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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적 행위자, 인간, 글쓰기

나는 나를 포함한 인간을 일종의 해석적 행위자(解釋的 行爲者, interpretive agent)로서 본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 중 해석적 행위자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해석 작용에는 언어가 꼭 필요하다. 언어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 인간이 해석적 행위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나는 언어와 해석적 행위가 있었기에 먼 옛날 인간이 집단과 사회를 이루고 거대한 조직체를 구성할 수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해석적 행위는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많은 인간 개체에게 전염병처럼 전파되기도 하지만, 특정한 이데올로기의 전파, 확산 및 통일성 유지는 그 자체로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노동이다. 개체성과 개인성의 자각은 역사 속 특정 인간 개체들에게서 튀어나온 일종의 우..

일상 이야기 10:27:24

선비처럼 살기

세상을 살다 보면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자연은 평소에는 평온한 듯 보여도 예상치 못한 변동을 일으키며, 가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 또한 대부분은 규칙에 따라 질서 있게 운영되지만, 간혹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사건 등이 떠오른다. 이렇듯 자연과 사회에서는 불규칙함과 우연, 우발성이 수시로 툭툭 튀어나온다. 자연과 사회에 두루 포함되는 존재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이 있고 사람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은 어디에나 꼭 있다. 내가 아예 모르던 새로운 사람도 있고, 내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끊..

일상 이야기 2026.10.22

간략한 회고

어쩌면 우리 집안에서 나는 ‘시작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역사와 기억이 필요하다. 나의 할아버지는 3대 독자로서, 과거 시험으로 관직에 오르지는 못하셨고, 경상북도 산골 동네의 작은 지주로서 지내셨으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및 한국전쟁을 겪으셨다. 나는 할아버지께서 논 혹은 밭에서 일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늘 일을 하시던 것은 할머니셨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농업에 종사하셨는데, 특히 외갓집에서는 소, 돼지, 닭, 개 등을 길렀다. 이렇듯 나의 조부모님(외가 포함)은 농업에 종사하셨다. 특별한 종교가 있지도 않았다. 불교도 기독교도 아니었다. 나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종교적 전통을 물려받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 집안은 차례와 제사란 유교적 전통을 지키는 편이었다. ..

일상 이야기 2026.10.18

안정감과 만족감

내가 생각할 때 나라는 사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소신껏 열심히 하되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 혹은 좋아하는 일을 단순하게 열심히 하는 것. 나는 어린 시절 정치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다. 부모님은 내가 자유롭게 자라도록 내버려두셨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그냥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공부해서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얻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예를 들어 법조인이 되어서 명예와 권력을 누린다? 특이하게도 나는 학생 시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나의 오랜 관심은 자연 및 그에 대한 인간의 시뮬레이션에 있었다. 대학은 그냥 시험 성적에 맞춰서 가려 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평범한 학생이었고, ..

일상 이야기 2026.10.15

독립적인 연구자

일요일 오전, 자주 들르는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글을 쓴다. 나는 성실하긴 하지만 조바심을 내지는 않는다.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성실하므로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지 모른다.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욕심이 별로 없다는 것. 가끔 회의 같은 것에 참여해 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는데, 사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 사람에게는 그게 그렇게 중요할 수 있는 걸까. 결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려는 건 아니다. 그건 사람들이 아닌 나의 문제일지 모른다. 나는 살아오면서 그 어떤 집단에도 온전히 소속되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부모님이나 누나가 나를 온전히 이..

좋은 사람으로 살기

이 세상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여러 방식이 있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기. 이건 태어날 때부터 그러했던 것이어서 나에게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다른 나라 사람으로 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살 수도, 중국에서 살 수도 있고, 그렇게 살면서 국적을 바꿀 수 있다. 변화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남자로서 살기. 이것도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그러했지만, 오늘날 생물학적 성을 전환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의학 기술이 발전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 우리 부모님 자식으로 살기. 나는 이미 인간으로 태어났으므로 생물학적 부모님을 바꾸는 방법은 없다. 다만 법적으로 부자 관계를 바꿀 수는 있을 것이다. 사는 게 아니라 죽기. 이것도 가능은 하다. 태어난 건 나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일상 이야기 2026.10.08

일을 막지도 잡지도 않기

나는 수행(修行)하듯 철학을 한다. 이때 나는 주로 역사를 참조한다. 옛날 로마 제국이 그리스 문명이 이룩한 학문을 얕잡아보고 그리스 학자들을 박해했을 때, 이들은 그리스의 문헌을 싸매 들고 동쪽으로 갔다. 동쪽으로 간 그리스 문헌들은 시리아어와 아랍어로 번역되어 그곳에서 보존되고 발전되었다. 이민족이 쓴 문헌을 번역하고 연구하기. 불교가 인도에서 탄생하여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왔을 때, 한반도에서 살던 사람들도 불교 문헌(한문, 산스크리트어)을 오래도록 연구하고 소화했다. 나는 그런 역사적 사례를 참조하여 나의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가 접하는 오늘날의 과학(科學, science)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는 작업, 내게 과학철학은 그러한 소화를 위한 작업이다. 내..

일상 이야기 2026.10.04

게임의 즐거움

최근 중고로 닌텐도 스위치2를 구매했다. 위쳐3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삼국지 게임(삼국지8 리메이크)도 좋아하는데 스위치1은 화면이 너무 작아서 플레이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10번도 넘게 고민하다가 최근 당근마켓에서 시세보다 10만 원 정도 저렴하게 스위치2를 구했다. 원래 주인이 거의 쓰지 않아서 새것 같은 스위치2였다. 스위치1에 비해 화면이 넓고, 그래픽이 좋고, 로딩 시간이 짧았다. 충전 유지 시간은 스위치1보다 못해서 좀 아쉬웠다. 어쨌든, 9월 30일에 한국에서 위쳐3 리마스터 버전이 출시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받아서 플레이하고 있다. 위쳐3, 삼국지8 리메이크를 번갈아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나도 모르게 2시간은 금세 지나간..

일상 이야기 2026.10.01

신변잡기를 권함

신변잡기(身邊雜記)란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의 글이다. 나는 내가 쓰는 글이 대개 신변잡기에 해당한다고 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아마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것을 매우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리라. 나는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거창하고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며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에 반해 나는 아무나 쓸 수 있는 쉬운 글을 쓰는 것을 추구한다. 세상은 계속 바뀐다. 나는 추석과 같은 명절에 부모님이 계신 나의 고향에 내려가면 그러한 변화를 실감한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최적의 고속도로 노선은 조금씩 바뀐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최근 개통된 고..

일상 이야기 2026.09.27

삶의 소소한 목표

나는 대중의 일원이다. 별로 두드러지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존재감이 별로 없이 지내며 그렇게 지내는 게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아직도 기억하는 나의 학창 시절 감성은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약간 늦은 밤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데, 성적을 잘 받고 싶다는 욕망보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나의 일인 것 같아 밤 10시 정도까지 공부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내겐 행복한 치유의 시간. 나는 영화보다는 음악이 좋았다. 영화는 뭔가를 많이 준비해야 볼 수 있었지만, 음악은 그저 건전지를 충전하기만 하면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면서 언제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서울대에 들어간 것도 딱히 자랑스럽지 않았다. 주변에서 나를 대단히 칭찬해 주지도 않았다..

일상 이야기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