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느덧 대학교수가 된 지도 1년이 넘어간다. 사람은 본래 적응의 동물이라, 2024년 2월까지 내가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지금으로서는 사뭇 까마득하게 여겨진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예전에는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평범한 나로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직업처럼 여겨졌지만, 막상 교수가 되고 나니 교수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고 교수가 될 확률이 생각보다 작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나는 내가 교수라기보다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국가가 주는 녹을 먹고 사는 공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 마음에 편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력은 연속적인 편인데, 왜냐하면 육군-한국장학재단-국립대구과학관 모두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또한 국립대학교이므로(법인이긴 하지만) 국가 기관이다. 나는 서울대학교도 그것이 ‘서울대학교’라서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국립대학교’라서 마음에 든다. 나는 나름 일관되게 공직에 종사하고 있고, 그에 관한 자부심이 있다.
업무적으로 보면 교수라는 직업의 노동 강도는 비교적 센 편이다. 교수라는 직업인 자체가 체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에 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교수가 대학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대학이란 조직의 행정 업무 대부분은 대학 교직원과 보직 교수들이 수행한다. 반면,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적인 공식 업무다. 이것이 나의 예전 직장 업무와 다른 점이다. 교수가 되기 전까지 나의 주된 업무(국립대구과학관에서)는 대국민 전시 교육 콘텐츠 연구 제작 및 이에 관련된 행정 처리였다. 그런데 이제 나의 주된 업무는 학생들에게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그건 내가 학과 소속이 아니라 교양학부 소속이라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학생 지도의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는 것이다. 수업만 열심히 잘하면 된다. 단점으로는 학문적인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점은 내 관점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데, 왜냐하면 과학철학 연구자를 양성하는 기관은 전국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후학 양성은 학술 활동과 학회 활동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모든 과학철학 연구자가 후속 과학철학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에서 일할 수는 없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학교 자체는 매우 마음에 든다. 국립목포대학교는 1946년 목포사범대학교로 출범한 학교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전남대학교를 제외하면 전라남도 지역에 있는 2개의 국립대학교(다른 하나는 국립순천대학교) 중 하나다. 국립목포대학교는 전남도립대학교와 통합하기로 결정되었고, 조만간 국립순천대학교와도 통합하여 전남 지역의 숙원이었던 의과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의 생활은 나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된다. 지금껏 나는 부산, 서울, 강원도 홍천, 세종, 대구에서 살았고, 이제 광주에 살며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일한다. 언젠가 전라북도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올까? 그럴지도 모른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출장으로 전국 방방곡곡을(연평도에서 제주도까지) 돌아다녔던 경험이 있다.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 교수가 하는 주된 일은 연구다. 교수에게는 개인 연구실이 주어지며 마음만 먹으면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연구실에서 연구할 수 있다. 내 연구실은 제법 넓은 편이라 필요하면 간이침대를 펴서 쉴 수 있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사실 나로서는 이처럼 개인 연구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교수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교수라는 직업의 또 다른 강력한 장점은 방학이 있다는 것. 그런데 막상 책을 번역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방학은 금방 지나간다. 훗날 정교수가 된 후에는 방학 때 좀 더 여유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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