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에서 대학교수가 된 사례는 내가 처음이다. 그렇다고 나는 내가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교수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했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나의 아이들 역시 나처럼 공부하는 것을 좋아할까? 나는 이를 크게 바라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제각각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있으며,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굳이 그 일이 공부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서울대학교와 같이 국내에서 매우 유명한 대학의 과학철학 교수였다면 나는 나의 역할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과학철학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다. 백종현 교수님이 칸트 철학 연구의 화신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