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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를 권함

신변잡기(身邊雜記)란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의 글이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대개 신변잡기에 해당한다고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아마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것을 매우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리라. 나는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거창하고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며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에 반해 나는 아무나 쓸 수 있는 쉬운 글을 쓰는 것을 추구한다. 세상은 계속 바뀐다. 나는 추석과 같은 명절에 부모님이 계신 나의 고향에 내려가면 그러한 변화를 실감한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최적의 고속도로 노선은 조금씩 바뀐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최근 개통된 고..

일상 이야기 2026.09.27

삶의 소소한 목표

나는 대중의 일원이다.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존재감이 별로 없이 지내며 그렇게 지내는 게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아직도 기억하는 나의 학창 시절 감성은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약간 늦은 밤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데, 성적을 잘 받고 싶다는 욕망보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나의 일인 것 같아 밤 10시 정도까지 공부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내겐 행복한 치유의 시간. 나는 영화보다는 음악이 좋았다. 영화는 뭔가를 많이 준비해야 볼 수 있었지만, 음악은 그저 건전지를 충전하기만 하면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면서 언제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서울대에 들어간 것도 딱히 자랑스럽지 않았다. 주변에서 나를 대단히 칭찬해 주지도 않았다..

일상 이야기 2026.09.24

가을의 느낌

기나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왔다. 어느덧 국립목포대학교에서 일한 지도 3년이 되어 간다. 임용 당시의 총장님께서는 최근 임기를 마무리하셨고, 곧 새로운 총장님께서 학교를 이끌어가시게 될 것 같다. 그동안 학교를 떠난 교수님들도 계시고 새롭게 학교에 들어오신 교수님들도 계신다. 나는 대학 임용과 함께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게 어느덧 3년이 되어 간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교육과 연구를 함께 하면서 가정도 챙기는 일.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실로 그만큼의 성과가 있었던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껏 나는 다른 것들을 챙기면서도 나 자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게 아닐까? 다른 사람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면서도 왜 나는 유독 나 자신에게 ..

일상 이야기 2026.09.20

성찰과 해석

사람은 생각보다 기계에 가깝다. 혹은, 사람은 자신이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게끔 프로그램된 기계와 가깝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기계와 비슷하군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대개 모종의 불쾌함을 느낀다. 맹목적으로 계속 움직이는 기계 장치. 데카르트는 강아지를 보면서 정교한 기계 장치를 떠올렸다.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강아지를 떠올리곤 한다. 비슷한 듯 다른 얼굴들. 자기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 듯한 표정. 사람은 자신의 현재 삶에 오롯이 빠져 있는 기계들인지도 모른다. 기계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심지어 감정을 느낀다. 삶은 늘 시급하다. 매 순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삶, 사건에 대한 해석은 광대하게 열려 있다. 그런 해석의 광대함을 깨닫는 때..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

나는 수학과 과학 특히 물리학을 좋아한다. 당연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잘하지 못한다고 해도 즐길 수는 있다. 나는 수학과 물리학을 즐긴다. 책을 읽고, 문제를 풀고, 곰곰이 생각한다. 이건 직업이 아니라 취미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수학과 물리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그 역사와 철학을 읽는 게 훨씬 더 재밌었다. 그래서 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나는 훗날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삶이란 참 흥미롭다.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과의 대화와 타협을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적당히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학 시절에는 신림동 공부..

일상 이야기 2026.09.13

교양 교육을 생각한다

나는 국립대학교의 특정 학과가 아닌 교양학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다. 나는 이 상황에 상당히 만족한다.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 “너는 학부 시절 인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는데 왜 철학과 대학원에 가지 않고 자연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으로 가느냐”라고 몇몇 지인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대학 1학년 때부터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으로 진학하려고 했다. 과학철학을 하려면 인문대학에서 계속 공부하는 것보다는 자연대학에서 과학과 과학사를 공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받고 보니 왜 지인들이 내게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국내 대학에서 철학과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철학과가 있더라도 철학과 고유의 전통이 강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철학과에서는 학부와 대학원..

일상 이야기 2026.09.10

부당한 전남 국립의대 후보 대학 선정을 규탄함

전남광주시에서 전남 국립의대 후보로 순천대를 선정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정확히 일주일 전이다. 지인으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내가 느꼈던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것은 늘 있는 일상적인 경쟁에서 져서 느끼는 일반적인 아쉬움이 아니었다. 최근 일어난 전남 국립의대 후보 대학 선정은 전반적으로 볼 때 매우 불의하고 부당했다. 그래서 일주일 전 내가 느낀 허탈감과 분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목포대와 순천대 중 하나의 대학을 선정한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내에서의 대학 통합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다. 전라남도의 국공립대학 통합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추진하고자 한 결과다. 목포대는 전남도립대와의 통합을 이루었고, 국립의대 설립을 조건으로..

일상 이야기 2026.09.06

삶의 야전에서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여해 이순신. 이 세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의 삶을 가장 따르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여해 이순신을 선택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너는 철학자 즉 학자 아니야? 학자로서는 여해보다는 퇴계나 율곡이 더 훌륭한 것 아닌가?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 나는 내가 순수한 학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학문 애호가, 학문 연구자이기는 하지만, 학문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 학문에서 석학이라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도 별로 없다. 오히려 나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공직에 종사해 온 공직자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다. 국립대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공직에 나아가기 위해 준비했다고도 볼 수 있다. 국립대를 졸업한 다음에는 실제로 공직에 나..

일상 이야기 2026.09.03

가족 서울 여행

우리 가족은 1년에 1번 정도 서울을 여행한다. 올해는 아내의 전시 시작일이 8월 25일이라 전시 준비 때문에 그전에는 서울을 여행하지 못했다. 원래 8월 26일 서도호 작가님 전시 개막식에 아내도 함께 참석하려 했지만 갑자기 아내 전시와 관련한 이슈 사항이 8월 25일에 생겨서 아내는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 우리 가족 서울 여행은 아내의 전시가 시작된 후 며칠이 지난 주말인 8월 29일에서 8월 31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 여행을 하게 되면 나는 운전기사 역할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자가용 차인 카니발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첫째 날인 토요일 새벽 일찍 온 가족이 일어나 서울로 출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10시 전에 도착..

일상 이야기 2026.08.30

통계 및 데이터과학에 입문하다

나는 올해 9월부터 대학교 신입생이 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통계 데이터과학과 1학년 1학기가 시작된다. 너는 박사학위까지 있는데 대체 왜?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궁금해서. 새로운 걸 배워보고 싶어서.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교수의 관점에서만 머무를 게 아니라 대학생의 관점도 체험하고 이해해 보고 싶어서. 왜? 너는 이미 예전에 학부생 경험을 했잖아?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언제 얘기냐? 25년(사반세기) 전? 세상이 달라졌으니, 학부생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겠어? 그러니 다시 배워야지.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내게 다른 취미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나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골프를 치지도 않으며 사교적인 편도 아니라 평소에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냥 공부하는 게 내 취..

일상 이야기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