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도전의 즐거움

강형구 2023. 6. 8. 16:12

   나는 너무도 부족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나의 부족함을 느낄 때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싶다면, 아무런 도전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계속 도전한다. 실패하고 깨져도 계속 도전한다. 왜냐하면 나는 실패하더라도 지금의 부족한 나로부터 조금 더 나아지고 싶기 때문이다. 고통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너무나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해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에게는 너무나 부족함이 많다. 아직 강의도 미숙하고 논문도 더 잘 써야만 한다. 영어도 더 연습해야 한다. 나는 영어 글쓰기와 영어 말하기 모두 더 연습해야 한다. 영어를 듣기만 하거나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영어를 직접 말하고 써야 역량이 강화된다. 어쩌면 나는 박사학위 취득 이후에 너무 안이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일들을 지금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보다 더 강의를 잘하고 싶고, 논문을 더 잘 쓰고 싶고, 영어 글쓰기와 말하기도 더 잘하고 싶다. 과연 내가 그렇게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진실로 나는 이 일들을 지금보다 정말 더 잘하고 싶다.

 

   나는 나와 같은 부족한 사람에게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직시하고 늘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며,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부족함에 머물지 말고 계속 움직이고 노력하고 도전해서 더 나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말했듯, 나는 실패라는 것은 없으며 오직 성공으로 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이것이 너무 소박하고 철없는 관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철저히 이 관점을 가지고 삶을 대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아주 자주 봐왔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겨우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무엇을 할지를 명확하게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그 일을 여러 번 해야 잘 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강의하고 논문을 쓸 것이다. 힘들어도 계속 강의하고 논문을 쓸 것이고, 그렇게 계속해서 하고, 하고, 하면 언젠가 잘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때 나는 도전을 피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도전하면 힘들고 괴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나를 바꿔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고, 더 많이 위험에 노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나를 가두고 살다 보니 삶이 시시해졌다. 늘 같은 삶과 같은 내가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런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진정으로 지금보다 좀 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잘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강의도 잘하고 논문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바람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써봐도 어쩔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잘하게 되는 상상만을 하고 그칠 수는 없었다. 그러면 결국 내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강의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번역한다. 아마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계속 이 일들을 할 것이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혹 그렇다고 해도 나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왜냐하면 오직 계속해 나가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도전을 즐기기 시작하고 있다. 쓰러지면 일어나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처럼, 나는 조금씩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실패 또한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