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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는 삶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참 행복했다. 물론 아이들이 끊임없이 집을 어지르는 바람에 계속 청소 등과 같은 집안일을 해야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찬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기쁜 일이었다. 나는 아내와 나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을 가지고 이루어진다. 내가 세상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가는 일, 내가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일 또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합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완전하..

일상 이야기 2024.02.20

한스 라이헨바흐와 20세기 경험주의 과학철학(1/2)

과학철학은 현재 시점에서 인간 공동체가 수립한 과학지식 체계가 갖는 여러 측면들에 대해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학문이다. 인간 공동체가 강력한 과학지식 체계를 수립하여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예측하고, 설명하고, 조작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과학지식 체계의 ‘의미’ 혹은 ‘가치’이다. ‘의미’와 ‘가치’는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제시될 수 있으며, 우리가 과학지식의 어떤 ‘의미’ 혹은 ‘가치’를 지지하고 옹호하는지에 따라 과학지식에 관련된 우리의 실천 양식 또한 변한다.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는 뛰어는 기술 문명을 발전시켰다. 이 두 문명은 정교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고, 계절과 천체 현상을 정확하게 계산했다. 동방에 비할 때 고대 그리스는 기..

독립성의 추구

내가 어린 학생이던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제는 부, 명예, 탁월함, 명성이 아니었다. 나는 그야말로 ‘독립성’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그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을 받지 않으려 했고, 도서관에서 스스로 공부하려 했다. 대학 시절부터 철저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해 왔다. 어쩌면 유학을 가지 않은 것은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나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법, 제도, 규칙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규칙이자 제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을 추종하고 어떤 사람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상 이야기 2024.02.10

시간에 대한 생각

시간이 대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할 수는 없어도,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2024년 2월 6일 오후 9시 14분이다. 지금 이 순간은 이제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그 존재의 유지 혹은 변화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최소한 내 주변만 보면 그렇다. 물론 좀 더 먼 영역으로 논의를 확장하면 이 이야기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들, 이른바 ‘국소적인 것들과 관련한 파악’을 상당히 확신한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최소한 국소적 기준계의 관측자에게 그러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이러한 시간의 흘러감을 부정할까? 그렇지는 않다. 기준계 A에서 보았을 때 기준계 B의 상대 운동(등속 또는 가속)에..

그냥 하다 보면 편하게 된다

작년 2월 말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강박사님’이라고 불러준다. 아직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참 기분이 좋다. 내 명함에도 ‘이학박사,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이라고 적혀 있다. 내가 박사라니!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박사다! 학위증명서도 있다! 게다가 무려 과학사 및 과학철학 박사다! 오예! 박사학위를 갖게 되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박사학위가 없으면 강의를 못 한단다. 박사학위를 갖게 되니 이따금 주변에서 강의 혹은 발표 의뢰를 해오기도 한다. 나는 이런 의뢰를 마다하는 법이 없다. 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강의했지만 ..

꼭 필요한 만큼만

내 삶의 가능성이 청년 시절에 비해 부쩍 줄어든 만큼 내게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많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식사의 경우 나는 밥 한 공기에 김치와 간단한 반찬만 있으면 맛있게 먹는다. 옷은 이미 사둔 옷들을 대충 깔끔하게 차려입는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둔 신발들이 제법 있어서, 새 신발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신던 신발을 신는다. 책도 비슷하다. 내가 관심을 둔 분야의 책들은 이미 대부분 구비하고 있어 굳이 새로 책을 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나의 삶을 영위하는 데는 비누, 치약 등과 같은 최소한의 생필품이 필요할 뿐이다. 내 삶에 꼭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음악인데, 요즘은 인터넷에만 접속할 수 있으면 거의 모든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그러므로 학창 시절에는 음반을 사는..

일상 이야기 2024.01.31

사회적 생존을 위한 선택

부모님에게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의존하지 않으려는 의지는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의지를 ‘독립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독립성을 추구한다면 그 사람은 ‘금수저’가 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 대부분을 포기했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독립성이 강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이전에 우리 집의 재정 형편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교육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IMF 금융위기는 나의 독립성을 더 심화시켰다. IMF를 통해 나는 직업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나의 아버지는 대구..

일상 이야기 2024.01.27

다시 본연의 마음자세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나도 모르게 욕심을 가졌던 것 같다. 내 능력을 초과하는 일들을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잠시나마 착각을 했다. 작년 2월 말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이제 거의 1년 지났다. 박사가 된 이후 내가 겪었던 여러 일들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다시 내 본연의 마음자세로 돌아가려 한다. 한 사람, 특히 나와 같은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벌릴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해 왔고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라이헨바흐의 [시간의 방향] 번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과학관에서의 나의 연구와 연결시키려 한다. 우리 과학..

일상 이야기 2024.01.22

성실한 과학철학 연구자

내 블로그(blog)의 제목은 “성실한 과학철학 연구자”이다. 오늘은 문득 내 블로그 제목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 글을 쓴다. 예전 블로그 제목은 “凡人日記(범인일기)”였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적인 기록’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말 평범한 사람이란 없다. 사람이란 아주 희귀하고 독특한 동물이다. 모든 사람이 독특한 생각과 개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이다. 나 또한 한 명의 사람이며 내 고유의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 제목을 “성실한 과학철학 연구자”라고 바꿨다. 내 블로그를 몇 번 들어오신 분들은 아마 이 말을 지겹도록 읽으셨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좋아했고 지금까지 계속 공부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고량주를 마시며

작년 10월에 과학관에서 무한상상 경진대회를 운영했을 때 중국 팀을 이끌었던 분(조선족 출신)께서 한국에 방문하신 후 내게 대회 준비하느라 고생한다고 고량주를 한 병 선물해 주셨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아 아껴 두었던 이 고량주를 마신다. 53도 가까이 되는 독한 술이다. 나는 오늘 밤 고량주를 마신 후 흥겨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우선 나는 2012년 1월 이후로 나를 공인으로 살게 해 준 나의 운명에 감사한다. 나는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서 일할 때부터 우리나라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나의 사회적 생존을 유지해 왔다. 나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일하며 살아온 나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그 액수가 적은 연봉이지만, 나는 지..

일상 이야기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