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강형구 2023. 11. 21. 02:21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식사하고 난 뒤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며칠 동안 무리해서 그랬던 것 같다. 초저녁에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다음 날 새벽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이었고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동네에 있는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피로가 상당히 풀렸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나의 공부를 열심히 하되,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자.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매사에 진지한 편이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런 나의 노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세상의 냉정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열심히 하되, 그 일을 나의 방식대로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의 방식으로 하면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경험을 얻고 성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최근 두 달 정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이 새로운 영역의 학문을 어떻게 지금껏 내가 연구해 온 과학철학과 연결해야 할 것인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빅데이터 윤리, 인공지능 윤리가 오늘날 가장 유행하고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이러한 분야가 나의 기존 연구 영역과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단순히 유행과 추세에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인공지능의 경우, 나는 인공지능의 철학책을 읽을 때보다는 인공지능 개설서 혹은 교과서를 읽을 때 더욱 흥미로웠다. 아마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여전히 인간의 일반지능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인공지능을 인간지능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정말 중요한 것이 현재 직면한 여러 흥미로운 기술적인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지, 현재의 인공지능이 겉보기에 갖는 매우 강력한 일부 능력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님을 알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심층 학습(Deep Learning)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실제 세계에서 놀라울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이 방법을 내가 주목하는 과학철학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시류에 따라서 연구하는 것, 연구의 흐름과 맥락을 잃어버리는 것은 내가 경계하는 일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매우 중요한 핵심적 연구 분야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 분야의 연구 주제 또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설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오랫동안 해 온 과학철학의 연구 맥락 속에서 21세기에 등장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물론 당연히 나의 관점이 유일하게 옳은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방향을 잘못 설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직관을 믿는 편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별하는 방법을 체득해 왔다. 최소한 나는 전혀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가 며칠 동안 무리했던 이유는 그만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생각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나의 과학철학 연구에 대해 갖는 함의를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결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21세기에 이르러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주의의 철학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경험주의 철학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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