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젯밤인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장면을 보면서, 대통령의 정국 인식이 어쩌면 저렇게도 일반 시민들의 상식적 판단과 다를 수 있을까 생각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그대로 너무나 경악스러워서, 대통령을 보면서 나는 제대로 된 문장을 내뱉지도 못하고 그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낼 수 있을 뿐이었다. 내가 너무 황당했던 것은, 저렇게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하는 사람이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나와 내 가족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시민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제대로 잠을 잘 수조차 없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군인들이 국회를 물리적으로 통제하고 점령한 후 국회위원들을 체포함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많은 시민이 국회로 달려와 국회의원을 지키고 군인들을 막았다. 국회의원들도 신속하게 집결하여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총 300명 중 190명이 참석하여 참석자 전원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했다. 온 국민은 불안에 떨면서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군과 경찰은 섣불리 행동하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한 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현재 나는 광주에서 살고 있어 어젯밤 국회로 가지 못했다. 간밤에 쏜살같이 국회로 달려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애쓰신 모든 동료 시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신속하게 국회에 집결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한 국회의원들께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제까지는 정치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도 그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겨우 잊어버리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의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이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시민에게 너무나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다 주었으며, 아주 깊은 고통을 주었다.
대통령은 ‘저를 믿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이질적으로 들려, 계속 내 귀를 의심했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과연 정상일까 되물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를 비롯한 대다수 시민은 대통령과 그 측근에 관련한 온갖 비리의 소식을 들으면서 혀를 끌끌 차면서도, 그것은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지극히 정치적인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런 비리들은 잘못되었겠지만, 그것은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풀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이 풀 문제라고 생각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잘해 주세요. 그런데 어젯밤의 상황은 너무나 부조리했고, 전국의 모든 시민이 그 부조리함을 온몸으로 절실하게 체험했다.
어젯밤의 고통을 느끼면서 나는 4. 19.와 5. 18.에 우리의 선배들이 느꼈을 고통과 공포를 상상해 보았다. 선배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지독한 고통과 공포를 느꼈으리라. 과연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면 나는 나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싸울 수 있었을까? 그런데 아직 상황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현재의 대통령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 위협적인 공포와 불안은 늘 잠재적인 가능성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대다수의 보수 진영마저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동의할 수도 없는 그런 행동을 대통령이 행한 것이다. 대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최대한 빠르게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이렇게 제대로 정세 판단을 하지 못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극심한 충격과 공포를 주는 사람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구분을 떠나 우리나라의 시민 전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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