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24

아버지와의 목욕

추석이라 어제 오후 반차를 써서 대구에서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차가 좀 막히긴 했지만, 저녁 6시 30분쯤 부모님 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한창 아시안 게임이 유행이라 다른 가족들은 열심히 텔레비전으로 각종 스포츠 경기들을 시청했고, 나는 며칠 전에 주문한 인공지능 관련 책을 틈틈이 읽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필수 소양이고, 특히 과학관에서 과학교육을 담당하는 중인 나로서도 꼭 익혀야 하는 지식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아버지께서 목욕탕에 가자고 하셨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셋째 아이인 아들 태현이도 같이 데려가려 했으나, 오늘 아침에 아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냥 ..

일상 이야기 2023.09.28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블로그에 쓰이는 대부분의 글들은 저의 독백과도 같은 글이지만, 이번 글은 특별히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우선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방문해주시고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소 저는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어쩌면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편이라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제 자신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 표현되는 저의 모습과 실제로 만났을 때의 저의 모습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저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매우 사랑합니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당연히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을 잘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자 혹은 연구자로서의 저의 역..

일상 이야기 2023.09.23

차분한 나날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상적인 혹은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할 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지극히 현실적인 의사 결정을 일관되게 해왔다. 내가 과학고등학교를 자퇴한 것은 내신 성적이 불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과학고등학교에서 교과과정 학습이 거의 끝나는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자퇴했다. 자퇴 후 나는 응시 계열을 이과에서 문과로 바꿨는데, 왜냐하면 나의 경우 이과보다는 문과 계열 과목들에서 더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이다. 자퇴 후 나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대입 입시학원에 등록했다. 과학고를 자퇴했던 까닭에 나는 학원에서 다른 과학고 자퇴생들과 함께 일종의 특별대우를 받아 매달 8만 8천원만을 내고 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 나는 대입 입시학원에 다닐 때도 학원에..

일상 이야기 2023.09.19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많은 측면에서 불완전한 사람이다. 내가 정말 잘하는 일들은 얼마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노래를 잘하지 못하며, 운동을 잘하는 것 또한 아니다. 각종 게임을 잘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내가 잘하는 것은 책을 읽고 이해하고 요약하고 글을 쓰는 일이며, 주로 영어로 된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다른 일들에 관해서는 평균적인 혹은 그보다 더 못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체 ‘잘났다’라는 것이 무엇일까? 공부를 잘하는 게 잘난 것인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돈을 잘 벌면 잘난 것일까? 요즘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어떤 측면에서는 잘나고 다른 측면에서는 못났다. 일은 잘하지만 관계에서 젬병인 사람도 있고, 일은 못하지만 관계를 잘..

일상 이야기 2023.09.16

나답게 살되, 욕심을 줄이고 적을 만들지 않는다

살다 보면 참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 싶다. 나는 어쩌다가 이런 사람이 되었나. 거듭 생각해봐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참 여러 일들이 일어난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나.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나. 왜 저 사람은 그런 사소한 일 때문에 그토록 과도한 힘과 열정을 소모하는가. 내가 아주 어린 학생 시절부터 억울함을 느꼈던 것도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목소리를 드러내서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저 미련한 곰처럼 나는,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그냥 말없이 공부했고, 세상에서 정해 놓은 여러 규칙을 순순히 따랐다. 그래도 나에게 고집은 있었고, 그 고집은 센 편이었다. 나..

일상 이야기 2023.09.01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사람마다 취미, 특기, 취향 등이 서로 다르다. 나는 학생 시절부터 글 읽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글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험을 봐서 좋은 성적을 얻는 일에는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을 시험 성적에서 앞지르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냥 공부를 해서 시험을 보는 것은 학생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의무였고, 그저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나는 한반도의 남쪽 지역에서 서식하는 5천만의 인간 개체들 중 하나이다. 41년 동안 죽지 않고 겨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한 지방의 중산층 가정에서 1980년대 초반에 남성으로 태어나, 표준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 후, 군 복무를 하고, 공공기..

일상 이야기 2023.08.28

오만함을 반성함

요즈음 ‘공동체’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도, 그 사람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특정한 공동체의 일원에 지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모든 일들을 다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무엇인가 제대로 된 일은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이루어진다. 공동체 내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그것은 그저 특정한 개인의 머릿속에 상상이나 몽상으로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최근 복직하여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연구는 개인적일 수 있다. 개인 단위로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경우 최소한 2명 이상이 함께 논문을 쓴다. 책 집필도 마찬가지다. 설혹..

일상 이야기 2023.08.23

체력 운동으로서의 글쓰기

나는 나를 장거리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 나는 장거리 육상 선수이며, 유명하지 않고, 경기 실적도 뛰어나지 않지만, 계속 달린다. 혹은 다른 비유도 있다. 나는 무명의 복싱 선수이며 공격형이라기보다는 수비형이지만, 근성과 고집이 있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한순간도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으며 매 순간이 치열한 전투임을 잊어본 적이 없다. 우리가 죽기 전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모든 개인적인 업적들은 개인적인 투쟁 속에서 힘겹게 만들어진다. 글을 쓰는 활동은 나라는 인간에게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번역’이라는 작업은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쓰인 문장들을 나의 모국어 문장들로 옮기는 작업이다. ‘논문 집필’이라는 작업은 ..

일상 이야기 2023.08.19

가족들과의 서울 여행

장모님의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처남과 처남댁이 수도권(인천)에 살고 있어, 이번에 겸사겸사 가족들과 장모님을 모시고 짧게 서울에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청계산 오라카이 호텔에 머물렀는데, 숙소가 아주 깔끔하고 조식도 괜찮았다. 내가 아내와 함께 박물관업(과학관Science Museum도 일종의 박물관이다) 종사자가 된 이후, 우리 가족은 대개 주말과 휴일을 ‘박미과도(박물관․미술관․과학관․도서관)’ 방문으로 보내고 있다. 이번 짧은 여행 또한 그러했다. 첫째 날에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둘째 날에는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 디자인미술관, 셋째 날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방문했을 때는 박물관에 재직 중이신 선배님(학예연구관)께 연락을 드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맛있는 ..

일상 이야기 2023.08.14

딸과의 데이트

한창 여름방학 기간이다. 아내와 내가 맞벌이를 하는 까닭에 여름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큰딸은 학교 돌봄교실에 다니고 있는데, 이번 주는 학원들마저 방학이라 오늘 오후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반차를 쓰고 딸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선 퇴근한 뒤 집에 도착해서 설거지를 한 후 딸의 학교 근처로 가서 아이를 태워 내가 평소에 다니는 카페에 왔다. 카페에서 나는 노트북을 펴서 번역 원고를 정리하고, 딸은 눈높이 교재(국어, 수학, 한자)를 푼다. 우리는 복숭아 스무디와 블루베리 요거트를 시켜 맛있게 마신다. 최근 나는 “기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기본적인 사항들만 잘 지켜도 무난하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생활을 생각해보자.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면, 출근 시간에..

일상 이야기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