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11시 22분에 헌법재판소 판결 선고에 따라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사실 검찰 출신이었던 윤석열이 보수 정당의 대권 후보가 될 때부터 나로서는 좀 이상하고 황당했다. 대체 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는가?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라면 실제로 많이 있으니 이해하겠지만, 정치 경력이 너무나 짧고 실질적으로 오직 검사로서의 경력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도 내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로 손꼽히는 것이 정치인데, 그런 정치 중에서 가장 정점에 있는 대통령직을 정치 초보가 수행한다? 이상하다. 그런데 실제로 대한민국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억지 결정을 했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던 지난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질서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다. 이제 그가 파면되었으니 파괴된 질서를 복구할 시간이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의 파면을 계기로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해, 기존 질서로부터의 변화를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일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엘리트 구조가 가진 편파성을 완화하는 일이다. 윤석열은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 및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이며, 특정 대학 특히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조직된 인적 네트워크의 부조리함이 이번 12. 3. 비상계엄을 통해 여실하게 드러났다. 결국 학벌 중심주의, 서울대 중심주의를 상당한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스포츠 경기의 경쟁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팀은 서로 경쟁하며, 한 팀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서울팀이 승리하지만, 다음에는 광주팀이 승리하고 부산팀이나 대전팀도 승리하는 것이다. 우연히 광주팀이 연달아 3번 승리할 수 있지만, 이내 그런 연승은 중지되고 춘천팀이 승리한다. 대학도 비슷하게 되어야 한다. 서울대학교의 비정상적인 압도적 우위를 중단하고, 수도권에 있는 소수 대학의 우월함을 완화해서, 우리나라 전체 지역 곳곳에 우수한 대학을 여럿 설립해서 서로 경쟁할 수 있게 하자는 거다. 물론 예전에 비해 완화되기는 했지만, 서울대학교-육(해공)군사관학교-경찰대학교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학연 중심주의를 지금보다 더 혁신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검찰 조직의 문제다. 검찰 조직을 아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검찰에 편중되어 쉽게 정치적으로 남용되었던 여러 권한을 조정할 수는 있다. 검찰 개혁은 이전까지 주류에 속했던 사람이 아니라 비교적 공정한 비주류 소속 사람이 진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검찰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는 이와 관련한 나의 지식이 너무 짧아서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검찰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번 윤석열 파면을 통해 확실하게 우리 국민에게 인지되었다고 본다. 국회의원 중 검찰 출신이 많으므로 이 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라 예상한다. 나는 장기적으로 볼 때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비율이 지금보다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를 법조인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마련해주기 바란다.
윤석열 파면 이후 윤석열을 비롯한 그 관계자들이 저지른 죄를 엄정하게 단죄하고 그들이 파괴한 우리 사회의 질서를 복원해야 하는 건 맞다. 더 나아가 나는 이를 계기로 우리가 좀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하여 현재 우리 사회의 질서가 가진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변화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내 생각에 가장 시급한 것은 모든 형태의 편중 현상(인구, 부, 권력 등)을 완화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서로 동등한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을 공정하게 해 나갈 수 있도록 기존의 사회 제도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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