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관련하여 시국이 혼란하지만, 나는 탄핵 인용이 기정 사실이라 본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법원의 이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 및 일반 항고 포기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관례적이며 불법적인 것이었는지는 만천하에 다 드러나고 있다. 탄핵 인용은 이번 주 금요일 혹은 다음 주 월요일에 이루어질 것이고, 이 일과 관련하여 주말에 전국적으로 소모되어야 하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금요일까지 탄핵 인용 선고가 이루어지는 게 여러모로 바람직할 것이다. 결코 한 줌의 기득권 엘리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나보다 내 가족이 더 중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이미 이 세상에서 충분히 살았기 때문이다. 비록 앞으로도 내 삶이 제법 많이 남았겠지만, 나는 이미 인간으로서 이 지구 위에서 43년 정도 살면서 여러 일들을 경험했고 많은 기쁨을 누렸다. 내 아이들은 나와 아내의 분신으로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여전히 창창하다. 내가 죽더라도 나와 아내가 내 아이들에게 전해졌으므로 결국 나는 내 아이들 속에서 계속 살고, 내 아이들 역시 그 아이들의 아이들 속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에게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다음으로 내게 중요한 것은 연구이다. 이는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이유에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 내가 이 사회에 제일 유의미하게 공헌할 수 있는 것이 과학철학 연구다. 그런데 나는 나의 연구가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실제로 과학철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학철학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음미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몇몇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내가 볼 때 과학철학은 일종의 문화이다.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없어도 되고 심지어는 파괴될 수도 있다.
연구를 생각하면 좀 더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왜냐하면 과학철학과 같은 인문학의 경우, 글을 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말이 중요하지만, 말은 금방 사라지며 말의 설득력은 깊이와 논리가 아닌 다른 요소들(인지도, 외모, 화술 등)로부터도 획득된다. 좀 더 견고한 물질적 기록물(사물)이 글과 책이다. 비록 국소적이고 일시적인 관점에서는 말을 통한 인기가 더 강력해 보이겠지만, 그 강력함이 근거가 약할 때 멀리 전파되지 않는다. 하지만 글과 책의 논리가 탄탄하면 그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를 넘어 바다 건너까지 나아간다. 그것은 세대와 세대를 넘어 수백 년 이후의 인간에게도 전해진다.
또한 철학에서의 논리는 다원성을 인정하므로, 오직 하나의 철학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자신만의 글을 계속 써 나가는 것이다. 나의 글이 볼품없다, 세계적인 수준의 글이 되지 못한다고 자책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부족함을 걱정하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써 나가는 것이다. 나의 글은 나의 글이고, 당신의 글은 당신의 글이다. 나의 글에는 나의 글에 맞는 멋이 있고, 당신의 글에는 당신의 글에 맞는 멋이 있다. 그러니 굳이 다투려 할 것 없이 각자 즐겁게 놀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함께 놀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교육은 연구보다 깊이는 더 얕지만, 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의의가 있다.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좀 다르고 더 깊이 생각하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의 양은 글과 책이 더 많더라도,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학생들에게 더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부 시절 이후 조인래 교수님과의 상호작용은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접촉은 책이 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 인간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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