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보다 기계에 가깝다. 혹은, 사람은 자신이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게끔 프로그램된 기계와 가깝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기계와 비슷하군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대개 모종의 불쾌함을 느낀다. 맹목적으로 계속 움직이는 기계 장치. 데카르트는 강아지를 보면서 정교한 기계 장치를 떠올렸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강아지를 떠올리곤 한다. 비슷한 듯 다른 얼굴들. 자기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듯한 표정. 사람은 자신의 현재 삶에 오롯이 빠져 있는 기계들인지도 모른다. 기계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심지어 감정을 느낀다. 삶은 늘 시급하다. 매 순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삶, 사건에 대한 해석은 광대하게 열려 있다. 그런 해석의 광대함을 깨닫는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