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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만족하는 삶

나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가만히 있는다. 그런데 외부에서 싸움을 걸면, 나는 그런 싸움에는 어쩔 수 없이 응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싸움이라는 것은 살면서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듯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초등학교에 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서는 시험이란 것을 치른다. 학생 관점에서 시험은 일종의 싸움이다. 다른 학생들과 겨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피하고 싶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게 시험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이 싸움을 치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그냥 공부했을 뿐, 다른 이유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렇듯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본능이 왜 나에게 있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런 본능은 나라는 사람을 ..

일상 이야기 2025.06.15

관용적 태도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어.” 이것은 내가 한국장학재단에서 모셨던 모 실장님께서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말이었다. 이와 관련되어 그 실장님께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 역시 늘 마음에 새기고 다니셨다. 나는 실원으로서 실장님의 그 태도로부터 큰 인상을 받아 이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가 한국장학재단에서 모셨던 다른 부장님께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사자성어를 책상에 붙여 놓고 생활하셨다. 서로 화합하되 서로 같아지지는 말라는 뜻이다. 두 부서장께서는 중간에 사고 없이 직장 경력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셨다고 알고 있다. 참으로 존경할 만한 직장 선배들이었다. 내가 생각할 때 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의 길을 잘 걷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

일상 이야기 2025.06.12

2025년 1학기 소회(所懷)

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에 소속된 과학사와 과학철학 전공 전임 교원인 나는, 2025년 1학기에 17학점, 7개 과목을 강의했다. MNU 대학생활(2학점) 2과목, 과학기술의 역사적 진화(3학점), 디지털 문서와 콘텐츠(2학점), 논리와 비판적 사고(3학점), 로봇의 윤리학(3학점), MNU 프론티어 정신(2학점). ‘과학기술의 역사적 진화’는 ‘과학사’ 과목이고, ‘논리와 비판적 사고’는 ‘논리학’ 과목이며, ‘로봇의 윤리학’은 ‘인공지능의 철학’ 과목이다.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자로서 가르칠 필요가 있는 3개의 과목을 가르친 셈이다. 2025년 2학기에는 어떤 과목을 가르칠 것인가? MNU 생각산책(2학점), MNU 프론티어 정신(2학점), 디지털 문서와 콘텐츠(2학점), 과학철학의 이해(3학점..

일상 이야기 2025.06.08

차분하고 성실하게

최근 나는 스스로가 퍽 차분해졌다고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내 직업 이력의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국립목포대학교의 교수가 된 이후, 마음 같아서는 가족들 모두를 광주 전남권으로 옮기게 하고 싶었지만, 대구과학관에서 즐겁게 근무하며 자아를 실현하고 있는 아내의 꿈을 꺾을 수 없어, 계속 주말부부를 하기로 했다. 주말부부의 경험은 신혼 초에도 있었다. 세종시에서의 파견 근무 기간을 포함해, 한국장학재단이 서울에서 대구로 본사를 이전하기 전까지. 그때도 지내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당시에는 아이들이 없었기에 다소 수월했다. 지금은 다르다. 아이가 셋이고, 무릇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도 교수라는 직업 특성상 방학이 있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에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그..

일상 이야기 2025.06.05

결혼 11년

어제인 2025. 5. 31.은 아내와 내가 결혼한 지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돌아보면 그 11년 동안 우리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내와 나 사이에 세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두 개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국립목포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다. 아내 또한 박사과정을 마쳤고 국립대구과학관에서 계속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내가 가장 보람되다고 느끼는 것은 나에게서 시작된 과학기술자료 조사 연구 전시 사업을 아내가 이어받아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내는 나보다 이 일을 훨씬 더 잘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어한다. 어제는 대구과학관에서 큰 행사를 한다기에 점심을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관에 놀러 갔는데, 아내가 조성해 놓은 전시관은 내가 과학관에서 일할 때 조성했던 전시관보다 훨씬 멋졌다. ..

일상 이야기 2025.06.01

감사한 일들

소소한 삶의 기쁨들이 있다. 되돌아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풍족하게 살았던 적이 별로 없다. 수수한 옷을 입었고 수수한 신발을 신고 다녔다. 나는 초중고 시절 과외 수업을 받은 적이 없고 고액을 들여 학원에 다닌 적도 없다. 대학 시절에는 국립대학교의 인문대학 학생이라 등록금이 전혀 비싸지 않았다. 대학 시절 나는 매달 30만 원을 생활비 삼아 살았고, 학교에서는 대개 제일 값싼 밥을 사 먹었다. 군대에서 장교 생활할 때도 나는 주말이나 휴일에 장교 숙소 근처의 군립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 종일을 보냈다. 나는 서울에서 살 생각을 못했다. 내 첫 번째 직장은 취직 당시 서울에 있었으나 곧 대구로 이전할 공공기관이었다. 직장이 대구로 이전한 뒤에 아내와 나는 대구 도심이 아닌 변두리에 있는 신도시 ..

일상 이야기 2025.05.28

순간과 자신에 집중하며 살기

나는 내 삶을 떠날 수 없다. 내 삶은 나의 운명이다. 만약 변화라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지금의 나로부터 겨우 조금씩 가능한 것이지 내가 지금과 다른 아주 새로운 나로 변화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누구이고 지금 내 삶의 현실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직시하라. 늘 인간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직면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 다른 요행이나 편법을 바라서는 안 된다. 제도는 견고하지만, 그 제도에 매몰되고 그것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제도는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이고, 대학교라는 기관과 대학교수라는 지위는 비교적 견고한 편이다. 그러나 대학교와 그 대학교의 교수라는 형식적 제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제도가 없다고..

일상 이야기 2025.05.25

중고등학교 시절을 기억함

나는 철학을 전공했지만 나는 스스로 자신이 수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를 전문적인 수학자 혹은 자연과학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나는 상식적인 관점을 가지고 수학 혹은 자연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과학 애호가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는 수학과 자연과학에서 재미를 느끼며, 순수하게 추상적인 철학적 논의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부산 동해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는 우리 학교의 수학경시대회 대표로 선발되어 부산시 대회를 준비했다. 그때 학교에서는 경시대회 대표 학생에게 일종의 특권을 주었는데, 그것은 매일 일정 시간 동안 학교 정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학교 내의 특정한 장소에서 경시대회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

일상 이야기 2025.05.21

과학철학 연구에 집중하기

임용된 지 1년이 지나, 대학 교수로서의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우리 학교인 국립목포대학교에도 제법 친숙해졌다. 주말 부부로서 살아가는 일도 상당 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에서 목포대학교로 갈 때는 차가 밀리지 않는 이른 새벽에 움직이는 게 가장 효율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학교에서 생활할 때는 숙소가 학교와 가까운 것이 제일 좋다는 사실 역시 절실하게 느낀다. 목포대학교에서 가족들이 있는 대구로 갈 때는 무리하지 말고 중간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2024년 교수업적 평가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직 그 결과를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다른 교수님들과 비교할 때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길 기대한다. 매년 꾸준히 연구 실적을 얻어 무난하고 평이하게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하는 것..

교관으로서의 교수

대학교수가 되어서 좋은 것? 나의 경우 일반적인 학자의 경로를 따라서 대학교수가 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관점이 일반적인 대학교수가 대학교수직을 바라보는 관점과 다를 수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오래전부터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온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국립대학교 학부, 육군 장교, 국립대학교 석사, 국립대학교 박사, 국가 공공기관(한국장학재단,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국립대학교 교수. 대학 4년, 군 복무 3년, 석사 2년, 공공기관 12년(박사 2년은 재직 중에 마쳤다), 대학교수 1년. 나는 이렇듯 총 22년을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근무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내가 어떤 태도를 갖고 학생들을 대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않는..

일상 이야기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