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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연구, 교육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관련하여 시국이 혼란하지만, 나는 탄핵 인용이 기정 사실이라 본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법원의 이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 및 일반 항고 포기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관례적이며 불법적인 것이었는지는 만천하에 다 드러나고 있다. 탄핵 인용은 이번 주 금요일 혹은 다음 주 월요일에 이루어질 것이고, 이 일과 관련하여 주말에 전국적으로 소모되어야 하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금요일까지 탄핵 인용 선고가 이루어지는 게 여러모로 바람직할 것이다. 결코 한 줌의 기득권 엘리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나보다 내 가족이 더 중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이미 이 세상에서 충분히 살았기 때문이다. 비록 앞으로도 내 삶이 제법 많이 남았겠지만, 나..

일상 이야기 2025.03.12

혼란한 시국에서 미래를 예측함

어제(2025. 3. 8.)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어 윤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석방되었다. 아마도 3월 14일 전까지 헌법재판소에서는 그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윤대통령이 시행했다 실패한 비상계엄은 우리나라의 헌법 및 법률을 위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확률이 1인 경우는 없으며, 탄핵 기각의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탄핵 인용을 예상할 것이다. 탄핵이 기각되면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며, 보수적 집단조차 그러한 혼란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은 헌법 위반의 차원을 넘어 그 자체가 심각한 범죄다. 따라서 탄핵 후 윤대통령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법 집행 절차와..

일상 이야기 2025.03.09

2025년의 연구 주제

나는 기준을 높게 잡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해, 나보다 훨씬 더 잘하는 사람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세상은 전쟁터이고, 인생은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다. 일시적인 평화와 잠정적인 동료는 일련의 싸움이 이루어지는 하나의 양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경우, 고집을 피우며 끝까지 저항하다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 화해하려고 시도하거나, 그게 안 되면 도망을 쳐서 살길을 찾고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나는 기준을 높게 잡지 않기 때문에 나의 능력으로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연구도 그러하다. 내가 세계적인 수준의 뛰어난 철학자가 아닌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철학 연구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건 당연한..

과학을 살펴보는 고고학적 태도

돌이켜보면, 나는 정규 과정에서 과학을 배울 때 군인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느꼈다. K-2 소총에 대해서 배울 경우, 훈련병은 이 소총의 제원과 기능에 대해서 학습하지만, 이 모든 학습은 결국 소총을 잘 쏘기 위한 것이다. 소총을 잘 쏘기 위해서 많은 연습 사격을 시행한다. 100명의 훈련병은 20발 중 20발을 맞추는 사람, 20발 중 12발을 맞추는 사람 등으로 분류된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습 사격을 하고, 그렇게 훈련을 받은 이후 훈련병들은 정식 군사로서 실전에 투입된다. 결국 훈련의 목표는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 병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훈련병은 기계가 아니다. 훈련병은 왜 내가 이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지금 내가 참여하고자 하는 전쟁은 왜 ..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 관한 단상

법, 규칙, 제도는 일반적이다.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중학교에서 2달 정도 뒤에 중간고사를 치른다고 학생들에게 공표한다고 하자. 이 공표는 학생들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잘사는 학생과 못사는 학생을 구분하지 않는다. 시험 내용은 교과서 내에서 출제되며, 수업에 충실하게 참여한 학생은 누구나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첫째, 모든 학생이 걱정 없이 식사할 수 있는가?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 이야기다. 필요하면 신청자에 대해 학교에서 저녁 식사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집이나 학원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의 경우 학교에 남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는가? 셋째, 책이나 참고서 혹은 문제집을 사 보기 어려운 학생의..

일상 이야기 2025.02.26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까?

왜요?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죠? 나는 이렇게 묻는 것을 일종의 태도 혹은 습관으로 삼는 것을 서양철학의 근본적인 두 정신 중 하나라고 본다. 이와 쌍둥이와도 같은 서양철학의 다른 정신은 어떤 형태로든 이 세계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서사를 만들려는 태도다. 흔히 탈레스를 신화적인 방식이 아니라 자연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했던 최초의 철학자로서(혹은 과학자로서?) 평가한다. 그러나 그보다 나는 탈레스의 설명 역시 하나의 정합적이면서도 불완전한 서사였음에 주목한다.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적인 지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지식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설명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성향을 모든 인간 개체에서 볼 수 있지는 않지만, 이는 분명 서양철학의 또 다른 기둥이다.    이상과 같은 ..

일상 이야기 2025.02.23

변방에서의 생존과 전투

나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수도권 편중 현상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통일신라 시대에는 서라벌(경주) 편중 현상이 있었을 것이다. 수도권 편중이 일어나고, 부와 권력의 집중이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계급이 분화된다. 이런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별로 혁신도시를 만들었고,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했고, 행정수도를 옮겼고, 국회도 옮기려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편중 현상은 계속된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는 지역 정체성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고, 부모님께서 따로 이에 관한 지침을 주시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

일상 이야기 2025.02.19

개학을 앞두고

지난 목요일, 큰이모부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부모님을 모시고 누나와 함께 서울에 다녀왔다. 급작스러운 비보에 많이 놀라고 당황했지만, 친지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을 추릴 수 있었다. 다시 대구로 돌아와 2025년 봄학기를 준비하려 한다.    우선, 2월이 가기 전에 [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 번역과 [시간의 방향] 번역을 마무리한다. [물리적 지식의 목표와 방법]의 경우 번역 원고의 해설을 쓰고, [시간의 방향]의 경우 초벌 번역을 마무리한 후 수식 부분을 다시 한번 검증한다. [시간의 방향] 해설은 늦어도 4월까지는 쓴 다음 출판사에 넘기려 한다. 이 두 번역 원고가 언제 출판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두 원고 중 하나는 올해 출판이 될 수 있..

일상 이야기 2025.02.16

욕심 없이 커피 한 잔

나는 아침에 바쁜 일들을 마친 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직장을 다닐 때도 그랬고, 대학 교수가 된 지금도 그렇다. 나는 이렇게 아무런 의무 없이 편하게 숨 쉬며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모든 인간은 의무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인간이 퇴직한 이후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열심히 일하던 시절에 모은 돈을 다 쓰지 않고 저축하여 퇴직 후 쓸 수 있게 설계해 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먼 훗날 공식적으로 퇴직한 이후에도 스스로 일을 만들어 할 것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은 매일 근처 도서관에 나가 작업을 하지 않을까. 글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 그러나 퇴직 후에도 나는 마음속으로 일과 휴식을 분리하지 않을까 한다.  ..

일상 이야기 2025.02.12

평범하면서 비범한 삶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들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은 경우가 별로 없다. 부모님께서는 아들 자랑을 드러내놓고 하지 않는 편이었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는 편이 아니었고 그냥 조용히 지냈다. 학원(문봉 학원 → 서전 학원)에서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아주 많았고, 나는 그냥 공부를 그럭저럭 잘하는 편에 속할 뿐이었다. 대입 입시학원에 다닐 때는 내 주변에 공부로 날고 긴다는 친구들과 형님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다녔던 학원에서만 20명이 넘는 인원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으니, 나의 합격이 크게 대단한 게 아니었다. 늘 그랬듯 부모님은 합격 축하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과학철학을 고집했던 바보 멍청이였다. 대학에 ..

일상 이야기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