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 2024년 계획

   방금 2023년 2학기 수업의 성적 입력을 끝냈다. 이제부터 진정한 연말 휴가가 시작된다. 학생들이 성적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회사에서 일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느라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 예전에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는 대상포진(帶狀疱疹)이 연말에 내게 찾아왔다. 그래도 그 정도가 예전보다는 심하지 않아, 금방 건강을 회복할 듯하다.

 

   돌아보면 참으로 2023년을 바쁘게 보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사학위를 끝냈다는 것이다. 2023년 2월에 겨우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에는 직장에 복직하기 전까지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 번역에 주력했다. 초벌 번역을 끝낸 후 출판사에 원고를 넘길 수 있었다. 한국과학철학회 연례 학술대회(6월 말)에서 발표했고, 베트남에서 열린 APPSA(7월)에서도 발표했다. 7월에 직장(국립대구과학관)에 복직했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부서인 교육연구실에 발령받아 쉴 틈 없이 일했다. 나의 담당인 개인 과학 교육 부분을 잘 인수하여 무사히 올해 교육을 마무리했다. 또한 10월에는 국제 무한상상 생활발명 경진대회를 잘 치렀다. 물론 어렵고 힘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대회가 잘 마무리되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11월에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PSA around the world에서 발표했다.

 

   또한 올해 내게 중요했던 사건은 뒤늦게나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생각만 계속하다가, 올해 9월 말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후 조금씩 관련 서적 및 논문들을 읽고 있다. 과학철학자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우리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을 성찰하는 것일 텐데, 이제 나도 그러한 중요한 일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주로 20세기 전반기의 과학철학의 역사와 철학을 연구해 왔으므로, 나의 본 연구 분야에 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중요하게 떠오른 과학기술 분야의 철학적 의의를 탐구하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내년인 2024년에는 국립대구과학관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착실하게 하면서, 경상국립대학교가 아닌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강의를 하게 될 것 같다. DGIST는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 과학관에서도 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어 매우 가깝다. 나로서는 매우 운이 좋게도 DGIST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었다. 원 소속인 대구과학관으로부터 출강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대구과학관과 DGIST는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오고 있으므로 출강에 문제가 있을 거라 보지는 않는다. 또한 내년에는 라이헨바흐의 [시간의 방향] 초벌 번역을 완성하려 한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진행하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무엇보다도 내년에는 아내의 박사과정 졸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내가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내년인 2024년에는 아내가 꼭 박사학위를 받았으면 좋겠다. 나의 박사과정 졸업을 위해 아내가 여러 측면에서 나의 편의를 많이 봐주었고 그에 대해 나는 너무나 감사한다. 내년에는 내가 적극적으로 아내를 지원해서, 아내 또한 한국 현대과학기술사에 관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하려 한다. 아내가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 아내에게도 더 많은 기회와 길이 열릴 것이다.

 

   지윤, 서윤, 태현은 잘 자라고 있다. 아이들이 내년에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자라는 데 부모님과 장모님께서 너무나 큰 도움을 주셨다. 내년에도 어른들에게 감사하고 공경하며 잘 지내고 싶다. 또한 나는 한국과학철학회의 미래 이사로서, 비록 턱없이 부족한 능력이지만 과학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 한다. 그러고 보면 내년에도 할 일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