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59

성실은 성공이 아닌 생존의 조건

지금까지 41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비교적 분명하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다. 내가 머리가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비교적 분명해 보이지만,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은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이룬 것은 대부분 뛰어난 지성보다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들이었지, 특출난 지적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 일들이었다. 어쩌면 성실함은 내게 일종의 ‘생존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나의 과도한 애정은 제3자의 객관적 관점에서 보면 나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일종의 ‘일탈’이었다. 내게 물리학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없었다면 나는 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지 ..

일상 이야기 2023.06.20

겸손함, 기본에 충실하기,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사실 과학철학 연구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사 혹은 과학철학을 강의하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 주제들에 대해 연구하여 논문을 쓰고 투고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듯 내게는 좁은 전공 분야를 넘어서서 다른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나는 우리 사회의 숱하게 많은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하는 것일 뿐이다. 연구자라고 해서 무엇인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은 별로 없다. 물론 어떤 영역에서든 군계일학의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있다.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김연아는 아니며 축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두 손흥민은 아닌 것처럼, 과학철학 연구를..

일상 이야기 2023.06.16

기본으로 돌아가기

최근 제법 바쁘게 지냈다. 특히 강의 준비와 학술대회 발표 준비 때문에 바빴다. 그런데 나는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서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한다. ‘기본’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은 과학사, 과학철학이다. 과학기술정책을 포함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내게는 약간의 심리적 거리감이 있다. 그러나 내게 과학기술정책은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다. 좋은 입문서가 이미 집에 여러 권 있으므로 그저 나의 게으름 때문에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전체를 조망하게 할 수 있는 과학사와 과학철학 관련 책들을 주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사, 과학철학 전공자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나는 수학과 물리학, 수학사와 물리학사도..

일상 이야기 2023.06.13

도전의 즐거움

나는 너무도 부족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나의 부족함을 느낄 때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싶다면, 아무런 도전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계속 도전한다. 실패하고 깨져도 계속 도전한다. 왜냐하면 나는 실패하더라도 지금의 부족한 나로부터 조금 더 나아지고 싶기 때문이다. 고통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너무나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해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에게는 너무나 부족함이 많다. 아직 강의도 미숙하고 논문도 더 잘 써야만 한다. 영어도 더 연습해야 한다. 나는 영어 글쓰기와 영어 말하기 모두 더 연습해야 한다. 영어를 듣기만 하거나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영어를 직접 말하고 써야 ..

일상 이야기 2023.06.08

차동우 교수님을 존경함

나는 지금껏 여러 번 인하대학교 물리학과의 차동우 교수님(명예교수)에 대한 나의 존경심을 표현해 왔다. 나는 이러한 존경심을 다시 한번 표현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로서 이러한 존경심을 표현함을 밝힌다. 나는 물리학자가 아니므로 물리학 연구자로서 이와 같은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차동우 교수님을 책을 통해 알았다. 교수님은 [물리 이야기](로이드 모츠)와 [새로운 물리를 찾아서](바바라 러벳 클라인)라는 물리학 역사책을 번역하셨고, 학생이던 나는 이 책들을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교수님께서 물리학 강의록들을 책으로 출판하셨음을 알았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교수님께서는 물리 철학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알버트의 ..

일상 이야기 2023.05.30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

내가 과학철학에서의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 구분을 배운 것이 대학 시절이니 벌써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 맥락 구분의 근거가 되는 책이 라이헨바흐의 [경험과 예측]인데, 나는 어제 이 책의 초벌 번역을 끝냈다. 번역을 끝낸 후 나는 분명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 구분이 이 책에서 나오긴 하지만(아주 초반부에) 그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좀 더 포괄적인 맥락에서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중요성을 오늘날의 과학철학계에서 얼마나 높이 평가할까? 라이헨바흐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 과학철학계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내가 열심히 라이헨바흐를 연구하고 그 성과를 발표한다고 해서 이러한..

일상 이야기 2023.05.21

젤다의 전설 : 모형화된 자연 세계에서 놀기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젤다의 전설 : 왕국의 눈물”이 2023년 5월 12일에 출시되었다. “더 위쳐 3”, “어쌔신 크리드” 2, 3, 4편을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는 내가 다시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기존에 플레이하던 “어쌔신 크리드”를 잠시 멈춘 것이다. 확실히 “젤다의 전설”은 아주 훌륭한 게임이다. 예를 들어, 나는 “위쳐”와 “어쌔신 크리드”로 인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젤다의 전설”은 다르다. 전작인 “야생의 숨결”을 할 때도 하다 보니까 새벽이었고, 이번 “왕국의 눈물” 또한 마찬가지다. 그만큼 “젤다의 전설”은 최소한 나에게 아주 매력적인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그리고 있는 자연의 세계가 매우 경이롭다. 실제 우리..

일상 이야기 2023.05.16

하고 또 하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하고 또 하면서 잘하게 된다. 잘하게 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10번 한 후에 잘하게 되는 사람(A)이 있는가 하면, 100번 한 후에 비로소 잘하게 되는 사람(B)이 있다. B의 입장에서는 A가 너무 부럽고 왜 자신이 A보다 못하는 것인지 원망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잘하게 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그것이 어떤 절대적인 특성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그 일(T)을 정말 하고 싶다면, B는 A와는 상관없이 그 일을 100번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그 일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나는 어떤 일을 100번 한 후에 잘하게 되는 유형의 사람, 즉 A가 아닌 B 유형의 사람이다. 지금까지 나는 살아오면서 A 유형의 사람들을 충분히 봐 왔다...

일상 이야기 2023.05.12

변화는 생각보다 느림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보다 느릴 수 있다. 혹은, 실제로 일어나는 변화의 구조와 우리가 생각을 통해 그리는 변화의 구조는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중요할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중요한 변화에 대해, 그 변화를 예상하고 추측했던 각종 담론과 실제로 일어난 변화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다. 세탁 기계가 발명되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세탁했다. 오늘날 세탁을 직접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공부할 때는 영어 단어를 모를 때 두꺼운 영어 사전을 뒤적이며 직접 그 뜻을 찾았다. 오늘날 그렇게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멍청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세탁이라는 특정한 행위의 핵심, 영어 단어 검색이라는 행위의 핵심은 변하지 ..

일상 이야기 2023.04.28

주말 드라마의 즐거움

나는 평소에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고, 최근에는 넷플릭스도 끊어서 보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오래전부터 즐겨 보는 것은 KBS2 방송국의 주말 드라마다. KBS2의 주말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뭔지 모르게 일상생활이 안정되는 기분이 든다. 나는 막장 드라마, 과격한 드라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그런 드라마를 보려 하지 않는다. 사실 막장과 같은 일들, 과격한 일들은 실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은 실제의 삶에서 대면하고 이겨내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뉴스와 KBS2의 주말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우익과 좌익은 모두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어중간하고 평범한 삶에 대한 로망과 같은 게 오래전부터..

일상 이야기 202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