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한국이 정치적인 대립을 넘어선 일종의 내전 상황에 돌입했다고 판단한다. 그 가장 뚜렷한 징후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선고 지연이다. 정상적으로 사법 시스템이 작동되었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벌써 판결 선고해야 했다. 이는 명백한 이상 징후이며, 헌법재판소 내에서 격렬한 정치적 대립과 긴장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살펴볼 수 있는 징후는 철면피를 한 여당의 뻔뻔한 거짓 공격이다. 이때 여당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참과 거짓, 정의와 불의를 가장 근본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힘의 싸움 속에서 지지 않으려는 의지만을 발현하고 있다. 이제 진실 혹은 정의를 판가름하는 여당과 야당의 공통 기준은 사라졌다. 대립하는 두 정치적 집단 사이의 생사를 결단한 전쟁이 있을 뿐이다.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권력의 관점에서 보면, 야당보다 여당이 우세하다. 법, 행정, 군사 엘리트들 및 이와 연계한 기업 및 재벌, 종교 단체가 갖고 있는 힘이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 다수 의석을 야당이 지키고 있고, 각종 객관적인 증거 및 무엇보다도 대의(大義)가 야당 편에 서 있기 때문에, 다수 시민은 여당보다 야당을 지지할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 전쟁은 소수 대 다수의 전쟁, 엘리트 대 시민의 전쟁이다. 하지만 어느 편이 승리할 것인지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 이 전쟁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대한민국은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 승리했을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최소한 발전과 번영의 가능성이 있다.
왜 여당이 승리하면 대한민국은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 법과 원칙이 완전히 무너지고 논리적 일관성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오로지 힘의 논리만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 정권 들어 우리는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 헌법을 파괴하고, 나라의 정체성을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 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며, 방송의 공정성을 수호해야 하는 기관이 방송의 공정성을 위배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다. 이는 국민 전체가 가진 ‘상식의 파괴’ 행위이며,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상식을 우리 사회 전체에 강력한 힘으로 강제하려는 시도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법과 원칙은 형식적인 겉치레가 되고,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법과 원칙을 가져다 쓰고 힘의 논리에 따라 권력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 된다. 무엇보다도 여당은 설혹 승리하더라도 계속 진실을 가려야 하고, 나라 곳곳에서 대의명분을 근거로 저항하는 시민들을 탄압해야 하므로, 막대한 정치적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투여하게 된다.
적어도 국민 전체의 합의를 거쳐 만들어 낸 헌법과 법률의 근본적인 취지에 공감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려는 정치적 집단이 집권해야 사회 전체가 안정될 수 있다. 만약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내가 상당한 부와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회. 혹은 내가 상당한 부와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의지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면 그러한 나의 의지를 제도의 힘을 빌려 억제하고 규율하는 사회. 실로 한동안 우리 사회의 소수 엘리트는 최소한 그러한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왔는데, 그들은 이제 그 기본적인 원칙마저 지키지 않고 자신들의 욕망이 가진 민낯을 드러내 보인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한 주가 시작된다.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면서까지 우리 시민 사회가 일구어 온 기초적인 상식을 파괴하고 그들만의 새로운 상식을 강제로 적용하려는 소수 기득권 정치적 집단이 승리할 것인가, 여러 시민이 피를 흘리며 힘겹게 쌓아온 헌정과 법치 질서를 지키려는 정치적 집단이 승리할 것인가. 평범한 시민일 뿐인 나는 나의 지위와 역할에 맞게 후자를 지지한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애써 가꾸어 온 헌법과 법률의 질서를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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