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별히 잘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나이에 맞게 내 할 일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요즘 정말 자주 든다. 최근 나는 연구, 교육, 봉사 영역에서 내 역량을 초과하는 많은 일들을 하느라 상당히 바쁜 편이다. 연구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신진 연구자 지원 사업을 신청했고, 우리 학교 교내 연구비 지원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며, 우리 학교의 신진교수 연구 정착 지원 사업에도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연구재단 사업에 선정된다면 올해만 3개의 연구 사업을 꾸려나가는 셈.
게다가 5월의 고려대학교 특강, 6월의 학술대회 발표 2건(한국 1건, 대만 1건), 7월의 학술대회 발표 2건(한국 2건)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쉴 틈이 없이 바쁜 셈이다. 이렇게 상반기에는 학술대회 발표를 준비하며 학술논문 원고 초안을 작성하고,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썼던 원고를 발전 및 보완해서 학술지에 투고하려 마음을 먹고 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내가 평소에 번역하려 마음먹었던 저서를 번역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매년 1권의 과학철학책을 번역 출판하자는 애초의 계획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교육의 경우, 이번 학기에는 17학점(총 7과목, 2학점 4과목, 3학점 3과목)을 강의하고 있어 학교에 있을 때는 수업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거의 다 간다. 다음 학기에도 대략 12학점~17학점 정도 강의하게 될 것 같다. 교양학부 고유의 강의가 매 학기 3~4개, 나의 전공인 과학사 및 과학철학 관련 강의가 매 학기 2~3개 정도 된다. 간혹 어떤 교수님들은 수업이 별로 없어 고민하는 경우가 있던데, 이는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나로서는 수업이 없을 수 없다. 사실 학생들 앞에서 강의할 때 교수로서의 보람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연구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연구할 때는 재밌기도 하지만 외롭고 힘들고 괴롭기도 하다.
봉사도 많이 한다. 각종 국가기관 및 민간기관에서 심사 및 평가 의뢰가 들어온다. 그런데 서류 심사 1건을 하더라도 최소한 20~30분 정도는 필요하므로, 매일 수업 준비하고 연구하고 평가하다 보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모자란다. 게다가 이번 여름 방학 때는 전라 및 경기 지역의 몇몇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철학 특강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올해 7월 중순에는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느라 제법 바쁠 것 같다. 하반기에는 또 어떤 봉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교수가 되니 봉사 관련 일들이 계속 들어오고,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알아보시고 연락을 주셔서 학회 임원을 맡게 되기도 하고,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을 심사하기도 하고, 어떤 학회에서는 학술대회 발표자로 참여하기를 내게 권해주시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최근 자주 “아, 이런 게 교수의 삶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재밌기도 하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할 때 나는 별로 뛰어난 학자가 아니지만, 일단 교수라는 자리에 있게 되니 이렇게 여러 가지 일들이 나를 계속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로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이 별로 없다. 물론 개인 연구실이 주어지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교수에게는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수라는 직업이 결코 다른 직업에 비해 여유롭거나 한가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수에게는 무엇인가 계속 일이 있고, 새로운 일들도 꾸준히 생긴다.
그래서 교수에게는 규칙적인 운동이 절실하다. 내가 매일 조금이라고 시간을 내서 산책하고 근력 운동을 하려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특히 하루 종일 계속 책과 논문을 읽고 있으면 시력이 많이 나빠져서, 이따금 한가롭게 걸으면서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다. 유튜브 등 각종 영상 매체를 줄이고 조용한 가운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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