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296

내가 바라는 소소한 것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께서는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있던 1층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로 3층짜리 집을 지으셨다. 지하실은 아버지의 의류도매업을 위한 창고이자 사무실로 사용되었고, 1층은 다른 가족에게 세를 주었다. 우리 가족은 2층과 다락방인 3층을 썼다. 새집으로 들어가면서 나에게도 방이 하나 생겼다. 아주 좁은 방이었지만 침대와 옷장과 책상이 있었다. 방문을 닫으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나의 방이 아주 좋았다. 학창 시절 나는 오직 1개의 학원만을 다녔다. 어머니의 성화를 이길 수 없어서였다. 학원에서는 수학과 영어를 매일 1과목씩 70분간 가르쳤다. 월, 수, 금요일에 수학을 가르친다면, 화, 목, 토요일에는 영어를 가르쳤다. 나머지 과목들은 모두 혼자서 스스..

일상 이야기 2023.01.24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함

내가 작년인 2022년 1월 17일 자로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나는 육아휴직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고, 이는 아내와 충분히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다. 작년 1월 1일 자로 복직한 아내는 회사 생활에 잘 적응했고 작년에 업무와 관련한 큰 상도 받았다.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와 셋째 아이는 올해 6월이 되면 세 돌을 맞기 때문에,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둘째와 셋째 아이도 세 돌까지 직접 돌보기 위해서 아내가 아닌 내가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려고 하는 추세라, 아빠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일조하는 의미도 있다. 사실 작년에 나는 욕심을 좀..

일상 이야기 2023.01.17

경상지역에 서식하는 과학철학 연구자

아버지를 따른 나의 본적은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이고,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나는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절이었다고 기억한다. 왜냐하면 이때 나는 그 무엇보다도 책들 속에서 스스로 모험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서점과 도서관에서 놀기 좋아했던 나는 책들을 구경하며 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고 나름대로 이해한 후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요령을 익혔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은 내게 평생토록 남게 되었다. 부산 서면의 부전도서관과 영광도서, 동보서적(지금은 사라졌다)이 없었다면 나는 그런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철저히 부산이라는 지역의 물질적인 여건 속에서 자라났다. 이후 나는 서울에서 대학..

일상 이야기 2023.01.05 (3)

분수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다행스럽게도 나는 최근 박사학위 논문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너무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이에 대해 전혀 미화하거나 환상을 가질 생각이 없다. 나 스스로 현재의 내 논문 원고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기준점이 70점이라면 겨우 70점 혹은 71점을 얻어 통과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가 평소에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적극성)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나이가 제법 들어 머리숱도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겨우 졸업하게 되었다는 느낌도 사실 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부족한 저를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폐 끼친 것 같아 죄송하고요,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할게요! 분명한 것은 내가 앞으로도 계속 20세기 전반기의 과학 사상사, 그중에서도 논리경험주의의 역사..

일상 이야기 2022.12.29

성실함의 위안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인생 좌우명은 ‘게을러질 거면 죽어 버려’다. 나는 이 좌우명을 보고 심히 공감했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내 인생의 최고 전략은 ‘성실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실함’은 ‘똑똑함’과는 달리 누구나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퍽 민주적이다. 나의 경우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좌절감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부하는 것이 재밌고 즐거우나 지적인 재능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정적인 고민에 빠져 있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일들을 성실히 함으로써 고민을 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부탁한 일이 있으면 그 일을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들이 내게 부탁한 일이 없으면 내가 평소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한다. 끊임없이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거다. 왜냐하..

일상 이야기 2022.12.22

무엇이 확실한가?

매일 오후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나는 때때로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난데없는 놀라움을 느끼곤 한다. 저기 나와 아내에게서 태어나서 부쩍 자란 아이들이 보인다.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한 것일까? 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게 만든 것은 어쩌면 너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 아니었을까? 나는 오후에 아이들을 보면 오전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반가워 꼭 끌어안는다. 아빠는 늘 너희 삶의 조연이란다. 너희가 숨 쉬고 빛나는 눈으로 이 세상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희망이고 기적이란다.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보내는 저녁 시간의 행복은 나에게는 너무나 확실하게 여겨져서, 대체 확실한 것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다시 스스로 묻게 된다. ‘1+1=2’가 확실한가? ‘지..

일상 이야기 2022.12.13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요즘 나는 바쁘면서도 한가롭다. 바쁜 이유는 계속 학위논문 원고를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도서관에 논문을 최종적으로 제출하기 전까지는 매일 보고 다듬고 다듬어야 할 것 같다. 한번 제출하면 길이 남는 나의 논문이기에 애정을 갖고 계속 수정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정말 훌륭한 논문을 쓴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껏 내가 연구한 내용의 핵심을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논문을 쓴다. 내 논문에는 지난 20년 동안의 연구 결과가 담겨 있고, 만약 어떤 사람이 내 논문을 일주일 만에 읽는다면 그만큼 확실하게 시간을 절약하는 셈이 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내 논문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이 내가 했던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아도 되게 해주기 때문이다. 바쁘면서도 한가로운 이유는 최근 다른 사람이..

일상 이야기 2022.12.07

예측 가능한 사람

나는 내가 아주 높은 정도로 예측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어떤 사람이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훌륭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예측 가능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커진다.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 중 뛰어남이나 탁월함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없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며 그저 필요한 것은 수고와 노력일 뿐이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일을 매일 규칙적으로 착실하게 해 나가는 것에 아주 큰 가치를 둔다. 심지어 그런 착실함과 성실함이 탁월함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라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 나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철학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일상 이야기 2022.12.02

연구의 재미

오늘은 하루 내내 학술지에 투고했던 논문을 수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난 후 하원 전까지 계속 수정했고, 아내가 퇴근한 뒤 시간을 내서 계속 수정했다. 방금 막 수정한 원고를 다시 투고하고 나니 기분이 후련하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재미가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올해 2권의 번역서를 출간했고 2편의 학술논문을 게재했다. 방금 막 1편의 학술논문을 수정했고 또 한 편의 학술논문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니, 운이 좋으면 올해 4편의 학술논문이 게재될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연구자 선생님의 학술논문 심사도 3번 정도 했다. 나는 이렇게 나 스스로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훈련하고 있다. 나한테 딱 맞고 재미가 있다. 아직 영문 학술논문의 벽을 넘지는 못했고 이것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우리말로..

일상 이야기 2022.11.25

누가 뭐라고 해도 매일 꾸준히

나는 과거지향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고, 그저 현재에 집중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으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그냥 하려고 시도한다. 그렇기에 내가 신중하고 사려 깊은 사람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서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오늘 학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나는 22년 전에 시험을 치렀다. 그때 나는 그냥 일하듯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했고, 가끔 모의고사 성적이 나오면 성적에 맞춰서 내가 입학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확인했다. 나는 철학과에 가고 싶었으므로 모의고사를 보면서 나 정도 실력이면 고려대학교 철학과 정도를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이후 모의고사 성적이 계속 오르면서 목표 대학의 수준이 올라..

일상 이야기 202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