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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성찰하는 시간

나는 종종 내가 왜 과학철학을 하게 되었는지를 잊지 않으려 애쓴다. 학생 시절 나는 수학과 물리학이 좋았는데, 왜냐하면 수학을 언어로 삼은 물리학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믿을 만한 설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수학과 물리학의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한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은 것이 수학사, 물리학사에 관한 책이었다. 그렇게 역사를 읽다 보니 사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철학’이라는 학문에 입문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과학철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어버렸다. ‘과학철학’이라는 철학의 한 분야가 있고, 이 분야에 관련한 교과서적인 책들 또..

교수로서의 삶에 조금씩 적응함

만약 내가 국립목포대학교의 교수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올해 3월부터 대학교수가 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삶을 시작했고, 어느덧 두 번째 학기를 진행하고 있다.    나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내가 대학교수가 된 것 역시도 비교적 합리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나의 역량에 적합한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내가 철학과가 아닌 교양학부에서 가르치게 된 것, 국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국립대학교인 국립목포대학교에서 일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내가 목포대학교에 부임한 이상, 목포대학교의 교양교육 운영과 과학철학 교육을 위해 긍정적으로 공헌하는 것이 ..

삶을 단순화하기

나는 평소에 아침 일찍 일어난다.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남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일찍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계속 해 나간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집안일을 하고, 나 혼자 있을 때는 대부분 학교 연구실에 간다. 연구실에 있으면 가끔 쉬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계속 무엇인가를 하게 만든다. 수업을 준비하고, 책을 읽고, 논문을 읽는다. 그렇게 나는 나라는 사회적 존재가 해야 하는 일을 끊임없이 한다. 그렇게 계속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이 많다. 지난 학기보다 5학점이나 수업을 더 많이 한다(14학점, 6과목). 그래서 아직은 수업 준비로 바쁘다. 이번 주만 지나면 좀 더 적응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번역도 꾸준히 해야 한다. ..

일상 이야기 2024.09.11

돌이킬 수 없는 현재의 연속

나는 2024년 2학기에 총 6개의 수업 중 ‘철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수업을 2개 진행한다. ‘과학철학의 이해’, ‘현대철학’이 그것이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20년 전 나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평범한 한 명의 학생일 뿐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대학에서 철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그 20년 동안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게 명확하지 않았고 불안했던 나의 대학 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의 나의 형편은 훨씬 나아진 편이리라. 나는 그에 대해 감사 또 감사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하나의 결론이 있다. 나의 삶은 오직 나만의 삶인 것이지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며, 현재 내가 경험하는 이 순간은 지나고 나면 결코 다시 ..

철학자로서 살아가기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삼국지를 읽으면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문열씨가 편역한 10권짜리 삼국지를 거듭 읽었고, 일본 코에이(Koei)사에서 출시된 삼국지 게임도 거의 빼놓지 않고 즐겼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많이 아쉽긴 하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도 흥미로운 사건들이 많았을 테고, 그걸 재밌는 소설로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왜 한국인인 내가 중국의 역사에 열광했고, 왜 그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만든 일본의 게임을 즐겼을까? 지금이라도 우리의 역사를 단서로 해서 멋진 소설과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이제 우리나라의 작가들도 충분히 뛰어난 역사 소설을 쓸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게임 개발자들도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는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어쨌든, 나는 삼국지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

일상 이야기 2024.09.04

인문학 연구자의 생존력

비록 나는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국립대학교 교수라는 좋은 직장을 얻게 되었지만, 내가 겪었던 인문학 전공자로서의 어려움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학 시절, 내 주변에 인문학을 전공하던 사람들은 취직 걱정을 참으로 많이 했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서울대학교의 인문학 전공자라서 더 걱정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너무 고학력인 사람이 인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채용하는 관점에서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석사를 끝내고 박사 과정을 휴학한 후 취직을 준비할 때는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육군 장교로 군 복무를 한 데다가 석사까지 마쳤으니 다른 취업준비생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석사 과정에서 공부한 과학사 및 과학철학은 (이 분야로 직장을 잡지 않는 이상) 취업 시장에서는 거의..

국립목포대학교 교수라는 자부심

지금 나는 내 생애의 세 번째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나의 전 직장인 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 모두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 기관이다. 그렇지만 ‘과학철학 연구자’라는 나의 핵심적인 정체성에 가장 들어맞는 직장은 현 직장인 국립목포대학교다. 작년인 2023년 12월에 국립목포대학교는 공개적으로 과학철학 전공자를 모집했고, 나는 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정정당당하게 합격했다. 강의 평가와 면접 평가 과정에서 다시금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했지만, 최종적으로 나의 열정과 가능성을 보고 나를 선택해 준 국립목포대학교에 감사드린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점차 내 전공에 맞는 기관으로 옮겨왔다. 나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주로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했지만, 그래도 대학생의 학업을 ..

일상 이야기 2024.08.28

한반도 지식인의 전통 속으로

최근 나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세계상이나 세상에 대한 개념들이 마치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세계상과 개념은 ‘비역사적’이고 ‘동시대적’이다.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한반도에 수입된 서양의 문물이다. 그 이전까지 한반도에서는 한반도 고유의 역사가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는 예전까지 진행된 역사의 연장선 위에서 우리와 나 자신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내가 오래전 가졌던 서양적 수학과 과학에 관한 선망과 환상 역시 그다지 근거가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 또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2년에 태어난 나는 1980년대 대한민국 경제 호황의 수혜자다. 당시 의류도매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사업이 비교적 잘 되었고, 나는 물질적 부족함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일상 이야기 2024.08.25

소소한 삶의 목표

나는 오래 전부터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마 대학 시절 나를 조금이라도 알았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공식적인 학점이 좋지 않았고 그야말로 ‘A+ 모범생’은 아니었다. 그 시절 나 자신조차도 내가 과학철학을 아주 좋아하지만 부족한 나의 능력으로는 교수까지 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는 우리나라 국립대학교의 교수가 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과분한 행운에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나는 이제 과학철학 연구자로서의 내 운명이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2012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12년 1개월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나로서는 자랑스러운 공직 경험이었지만 그 기간은 그만큼 쓰라린 시..

나의 정치적인 관점

나는 스스로 서민 또는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 가까운 가족 중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은 없었다. 큰아버지께서 대구에 소재한 한 농협의 지점장을 하셨다는 정도? 그런데 그 사실이 우리 가족에게 특별히 도움이 된 것은 없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셋째 고모부께서 모 사립은행의 부행장까지 오르신 적이 있지만, 내가 고모부로부터 사적인 도움을 받은 일은 전혀 없다. 나는 국사와 세계사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역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대학에서도 국사학, 서양사학, 동양사학(철학, 미학, 종교학, 고고미술사학을 포함하여)을 전공으로 선택할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철학을 선택했으며 역사학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또한 나는 스스로 보수 성향의 인물이라 생각한다. ..

일상 이야기 202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