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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라이헨바흐와 20세기 경험주의 과학철학(2)

이번 주 주말(1월 14일)까지 출판사에 책의 제목과 목차를 보내야 하므로, 이번 글은 그와 같은 실용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춰 쓰려고 한다. 책 제목은 “한스 라이헨바흐와 20세기 경험주의 과학철학”이다. 그러면 이 책의 핵심 키워드 10개는 무엇으로 선정해야 할까? ① 20세기 이전의 과학철학 – 경험주의(흄)와 이성주의(칸트) ② 상대성 이론과 시간 및 공간의 문제 ③ 통계 물리학과 확률 개념의 문제 ④ 양자역학과 과학언어의 논리 문제 ⑤ 상대화된 선험 : 구성인가 규약인가? ⑥ 과학적 지식 속 규약과 경험의 역할 ⑦ 과학적 지식의 변화와 정당화 ⑧ 과학철학자와 과학자의 관계 : 라이헨바흐-아인슈타인 사례 ⑨ 20세기 경험주의 과학철학에 대한 비판들 ⑩ 21세기 : 경험주의 과학철학의 부활? 대략 이..

두 지도교수님과의 신년 하례식

어제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첫째 아이를 차에 태워 등교(겨울방학 중 돌봄교실)시킨 후, 김천구미역으로 가서 KTX 열차를 탔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강남역으로 이동, 과학철학 전공 대학원생 3명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대략 5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이 시간에 나는 대학원생들에게 최대한 졸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요령을 전달하려고 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바람직한 경로를 따라 성공한 선배는 아니다. 그래도 무사히 졸업을 했고 현재 조금이나마 전공을 살려서 직장에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평균 정도의 성과를 얻은 선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철학 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들과의 즐거운 시간 이후, 역시 강남역 근처에 있는 한 우동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들어가니 이미 전 ..

일상 이야기 2024.01.10

한스 라이헨바흐와 20세기 경험주의 과학철학(1)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먼저 밝힌다. 나의 블로그를 몇 번 찾아오신 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나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못 된다. 생각나는 대로 약간 즉흥적이고 두서없이 글을 쓰는 편이므로, 이를 감안하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또한 하나 더 이야기할 것이 있다. 나는 나의 철학적 아이디어의 우선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런 우선권을 고집한다면, 나의 아이디어를 블로그에 쓰지도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나의 글들에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것을 자유롭게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시면 된다. 그 분은 그 분의 글을 쓰는 것이고, 나는 나의 글을 쓰는 것이다. 나와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사이의 인연은 퍽 오래되었다. 나는 2014년에 ..

새해라는 상징

매년 1월 1일 새벽이 되면, 부산에 살고 있던 우리 가족은 동해안으로 이동하여 떠오르는 태양을 보곤 했다. 부모님과 누나와 나는 새벽 5시 전후로 일어나 약간의 먹을거리를 챙긴 후 승용차를 타고 동해안인 칠암방파제 근처로 이동해서 30분쯤 기다렸다가 바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렇게 우리 가족은 매년 새해를 기념했고, 이후 칠암 근처에 있는 절인 장안사를 찾아 부처님께 인사드린 후, 자주 찾아가는 칼국수 집에 들러 칼국수와 두부를 아침으로 먹곤 했다. 누나와 내가 결혼을 한 후에는 우리 가족의 이런 전통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러나 올해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내려가 이 전통을 지켰다. 예전에는 아버지께서 운전하셨지만, 올해에는 내가..

일상 이야기 2024.01.01

2023년 결산, 2024년 계획

방금 2023년 2학기 수업의 성적 입력을 끝냈다. 이제부터 진정한 연말 휴가가 시작된다. 학생들이 성적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회사에서 일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느라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 예전에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는 대상포진(帶狀疱疹)이 연말에 내게 찾아왔다. 그래도 그 정도가 예전보다는 심하지 않아, 금방 건강을 회복할 듯하다. 돌아보면 참으로 2023년을 바쁘게 보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사학위를 끝냈다는 것이다. 2023년 2월에 겨우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에는 직장에 복직하기 전까지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 번역에 주력했다. 초벌 번역을 끝낸 후 출판사에 원고를 넘길 수 있었다. 한국과학철학회 연례..

일상 이야기 2023.12.29

조용하고 복된 성탄

며칠 전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뭐 하세요? 무슨 특별한 계획 있으세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이 물음들에 대해 나는 단순하게 대답했다. 다른 계획은 없습니다.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는 게 전부입니다. 사실 예배를 드리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예배드리면서 느끼는 감사함의 감정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물질적인 선물은, 받으면 좋기는 하지만 안 받아도 그만인 그런 선물입니다. 성탄절 예배 끝나고 집 근처 장난감 가게에 가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소박하게 사 주려 합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나를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생각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절에 자주 다녔다. 한국의 승려들에 관한 이야기책도 자주 ..

일상 이야기 2023.12.25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존경하되 추종하지는 말라. 언제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다. 설혹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혹은 어떤 이상이나 신념을 위해 나를 희생하거나 헌신하더라도, 그러한 희생 혹은 헌신은 철저히 자기 자신의 이해와 의지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가 축구선수라면 내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열심히 꾸준히 계속 축구하면 되고, 내가 과학철학 연구자라면 내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열심히 꾸준히 계속 나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과학철학 연구를 하면 된다. 물론 이때 유의해야 하는 것은 편협하거나 권위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조언과 충고는 ..

일상 이야기 2023.12.21

실용주의적 관점

나는 평소 여러 가지 상황을 대할 때 미시적이고 국소적인 관점을 취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나라는 사람을 나의 가족이란 특수하고 국소적인 환경에서 등장한 산물이라고 본다. 나는 1982년에 태어난 이후로 나의 가족이란 환경에서 적응하고 투쟁하면서 지금까지 내 인생의 각 단계를 거쳐 왔다. 내가 다녔던 청운 유아원, 명륜 유치원, 명륜 초등학교, 동해 중학교는 내 삶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부산과학고등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철저히 한국적인 교육제도 아래에서 특정한 집단에 속해왔고, 그 집단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 삶을 형성해 왔다. 매 단계에서 나는 내가 속한 집단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며 나의 삶을 운영했다. 부산과학고등학교에서 자퇴했다는 것은 한국적 교육제도 아래에서의 ..

일상 이야기 2023.12.18

늘면 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는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라.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이다. 일단 그 일을 해봐야 내가 상상했던 것과 실제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해보지 않으면 계속 그 일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해보지 않으면 그 일을 내가 잘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그 일을 해봐야 한다. 너무 고민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 일에 대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해보면, 사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과학철학이라면 실질..

일상 이야기 2023.12.14

사람에게는 각자 할 일이 있을 뿐

올해의 경우 첫째 지윤의 생일과 아버지의 생신이 비슷한 시기로 겹쳤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지난 금요일 나와 아내의 퇴근 이후 짐을 꾸려 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금요일 밤 10시쯤 부산 명륜동 집에 도착했다. 부산에 내려가면 부모님께서 아이들 특히 둘째와 셋째를 잘 봐주시기 때문에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편이다. 나는 이미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 넘었지만, 부모님에게 나는 언제까지나 책상물림인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이다. 부산에만 가면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배려를 받는 사람이 된다. 애들은 우리가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고 오너라. 어머니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특히 어머니가 내게 그러셨다.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너는 그냥 공부하거라.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

일상 이야기 202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