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집안에서 나는 ‘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역사와 기억이 필요하다. 나의 할아버지는 3대 독자로서, 과거 시험으로 관직에 오르지는 못하셨고, 경상북도 산골 동네의 작은 지주로서 지내셨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및 한국전쟁을 겪으셨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논 혹은 밭에서 일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늘 일을 하시던 것은 할머니셨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농업에 종사하셨는데, 특히 외갓집에서는 소, 돼지, 닭, 개 등을 길렀다. 이렇듯 나의 조부모님(외가 포함)은 농업에 종사하셨다. 특별한 종교가 있지도 않았다. 불교도 기독교도 아니었다. 나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종교적 전통을 물려받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 집안은 차례와 제사란 유교적 전통을 지키는 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