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나의 인간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나는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벌여서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용히 차분하게 해 나가는 사람이다. 부산에서 살 때도, 서울에서 살 때도, 강원도 홍천에서 군 복무를 할 때도,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았고 그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글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학교, 군대, 직장 등은 내가 사회적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수행하는 곳이었다. 그 모든 사회적 조직에서 나는 평균적인 수준으로 일했으며 남들의 눈에 띄게 특출한 역량을 발휘한 적은 없었다. 내가 공부 혹은 연구에서 특출나지 않다는 사실은 내 삶의 이력을 보면 잘 드러난다. 부산과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