진지한 사람이지만 아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 공부를 잘해서 시험 성적을 잘 받는 친구들은 따로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질 수 없었다. 경..

일상 이야기 2025.01.08

이제는 아이들의 시간

한 개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일종의 투쟁이다. 개인의 관점에서 세상은 늘 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나타난다. 한편으로 개인은 세상 혹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고 공동체의 제도적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가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개인은 공동체가 마련한 제도 속에서 늘 경쟁과 투쟁을 벌이며 살아간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다수의 학생은 우리 사회의 주어진 입시 제도 내에서 서로 경쟁과 투쟁을 벌인다. 대학에 입학하면 졸업 후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위한 경쟁을 시작한다. 취업하면? 결혼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조직에서 더 높은 지위로 나아가기 위해 경쟁하고 투쟁한다.    나 역시 이런 투쟁을 피할 수 없었다. 돌아보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우리 사회의 입시 제도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투쟁했고, ..

일상 이야기 2025.01.05

천천히 나의 길을 걸어간다

우리 집안에서 대학교수가 된 사례는 내가 처음이다. 그렇다고 나는 내가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교수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했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나의 아이들 역시 나처럼 공부하는 것을 좋아할까? 나는 이를 크게 바라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제각각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있으며,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굳이 그 일이 공부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서울대학교와 같이 국내에서 매우 유명한 대학의 과학철학 교수였다면 나는 나의 역할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과학철학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다. 백종현 교수님이 칸트 철학 연구의 화신이었다면..

한 명의 선비로서 산다는 것

아무리 서양의 문물 속에서 산다고 해도 동양이자 한국의 사람이 서양 사람이 되겠느냐. 내 속에는 내가 부정할 수 없는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내가 태어나서 그 속에서 자란 나의 나라 대한민국,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규칙적 질서 속에서 어떤 종류의 말 역할을 하고 있느냐.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떤 종류의 삶을 꿈꾸고 추구했으며, 지금 나는 어떤 위치에 와 있느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어린 학생이던 시절부터 지향했던 삶은 ‘지조 있는 선비의 삶’이었다. 나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학문을 깊이 탐구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는 싶었지만, 과거 시험에 급제한 후 승승장구하여 장관이 되거나 장군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일상 이야기 202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