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하고 또 하고

강형구 2023. 5. 12. 10:21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하고 또 하면서 잘하게 된다. 잘하게 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10번 한 후에 잘하게 되는 사람(A)이 있는가 하면, 100번 한 후에 비로소 잘하게 되는 사람(B)이 있다. B의 입장에서는 A가 너무 부럽고 왜 자신이 A보다 못하는 것인지 원망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잘하게 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지, 그것이 어떤 절대적인 특성인 것은 아니다. 만약 그 일(T)을 정말 하고 싶다면, B는 A와는 상관없이 그 일을 100번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그 일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나는 어떤 일을 100번 한 후에 잘하게 되는 유형의 사람, 즉 A가 아닌 B 유형의 사람이다. 지금까지 나는 살아오면서 A 유형의 사람들을 충분히 봐 왔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서 내가 함께 지낸 사람들은 대부분 A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B 유형인 나는 때때로 왜 내가 A 유형의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의아스럽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나와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열등감도 자주 느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좋은 ‘자극’이었지 ‘좌절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유형이 다른 것이다.

 

   누구든 하고 또 하면서 잘하게 된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자. 시작한 다음에는 다른 일에 주의를 분산시키지 말고 계속 그 일을 하고 또 하는 게 좋다. 당연히 처음에는 그 일을 잘 못하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실수도 많이 하며 좌절감도 자주 느낀다. 그런데 그건 당연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잘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10번 해서 잘하는 사람은 100명 중 2~3명 정도다. 100번 해서 잘하는 사람은 100명 중 70명 이상이다. 1,000번 해서 잘하는 사람은 100명 중 95명 이상이다. 만약 그렇다면 1,000번 이상 할 각오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인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정말 하려 하는 사람은, 만약 그 사람의 능력이 평범하다면 그 일을 1,000번 이상 할 각오한다. 기회가 생기면 고민은 그만하고 일단 시도해 보고, 계속할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어서 계속 그 일을 하면서 스스로 그 일을 잘하게끔 만든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린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10번만 하면 되지만 그 사람은 100번에서 1,000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또 하면서 결국 잘하게 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10번 해서 잘하는 사람보다는 1,000번 해서 잘하게 된 사람을 더 좋아한다.

 

   나는 잘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전공하고 있는 라이헨바흐의 과학철학을 보라. 나는 그의 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책을 통째로 번역해서 공부했다. 정말 무식하지 않은가?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대개 그런 식으로 공부하려고 ‘결심’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가? 그렇지 않다. 다만 나는 어떤 생각이 들면 계속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내가 강의를 잘하는가? 아니올시다.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 할 때마다 어렵고 힘들고 버벅거린다. 그래도 강의를 계속하는데, 그건 계속해야만 언젠가 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다. 내가 능력이 뛰어나다면 10번 한 후 잘하게 되겠지만, 평범한 능력의 소유자라면 100번 이상 해야 한다. 어차피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 어떻게든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면, 더 고민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자. 100번 이상 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해 봐야 내가 10번 하면 잘하게 되는 사람인지 100번 이상 해야 잘하게 되는 사람인지 알게 되고, 실제로 계속해보면서 그 일을 정말 잘 파악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일단 시작하고,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