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젤다의 전설 : 왕국의 눈물”이 2023년 5월 12일에 출시되었다. “더 위쳐 3”, “어쌔신 크리드” 2, 3, 4편을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는 내가 다시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기존에 플레이하던 “어쌔신 크리드”를 잠시 멈춘 것이다. 확실히 “젤다의 전설”은 아주 훌륭한 게임이다. 예를 들어, 나는 “위쳐”와 “어쌔신 크리드”로 인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젤다의 전설”은 다르다. 전작인 “야생의 숨결”을 할 때도 하다 보니까 새벽이었고, 이번 “왕국의 눈물” 또한 마찬가지다. 그만큼 “젤다의 전설”은 최소한 나에게 아주 매력적인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그리고 있는 자연의 세계가 매우 경이롭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계처럼 매일 해가 뜨고, 달이 차고 기운다. 게임 속 세계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며, 맑은 날씨의 하늘은 실제 하늘을 보는 것같이 아름다우며, 게임 속에 표현된 물결 하나하나가 실제 같다. 평원에서 말을 찾아 타고 다닐 수 있고, 멧돼지나 사슴 혹은 다람쥐와 같은 동물을 사냥할 수 있으며,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바다에서 게를 잡는다. 각종 채소, 고기, 과일 등을 조합하여 요리한 후 먹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게임 속 자연 세계는 일종의 ‘모사된 세계’다. 그러나 그 모사가 너무 잘 되어 있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모사된 세계의 인위성이 아주 적은 세계인데, 이는 “더 위쳐”나 “어쌔신 크리드”처럼 잘 만든 게임들과 비교해도 매우 자연스럽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메인 퀘스트 혹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모형화된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으로부터 아주 큰 만족을 느낀다.
또한 이 게임의 큰 장점은 “퍼즐 풀이”에 있다. 사실 “젤다의 전설”은 성인용 게임은 아니다. 처음에 나는 이것이 일종의 단점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점점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 좋다. 특히 이 게임에서는 주인공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100개가 넘는 “사당”에 들어가 퍼즐을 풀게 되는데, 이 퍼즐 풀이가 참 재밌다. 우리는 모형화된 이 게임 속 자연 세계 속에서 각종 도구와 물리 법칙을 활용해서 퍼즐을 풀어야 한다. 이렇게 퍼즐을 풀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 게임의 조작이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어서, 마치 실험실에서 자유롭게 실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휴대용 게임기에서 이 정도의 모형화된 자연 세계 구현이 가능한데, 과연 성능이 좋은 게임기 혹은 컴퓨터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자연을 모형화할 수 있을 것인가? 각종 과학 실험은 대부분 다 이렇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상상을 많이 했다. 컴퓨터의 뛰어난 성능을 이용해, 과학의 역사를 시뮬레이션하는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거다. 예를 들어 갈릴레오가 살던 시대로 돌아가, 갈릴레오와 함께 대화하면서 새로운 역학을 만드는 데 동참한다. 물론 뉴턴, 패러데이, 맥스웰, 아인슈타인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젤다의 전설” 속 자연은 여전히 실제 자연에 비해 단순하다. 특히 이 자연 속에는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 속의 생물학적 개체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진화가 유도되는 방식으로 자연을 컴퓨터 안에서 모형화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런 일이 실현될까? 최근의 인공지능 발전이 이와 같은 “자연의 모형화” 작업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인공 호수나 어항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인간의 호기심과 비슷한 종류의 호기심이다.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나 실제와 유사한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젤다의 전설”은 아마 역사적인 게임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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