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신뢰의 중요성

강형구 2023. 11. 30. 16:18

   어떤 사람에게 실력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게 생기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실력이 있다고 해서 곧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과 신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실력이 좋다고 해서 곧 신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뢰는 실력과는 다소 독립적인 요소이며, 일종의 태도와 의지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는 실력뿐만 아니라 그와 다른 요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실력은 오직 신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신뢰도로부터 비롯된다. 과연 그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인가? 신뢰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해보자. 대학은 한 학생의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도 그 학생의 학창시절 내신 성적, 대회 수상 실적, 담임 선생님이 작성한 학생생활기록부 등 여러 자료를 토대로 신뢰도를 평가할 것이다. 회사에서는 입사 지원자의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사회 초년생을 평가할 때는 성적이나 자격증과 같은 다소 정량적인 요소가 영향력을 많이 행사하는 것 같으나, 어느 정도 사회 경력이 있는 중견 인재를 뽑는 경우에는 그 업계에서의 평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 보인다.

 

   한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그 사람은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를 잘 처리해야 할 것이다. 단지 그뿐일까? 아니다. 그 사람은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며, 합리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업무와 관련된 여러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규정과 절차에 맞게 잘 처리할 것이다. 또한 다른 구성원들을 그저 동료로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대하면서 이런 저런 관심을 쏟고, 조직에 대한 애정과 충성이 강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억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조직의 공적인 일에 지장을 주지 않게 하며, 강한 체력과 의지를 갖고 있어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들도 잘 헤쳐 나갈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공을 들여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평판’을 갖게 된다. 과연 그 사람은 믿을만한가? 이 질문은 아무에게나 제시되지 않는다. 이 질문 역시 그 조직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으며 높은 평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제시된다. 그러니까 누구나가 아니라 제법 믿을 만한 사람에게 “과연 그 사람은 믿을만한가?”라는 질문이 들어온다. 이 경우 아마도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믿을만하지. 그 사람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내가 보장할 수 있다네.”

 

   신뢰를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 영어 성적이 좋다고 해서,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해서, 외모가 뛰어나다고 해서 신뢰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일정한 시간 동안 조직 내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므로, 그렇게 형성된 신뢰는 상당히 견고하며 믿을만하다. 신뢰는 내 주변에서 형성되며, 그렇게 형성된 나의 신뢰가 주변으로 조금씩 전파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된 요행(僥倖)이란 없다. 신뢰는 게임처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직 인간 대 인간으로의 진정한 상호작용에 의해 얻을 수 있다. 돈 혹은 가식을 이용해 신뢰를 잠시 얻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거짓 신뢰는 곧 거짓임이 드러난다. 어떤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쉽게 파악될 수 있다.

 

   대학 졸업장이 신뢰도 평가를 위한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보면 너무나 얄팍하고 일면적인 자료다. 오히려 그 사람이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한 이후 천천히 자신이 속한 조직 속에서 쌓아온 신뢰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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