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다시 교수의 일상으로

강형구 2024. 12. 11. 18:07

   나는 이상주의자는 아니며 나 스스로 현실주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상주의자가 자신의 이상을 실제의 삶 속에 구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대개 그런 구현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으며, 나 또한 전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나는 겨우겨우 매일 힘들게 우리 사회의 제도 속에서 버텨가며 살아가는 평범한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다. 나는 국립대학에서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며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고등교육 과정을 무사히 이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공무원이다.

 

   그런 교육공무원인 나는 최근 들어 나의 본분인 교육과 연구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요즘의 시국이 참으로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책 혹은 논문을 읽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방송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살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려 한다. 왜냐하면 지금 나로서는 어느 정도 향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되고, 정치적인 충격에서도 어느 정도 내 마음을 가다듬고 회복했기 때문이다.

 

   우선,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의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군과 경찰은 윤석열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불법적 도발을 할 것 같지 않다. 내란의 정황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윤석열은 점점 더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특별검사가 경찰의 국가수사본부 및 공수처와 연계하여 윤석열을 조사하고 그 범죄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정식적 절차이다. 나는 현시점에서 검찰이라는 조직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보여 준 행태를 볼 때 이 조직은 정의와 원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따르는 집단이라고 평가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결국 이루어질 것이다. 다가오는 토요일인 12월 14일에 탄핵안이 국회의 표결을 통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당히 민심이 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으며, 국민의 의지를 따라야만 하는 국회의원들 역시 국민의 뜻을 따라 탄핵이라는 결정을 실행할 것이다. 이번의 대통령 탄핵은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탄핵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내란의 정황을 명명백백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다음으로, 윤석열과 김건희에 관련된 온갖 부정한 일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채상병 순직 사건,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주가 조작 사건 등을 특검을 통해 조사하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

 

   결국 대통령 탄핵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계산법에서부터 탈피하여 시민 앞에 드러난 온갖 부정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철저히 처벌하는 문제라고 본다. 이제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적인 야합과 타협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야당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계산하여 여당과 모종의 타협을 하고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야당마저도 신뢰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정치인은 철저히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과 의지를 반영하는 정치를 해야 하며, 그렇게 시민들의 상식과 의지를 따르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이다.

 

   물론 정국이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이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우리 각자의 생업에 복귀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시 교수로서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하려 한다. 지금으로서는 2024년 2학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