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41년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비교적 분명하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다. 내가 머리가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비교적 분명해 보이지만,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머리가 좋은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이룬 것은 대부분 뛰어난 지성보다는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들이었지, 특출난 지적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 일들이었다. 어쩌면 성실함은 내게 일종의 ‘생존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나의 과도한 애정은 제3자의 객관적 관점에서 보면 나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일종의 ‘일탈’이었다. 내게 물리학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없었다면 나는 과학고등학교로 진학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