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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과 자신에 집중하며 살기

나는 내 삶을 떠날 수 없다. 내 삶은 나의 운명이다. 만약 변화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지금의 나로부터 겨우 조금씩 가능한 것이지 내가 지금과 다른 아주 새로운 나로 변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누구이고 지금 내 삶의 현실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직시하라. 늘 인간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직면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 다른 요행이나 편법을 바라서는 안 된다. 제도는 견고하지만, 그 제도에 매몰되고 그것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제도는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이고, 대학교라는 기관과 대학교수라는 지위는 비교적 견고한 편이다. 그러나 대학교와 그 대학교의 교수라는 형식적 제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제도가 없다고..

일상 이야기 2025.05.25

중고등학교 시절을 기억함

나는 철학을 전공했지만 나는 스스로 자신이 수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를 전문적인 수학자 혹은 자연과학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나는 상식적인 관점을 가지고 수학 혹은 자연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과학 애호가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는 수학과 자연과학에서 재미를 느끼며, 순수하게 추상적인 철학적 논의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부산 동해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우리 학교의 수학경시대회 대표로 선발되어 부산시 대회를 준비했다. 그때 학교에서는 경시대회 대표 학생에게 일종의 특권을 주었는데, 그것은 매일 일정 시간 동안 학교 정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학교 내의 특정한 장소에서 경시대회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

일상 이야기 2025.05.21

과학철학 연구에 집중하기

임용된 지 1년이 지나, 대학 교수로서의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우리 학교인 국립목포대학교에도 제법 친숙해졌다. 주말 부부로서 살아가는 일도 상당 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에서 목포대학교로 갈 때는 차가 밀리지 않는 이른 새벽에 움직이는 게 가장 효율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학교에서 생활할 때는 숙소가 학교와 가까운 것이 제일 좋다는 사실 역시 절실하게 느낀다. 목포대학교에서 가족들이 있는 대구로 갈 때는 무리하지 말고 중간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2024년 교수업적 평가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직 그 결과를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다른 교수님들과 비교할 때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길 기대한다. 매년 꾸준히 연구 실적을 얻어 무난하고 평이하게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는 것..

교관으로서의 교수

대학교수가 되어서 좋은 것? 나의 경우 일반적인 학자의 경로를 따라서 대학교수가 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관점이 일반적인 대학교수가 대학교수직을 바라보는 관점과 다를 수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오래전부터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온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국립대학교 학부, 육군 장교, 국립대학교 석사, 국립대학교 박사, 국가 공공기관(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국립대학교 교수. 대학 4년, 군 복무 3년, 석사 2년, 공공기관 12년(박사 2년은 재직 중에 마쳤다), 대학교수 1년. 나는 이렇듯 총 22년을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근무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내가 어떤 태도를 갖고 학생들을 대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않는..

일상 이야기 2025.05.16

철학에 관한 실용주의적 접근

과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려면,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관한 과학자 자신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실제로 그가 무엇을 하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게 좋다. 내 기억에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나는 이 말을 철학에 적용한다. 철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려면, 철학이 무엇이며 철학자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자의 설명을 듣기보다는(분명 중요하게 참고는 해야 한다), 실제로 철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게 필요하다. 내 생각에 철학자는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나름의 정합성을 갖춰 해석하는 사람이다. 경험 현상을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인간은 철학적 활동을 한다. 이는 마치 육상 선수가 아닌 모든 사람이 달릴 수 ..

우직하고 단단하게

천재에게는 천재의 의무가, 범인(凡人)에게는 범인의 의무가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평범한 사람이 철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를 자주 고민해 왔다. 평범한 사람은 철학을 해서는 안 되는가? 그런 법(法)은 없다. 그러므로 철학 하기는 평범한 나에게는 하나의 권리이다. 나에게 말하고 글 쓰는 일이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권리인 것과 유사하다. 번뜩이는 번개와 같은 영감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잘 찾아오지 않는다.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작품 몇 편을 남긴 후 사라지는 천재는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히려 나는 여기저기 상처를 얻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자신이 얻은 상처를 끝내 아물게 하며 계속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과도 같다. 나는 ..

일상 이야기 2025.05.08

남원에서

어머니의 생신과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겹쳐 부모님을 모시고 누나네와 함께 전라북도 남원으로 여행을 왔다. 5월 3일, 5월 4일, 5월 5일 일정이다. 남원에 오니 마침 ‘춘향제’라는 지역 축제를 하고 있어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 특히 축제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와 체험이 많이 준비되어 있어 마음에 든다. 숙소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춘향 테마파크’가 있어서 축제 장소로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5월에 고려대에서 시간과 관련한 특강이 계획되어 있어 이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리처드 뮬러의 [나우, 시간의 물리학]과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을 번역했고, 현재 한스 라이헨바흐의 [시간의 방향]을 초벌 번역한 상태다. 리처드 뮬러와 리 스몰린 모두 시간 흐름의 실재성을 긍정하는 저자라서..

일상 이야기 2025.05.05

바쁜 나날들

내가 특별히 잘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나이에 맞게 내 할 일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요즘 정말 자주 든다. 최근 나는 연구, 교육, 봉사 영역에서 내 역량을 초과하는 많은 일들을 하느라 상당히 바쁜 편이다. 연구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신진 연구자 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우리 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며, 우리 학교의 신진교수 연구 정착 지원 사업에도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연구재단 사업에 선정된다면 올해만 3개의 연구 사업을 꾸려나가는 셈. 게다가 5월의 고려대학교 특강, 6월의 학술대회 발표 2건(한국 1건, 대만 1건), 7월의 학술대회 발표 2건(한국 2건)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쉴 틈이 없이 바쁜 셈이다. 이렇게 상반기에는 학술대회 발표를 준비하며 학..

일상 이야기 2025.04.30

교수 1년

내가 어느덧 대학교수가 된 지도 1년이 넘어간다. 사람은 본래 적응의 동물이라, 2024년 2월까지 내가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지금으로서는 사뭇 까마득하게 여겨진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예전에는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평범한 나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직업처럼 여겨졌지만, 막상 교수가 되고 나니 교수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고 교수가 될 확률이 생각보다 작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나는 내가 교수라기보다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국가가 주는 녹을 먹고 사는 공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 마음에 편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력은 연속적인 편인데, 왜냐하면 육군-한국장학재단-국립대구과학관 모두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또한 국립대학교이므로(법인이긴..

일상 이야기 2025.04.27

일관된 연구의 필요성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적절한 사용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인공지능을 사용할수록 인간에게는 더욱더 일관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특정 분야에 대한 확고한 전문적 식견이 없다면 그 분야에 관련된 언어적 게임에서 인공지능을 이길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은 오히려 좀 더 전통적인 인간의 수련 방식을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어떤 일을 할 때 아주 깊게 해야만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 물론 계산의 영역, 단순한 규칙에 기초한 게임의 영역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시간’과 ‘공간’은 매우 전통적인 철학적 탐구 주제다. 이 주제를 가지고 평생 연구를 해도 충분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이후 발전한 자연과학을 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