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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과학철학의 친구

최근에 나는 국내의 2개 철학 학회로부터 학술 논문심사 의뢰를 받았다. 내가 논문심사를 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논문심사를 끝냈다. 나의 박사학위 논문 또한 그 초고가 완성되었다. 이 초고가 논문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수정될 것인지 지금으로서 잘 알 수 없지만, 초고를 계속 수정해나가면 졸업은 가능하리라고 예상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졸업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나는 내가 뛰어난 과학철학 연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 역시 우리나라 과학철학의 연구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그래서 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 과학철학 연구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논리경험주의 과학철학(한스 라이..

책은 살아 있다

나는 책을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는 거의 읽지 않는다. 노트북이나 핸드폰 속 전자 파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로 된 견고한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것을 선호한다. 나는 책장을 폈을 때 내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을 좋아하고, 종이 위에 연필이나 샤프 펜슬로 줄을 그을 때 들리는 사삭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내게 종이로 만든 책은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정보 매체이다. 나라는 소비자는 아직 실물 형태의 책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은 영상이 유행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감동하는 사람보다 영상을 보며 감동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책이 줄 수 있는 감동의 고유함이 살아 있다고 믿는다. 책이라는 매체의 본질은 그것이 일정량..

일상 이야기 2022.06.20

과학으로부터의 자유

내가 서점과 도서관을 좋아했던 것은 그 속에서 일종의 ‘자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점과 도서관에는 교과서가 아닌 다양한 책들이 있었고, 나는 그러한 여러 책을 훑어보며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마음대로 골라서 읽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서점과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내 마음을 이끌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도서관을 좋아했던 것은 그곳에 베스트셀러 이외의 책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발간되어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은 나에게 이유 모를 애정을 느끼게 했다. 나는 도서관 열람실보다는 자료실의 서가가 좋았고, 자료실 구석에 놓여 있는 책상에서 책 읽는 것이 좋았다. 돌아보면 그것은 참 한가한 시간이었다.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과학철학 연구자의 삶 살기

나는 지금까지 총 6권의 과학 관련 책을 번역했는데, 그중 4권이 과학철학자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가 쓴 책이다.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초](2014년),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2015년), [원자와 우주](2017년), [상대성 이론의 공리화](2020년). 라이헨바흐가 쓴 [시간과 공간의 철학], [자연과학과 철학], [코페르니쿠스에서 아인슈타인까지]는 이미 다른 역자 선생님에 의해서 번역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번역이 될 필요가 있는 라이헨바흐의 책으로는 [경험과 예측], [시간의 방향], [기호논리학], [확률론] 등이 있다. 라이헨바흐의 모든 저서들을 “한스 라이헨바흐 선집”이라는 제목을 달아 한글로 번역하여 출판하면 좋을 것 같다. ..

일상 이야기 2022.06.13

성실한 독자이자 작가

내가 나를 어떤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는 퍽 중요하다. 나는 나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철학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독창적이고 화려한 사상을 펼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점에서 나는 오히려 내가 역사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는 잘 찾아볼 수 없지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상을 역사적 문헌들 속에서 발굴해내는 게 나의 일이다. 내가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 역시 일종의 역사적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내가 지극히 평범한 지성을 가진 사람이고 상식의 옹호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철학자’라는 명칭은 좀 부담스럽다. 나는 과학철학을 좋아해서 계속 공부하는 사람일 뿐이다. ‘아마추어 과학철학 연구자’, ‘과학철학 애호가’라는 명칭이 내게 더 잘 어..

일상 이야기 2022.06.07

정치인 김동연의 경기도지사 당선을 환영함

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정치인 김동연이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었다. 나의 판단으로 정치인 김동연은 결코 좌편향된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가 중도적이고 다소 보수적인 성향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김동연이 정치에 진출하여 민주당에 입당한 후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인 김동연을 정치인 노무현과 비교한다. 둘 다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당시 상업고등학교는 머리가 아주 똑똑하지만 가정 형편으로 인해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가던 곳이다. 학생들은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대개 은행으로 취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김동연은 한국은행에 취직했는데, 이것은 그의 머리가 아주 좋았음을 뜻한다. 한국은행에서 일하던 김동연은 열심히 공부해서 고등고시(행정고시, 입..

일상 이야기 2022.06.02

박사학위 논문을 다듬으며

나는 올해 5월 말까지 박사학위 논문 초고를 어느 정도 정리했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논문 수정 보완 작업에 들어간다. 초기에 나의 문제의식은 이런 것이었다. 상대성 이론의 등장 이후 이 이론의 철학적 의의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다. 현대 과학철학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논리경험주의 철학 역시 이러한 논쟁에 참여하면서 점차 형성되었다. 그런데 정작 상대성 이론에 대한 논리경험주의의 철학적 분석이 갖는 의의를 설명하는 문헌들을 찾기 힘들었다. 브리지먼(Bridgman)의 ‘조작주의’를 이러한 분석이라 할 수는 없었다. 브리지먼은 미국 출신의 물리학자였고 그를 논리경험주의 철학의 중심인물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논리경험주의를 대표하는 세 학자인 모리츠 슐리크(Moritz Schlick), 한스 라이헨바흐..

일상 이야기 2022.06.01

대학 교수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나는 배우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는데, 이 세상의 물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파악한 것이다. 과학철학의 경우 나는 마냥 이 분야를 공부하는 게 좋아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연구의 논리를 이해하게 된다. 내 나이 41세(한국 나이), 늦어도 너무 늦긴 했다. 그래도 내가 이해한 것을 공유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잘하면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만큼 국내에서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수준 또한 높아졌다.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준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며, 수능 시험을 잘 치면 이 시험 성적을 가..

일상 이야기 2022.05.30

내 성향에 맞는 삶?

중학생 시절 내가 애지중지했던 물품은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였다. 나는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은 좋아했지만, 격렬하게 서로 경쟁하고 승패를 가리는 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야구, 축구, 농구 등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또한 나는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저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책상 물림형 인간이었던 것 같다. 가끔 내가 좀 더 실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사실 나는 굳이 철학과로 진학하지 않아도 되었고, 좀 더 무난한 학과(서양사학과나 국사학과)에 진학했다가 적당히 괜찮은 직장을 잡아도 되었다. 하..

일상 이야기 2022.05.27

때때로 지인들을 생각함

가끔 나는 내가 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내가 다녔던 동해중학교는 그다지 학업 수준이 높지 않은 학교였다. 나는 동해중학교에서 아주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 학교가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기를 쓰고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나는 서전학원이라는 부산에서 유명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그 학원에서 나는 최상급에 속하는 학생은 아니었으므로, 어느 정도 내 실력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면 고등학교에서 나의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을 테지만 최상위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산과학고등학교(현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했다. 이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에 ..

일상 이야기 202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