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내가 교수라는 사실을 온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같은 사람이 교수가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교수라는 사실은 너무나 우연히 혹은 운 좋게 일어난 일이다. 나는 세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기묘하게 느껴지면서도, 이렇게 우연한 일이 일어나기에 이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사실 나는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유형의 사람이긴 하며, 사람의 유형만 보면 나는 철학 교수로서 매우 적합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최근에 발급받은 공무원증(교육부)을 늘 소지하고 다닌다. 그리고 나의 공무원증을 볼 때마다 괜히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교육 공무원 교수가 되다니! 나의 공식적인 신분은 교수로 이미 확정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교수-되기’의 과정에 머물러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