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57

실용주의적 관점

나는 평소 여러 가지 상황을 대할 때 미시적이고 국소적인 관점을 취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나라는 사람을 나의 가족이란 특수하고 국소적인 환경에서 등장한 산물이라고 본다. 나는 1982년에 태어난 이후로 나의 가족이란 환경에서 적응하고 투쟁하면서 지금까지 내 인생의 각 단계를 거쳐 왔다. 내가 다녔던 청운 유아원, 명륜 유치원, 명륜 초등학교, 동해 중학교는 내 삶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부산과학고등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철저히 한국적인 교육제도 아래에서 특정한 집단에 속해왔고, 그 집단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 삶을 형성해 왔다. 매 단계에서 나는 내가 속한 집단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며 나의 삶을 운영했다. 부산과학고등학교에서 자퇴했다는 것은 한국적 교육제도 아래에서의 ..

일상 이야기 2023.12.18

늘면 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는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라.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이다. 일단 그 일을 해봐야 내가 상상했던 것과 실제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해보지 않으면 계속 그 일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해보지 않으면 그 일을 내가 잘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그 일을 해봐야 한다. 너무 고민하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그 일에 대한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해보면, 사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과학철학이라면 실질..

일상 이야기 2023.12.14

사람에게는 각자 할 일이 있을 뿐

올해의 경우 첫째 지윤의 생일과 아버지의 생신이 비슷한 시기로 겹쳤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지난 금요일 나와 아내의 퇴근 이후 짐을 꾸려 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금요일 밤 10시쯤 부산 명륜동 집에 도착했다. 부산에 내려가면 부모님께서 아이들 특히 둘째와 셋째를 잘 봐주시기 때문에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편이다. 나는 이미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 넘었지만, 부모님에게 나는 언제까지나 책상물림인 세상 물정 모르는 아들이다. 부산에만 가면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배려를 받는 사람이 된다. 애들은 우리가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고 오너라. 어머니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특히 어머니가 내게 그러셨다.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너는 그냥 공부하거라.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

일상 이야기 2023.12.11

변두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는 늘 음악에 취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고정식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고, 중학생 시절에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다. 특히 공부할 때 늘 음악을 들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힘겨운 두뇌 노동을 반복했다. 음악이 없었다면 그렇게 반복적인 두뇌 노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음악, 소설, 영화 등과 같은 예술에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어떤 몽환적인 요소가 있는데, 나는 그런 예술의 몽환적인 힘을 빌려 공부를 해나갔다. 음악은 내게 허락된 합법적인 마취제와도 같았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어 실제 세계와 거의 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기도 했는데, 이런 상상은 주로 영화와 소설 속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지극히 평균적인 지능을 ..

일상 이야기 2023.12.07

학습하는 인간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나의 관심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일례로, 나는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차동우 명예교수께서 쓰신 물리학 책들은 거의 다 구입했고, 차동우 교수님의 물리학 유튜브 채널 구독자이다. 또한 나는 요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출판한 [대학수학] 교재의 워크북을 읽으면서 그곳에 수록된 연습문제를 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내가 수학과 물리학을 ‘잘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저 수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계속 그 과목들을 스스로 공부할 뿐이다. 내가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왜냐하면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여러 가지 게임을 즐겼고, 학생 시절부터 먼 훗날 실제 세계와도 같은 가상의 세계를 게임 속에 구현할 수 있을 ..

일상 이야기 2023.12.04

신뢰의 중요성

어떤 사람에게 실력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게 생기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실력이 있다고 해서 곧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과 신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실력이 좋다고 해서 곧 신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뢰는 실력과는 다소 독립적인 요소이며, 일종의 태도와 의지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는 실력뿐만 아니라 그와 다른 요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실력은 오직 신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신뢰도로부터 비롯된다. 과연 그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인가? 신뢰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

일상 이야기 2023.11.30

명상하는 시간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의 인지 및 성찰 능력이 과학기술 발달 이전과 크게 달라졌을까? 오늘날의 사람은 이미 과학기술의 발전 이전에 진화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서양의 과학기술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조선시대 이후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까지 사람들은 미개한 삶을 살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이 사람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믿는 것은 일종의 신화일 수 있다. 물론 나는 매일 노트북 컴퓨터를 쓰고, 휴대전화를 쓰며, 이것이 과학기술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모든 과학기술문명의 이기들 없이도 나는 잘 살 수 있다. 삼국, 고려, 조선 사람들 역시 나름 잘 살았기 때문..

일상 이야기 2023.11.24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식사하고 난 뒤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며칠 동안 무리해서 그랬던 것 같다. 초저녁에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다음 날 새벽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이었고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동네에 있는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피로가 상당히 풀렸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이 있다. 나의 공부를 열심히 하되,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자.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일상 이야기 2023.11.21

독립적이면서도 겸손한 삶

나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의 사람은 아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나이 때 다니던 대입 재수학원에는 과학고 자퇴생들의 반뿐만 아니라 국제고 자퇴생들의 반도 있었다. 당시 부산과학고와 부산국제고는 위치상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 학생들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보았는데, 그들 중 한 명이 검정고시에서 수석을 했다고 자랑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며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의 경우 검정고시 공부를 따로 한 것이 전혀 없이 시험을 치러 합격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모범생, 전액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아니었다. 나는 학점을 더 잘 받기 위해서 재수강을 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정말로 우리 학과의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도서관에 ..

일상 이야기 2023.11.04

즐겁게 해 나가는 것

일이 바빠도 짜증을 내지 않고 즐겁게 해 나가는 요령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다. 화내지 말고, 짜증 내지 말고, 약간만 더 수고하면 무난하게 풀리는 일들이 참 많다. 그 아주 짧은 순간을 지혜롭게 참아내면 이후 훨씬 더 긴 시간을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대학 졸업 이후 지금까지 제법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이런 점에 있어서 퍽 미숙한 것 같다. 여전히 일을 하며 가끔씩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은 나의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사실 나는 요즘 ‘더 바랄 게 없다’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고, 부모님과 장모님도 차를 운전하면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살고 계셔 필요할 때면 부담 없이 찾아뵐 수..

일상 이야기 202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