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을 하는 사람은 전장에 있는 사람이다. 전사로서의 철학자. 나는 소크라테스를 생각할 때마다 강인하고 두려움 없는 군인을 떠올린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여러 전투를 치러내며 죽음의 위기를 이겨낸 훌륭한 군인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면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이기도 하고 좋은 군인이기도 했던’ 것일까? 오히려 그는 좋은 군인이었기 ‘때문에’ 철학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오늘날 존재하는 대학, 연구소 혹은 다른 겉보기에 평화적인 기관과 제도는, 철학자에게는 끊임없이 치러나가는 일련의 전투 속 일시적인 휴식처일 뿐이다. 그 허상을 즐기되 스스로 속아 넘어가지는 않는다. 너무 당연하게도, 철학자가 굳이 전사로 살아갈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그는 이미 일어났던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