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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및 데이터과학에 입문하다

나는 올해 9월부터 대학교 신입생이 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통계 데이터과학과 1학년 1학기가 시작된다. 너는 박사학위까지 있는데 대체 왜?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궁금해서. 새로운 걸 배워보고 싶어서.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교수의 관점에서만 머무를 게 아니라 대학생의 관점도 체험하고 이해해 보고 싶어서. 왜? 너는 이미 예전에 학부생 경험을 했잖아?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언제 얘기냐? 25년(사반세기) 전? 세상이 달라졌으니, 학부생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겠어? 그러니 다시 배워야지.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내게 다른 취미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나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골프를 치지도 않으며 사교적인 편도 아니라 평소에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냥 공부하는 게 내 취..

일상 이야기 2026.08.27

할 일은 많다

어떤 사람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대개 다르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 시절 나는 과학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하고 싶은 일) 입시를 준비해야 했고(해야 하는 일), 어쩔 수 없이 둘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그런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대학 시절 나는 과학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대학 수업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나 스스로 공부해야 했고(하고 싶은 일), 그래도 대학의 졸업 기준은 충족해야 했다(해야 하는 일). 군대에 있을 때는 홍천도서관에서 보내던 시간이 나의 복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지독하게 계속 도서관에 다니냐? 단순하다.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논리경험주의 과학철학의 복원과 한국화는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추구하고 있는 과학철학..

배움은 계속된다

편하고 익숙한 건 중요하다. 내 집이 편하고, 늘 만나던 사람들이 편하고, 늘 먹던 음식이 편하고, 늘 보던 종류의 글을 읽는 게 편하다. 그런데 편하고 익숙하게만 살면 시야가 좁아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며 나도 모르게 편협해진다. 세계는 광활하고 세상은 다채로우며 여전히 내 밖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므로 때때로 편하고 익숙한 것을 떠나 불편하고 낯선 것들을 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함과 낯섦이 불편함과 낯섦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안 된다. 불편함과 낯섦이 새로움과 깨달음으로 변해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게끔 변환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변환이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배움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해외여행이 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일상 이야기 2026.08.20

광복절을 기념하며 독립운동가를 생각함

나이가 들면 들수록(이제 40대 중반이니 이런 말을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른바 ‘꼰대’ 성향이 강해지는 것?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었는데도 20대, 30대처럼 생각하고 사는 건 좀 어색할 것 같다. 사람은 나이에 맞게 사는 게 순리 아닐까? 꼰대 역할을 할 나이가 되면 꼰대 역할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로부터 꼰대 소리를 듣는 게 맞지 않나?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걸 무서워하면 되겠나? 어제는 광복 81주년(光復節, Independence Day 또는 Liberation Day)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국기를 게양해서 아파트 게양대에 걸었다. 나의 한국 영화 컬렉션에는 “항거(유관순 열사)”, “봉오동 전투”, “하얼빈(안중근 장군)”, “..

일상 이야기 2026.08.16

아침 운동의 즐거움

이번 여름 방학 동안 나는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려 애쓴다. 나의 운동은 거창하지 않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달리고 간단한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피트니스 센터 이용료는 매우 저렴하다. 1달 이용료 1만 원. 대개 3달 이용료를 한꺼번에 낸 후 이용한다. 한 번 이용할 때 너무 오래 이용하지도 않는다. 가볍게 달리기 30분, 근력 운동 15분.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샤워하면 정확히 1시간. 매일 1시간을 나의 건강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셈. 이 정도면 매우 합리적인 투자 아닌가? 방학이라도 여유롭지 않다. 라이헨바흐의 [기호논리학 기초(Elements of Symbolic Logic)] 번역, 최근 발간된 주요 학술논문 연구, 투고 예정인 논문 원고 수..

일상 이야기 2026.08.13

나의 오디세이

어제(8. 8.) 아들과 함께 동네 영화관에 가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를 보고 왔다. 영화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나는 영화적으로 ‘오디세이’보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더 실험적이고 스타일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호프’보다 ‘오디세이’가 나에게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건 아마 3천 년을 살아남은 이야기(인간에 대한 이야기)의 힘 때문일 것이다. 한 평범한 개인에게 이 세상은 거대한 시험으로서 다가온다. 내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나에게 극복하거나 이겨야 하는 일종의 적대자로 나타난다는 아이러니.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다른 친구들이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

일상 이야기 2026.08.09

편안하고 깊은 대화

만나면 편안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면 상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할 수 있다. 나는 철학자가 그런 편안한 사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철학자는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심오한 진리를 알고 있을까? 철학자가 하는 연구는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활동과는 뭔가 다른 활동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철학은 인간 사회의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 중 하나일 뿐이다. 철학은 특별히 쓸모가 있지도, 쓸모가 없지도 않다. 특정한 인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적인 활동들 중 하나가 철학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철학 역시 사회적 활동이다. 우리 사회에 철학자가 많이 필요할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국립대학교라면, 설혹..

일상 이야기 2026.08.06

생명을 생각한다

어린아이였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플라톤적 상상이 나를 사로잡았던 적은 없다. 그저 나는 자연이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이질적이란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내가 모르는 세계. 참 기묘한 일이다. 나 역시 이 세계의 일부분이고 생명의 한 종류인데, 이 세계를 관찰하며 아름다움, 신비로움,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다니. 기하학의 세계와 같은 별도의 세계가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는 전혀 설득되지 않는 관점이다. 자연의 법칙, 흐름, 패턴, 이유, 장대함, 냉정함. 내가 이 장대한 자연을 어떻게 온전히 다 이해하겠는가. 나 자신이 하나의 생명 개체로서 매일 먹고 살고 협력하고 다투고 지지고 볶는 이 인간 세상에 얽매여 있는데. 분명한 건 있다. 나는 한반도에서 태어났고 아주 긴 생명의 역사가 나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

시키지 않고 보여준다

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좋아한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가 싫어 입시 공부 대신 시립도서관에 나가서 읽고 싶은 책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독학하면 대학 입시에서 실패할 것임을 깨닫고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여유로운 시간에는 EBS의 수능 강의보다는 방송대학 TV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교양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만약 당시 나의 경제적 형편이 더 어려웠다면 나는 방송통신대학교에 진학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방송대에 관심을 가지고 방송대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이렇듯 방송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점점 자란다. 벌써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고, 둘째와 셋째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

일상 이야기 2026.07.30

철저한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나는 동양인, 동아시아인, 한국인이다. 내가 전공하는 학문은 철학이며, 서양 과학철학이 나의 세부 전공이긴 하지만, 더 넓게 보면 나의 학문 추구는 자연철학의 전통에 속하며 넓은 의미의 자연철학은 동서양에서 공통된 학문이었다고 믿는다. 사실 나는 내가 서양철학의 전통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한때 나는 내가 서양철학의 전통 아래에 있다고 믿은 적이 있지만, 지금 돌아볼 때 나의 그러한 믿음은 일종의 환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서구화된 동양의 서구식 교육 제도에서 육성된 한 인간 개체가 가질 수 있을 법한 믿음이었다고 할까? 굳이 말하자면 나의 철학은 한국식 서양철학이며, 나는 궁극적으로 그 앞의 ‘서양’이라는 수식어를 떼어 오롯이 한국식 철학으로 만들려 한다. 나는 내가 철저히 사회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