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존스턴, [기계적 생명의 유혹] 요약 정리 06

강형구 2016. 8. 23. 06:43

 

 

6, 탈코드화 된 한 쌍 : 인공지능과 인지과학

  

   미첼(Mitchell)은 인간 행동에 대한 동역학적 접근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동역학적 접근과 정보처리 과정을 결합할 경우 새로운 기능 혹은 새로운 적응의 면모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역학적 접근 방식과 정보처리 과정이 전혀 별개인 것은 아니다. 프란시스코 바렐라(Francisco Varela)는 인지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지 과정을 통해서 세계가 구성된다고 보았다. , 인지는 세계 속에 늘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상반된 두 시각, 즉 지능은 상징적인 체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지능은 분산된 연결망 구조를 통해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저자인 존스턴은 6장에서 이러한 두 입장들을 조망해보고, 결과적으로는 후자의 입장이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전자의 입장에 대해 상대적인 우위를 달성하게 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흐려진 경계 : 과학기술(Technics)의 중요성

  

   인간의 지능은 도구 뿐만 아니라 제스처, 기호, 언어 등과 같은 다양한 인지적 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형성된다. 따라서 라깡이 말하는 상징적 질서가 언어적인 특성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라깡의 상징적 질서는 추상 기계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기적같은 탄생, 상징적 살해 : 고전적 인공지능의 시초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원이라는 것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기원이란 상호 모순되고 얽히는 여러 사건들의 중첩들을 통해서 형성됨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였다. 뉴런들의 연결망을 통해 인공지능에 접근한 방식이 있었는가 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에 접근한 방식이 있었다.

  

  인공지능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두 가지 철학적 문제를 정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계가 생각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를 갖는가? 둘째, 인간이 생각할 경우 과연 그 인간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유력한 가설으로 물리적 상징체계(physical symbolic system) 가설이 있다. 인간은 상징들을 조작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일종의 물리적 체계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에 기반해서 사이먼(Simon)과 뉴웰(Newell)이 지능에 대한 프로그램/모형화를 진행시켰고, 그들의 모형은 고차적이고 순수한 추상적 상징적 단계에서 작동했으며, 그 상징체계가 체화된 물질적 재료와는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 초기 인공지능의 단계에서는 기계가 컴퓨터로 대체되었으며 컴퓨터는 주로 프로그램을 통해서 운영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공지능이란 추상적인 사고에 대한 본뜨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인지주의자(cognitivist)의 패러다임

  

   인공지능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컴퓨터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러한 가정 아래에서의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말에 이르면 순수한 프로그램 차원에서의 인공지능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방식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보여주는 복잡한 배경지식을 구현할 수가 없었다.

  

   촘스키는 인간의 언어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서 언어 능력(competetence)’과 언어 수행(performance)’을 구분했다. 촘스키에 의하면, 비록 우리가 개별적이고 우발적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언어 행위는 우리가 내적으로 갖고 있는 언어 능력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내적인 언어 능력은 상징적 조작의 능력이다. 포더(Fodor) 또한 촘스키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촘스키와 포더 모두 프로그램 방식의 지능을 구상했던 것이다.

  

   반면 호프스태터(Hofstadter)의 생각은 달랐다. 호프스태터에 의하면 우리의 의식이 계산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잠재의식(subconsciousness)이 계산적이다. 계산적인 잠재의식들의 여러 모임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우리의 의식에 능동적인 상징들이 출현하게 된다. 호프스태터는 우리의 생각이 생존에 관한 진화적인 필요로부터 등장한다고 본다.

  

   신경 연결망 : 상징계에 대한 통계적 코드화와 탈코드화

  

   실제로 두뇌는 컴퓨터와 전혀 닮지 않았다. 두뇌에는 컴퓨터에서의 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가 없다. 두뇌는 수백억개의 상호 연결된 뉴런들의 집합이며, 어떤 뉴런들의 경우 다른 뉴런들과 1만 가지 정도의 연결 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에 기반한 지능 모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로젠블라트(Rosenblatt)는 뉴런들의 연결망을 본따 여러 매듭들(nodes) 사이를 이어붙였다. 이러한 연결망에서 정보는 연결망 사이의 특정한 비중 분포(weight distribution)에 따라서 저장된다. , 정보란 상징적인 표상이 아닌 연결 혹은 연합을 통해서 저장되는 것이다. 로젠블라트는 뉴런 연결망 집합체의 행동을 더 잘 본따기 위해서 상징논리학 혹은 부울(Boole) 대수 대신에 확률 이론을 도입했다. 이 이론에 기초해서 로젠블라트는 6개의 물리적 매개변수들을 근거로 예측 가능한 퍼셉트론(perceptron)’을 만들었다.

  

   민스키(Minsky)와 페퍼트(Papert)는 이러한 연결망 모형이 아주 기초적인 문제 해결 능력만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연결망 모형이 학습하고 계산하는 능력을 갖지 못하리라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논문을 출판했다. 그러나 룸멜하트(Rumelhart)와 맥클랜드(McClelland) 연구팀은 입력층과 출력층 사이에 뉴런으로 구성된 또다른 층을 첨가시킬 경우 연결망이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됨을 보였다. 또한 그들은 연결망이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게될 수 있음을 밝혔다.

  

   철학자들 사이의 충돌

  

   의식에 대해 상징처리 중심의 접근을 옹호하는 철학자와 연결망 중심의 접근을 옹호하는 철학자 사이에도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상징처리에 비중을 두는 데넷(Dennet)에 따르면, 연결주의자의 관점에서는 언어적 명제들을 표상할 수 있지만, 언어적 명제들 사이에 작용하는 구문론적이고 의미론적인 관계들을 설명할 수는 없다. 반면 처칠랜드(Churchland)는 더 이상 상징처리 중심으로 의식에 접근해서는 안 되며, 우리의 의식은 여러 병렬적인 정보처리 과정의 결과로써 등장하는 그 무엇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몰렌스키(Smolensky)에 따르면, 완전한 연결주의적 관점에 입각했을 경우 언어가 보여주는 조합성(compositionality)마저도 설명이 가능하다. , 연결주의적 모형은 상징처리 모형의 보완물이 아니라 지능과 관련된 더 세련된 모형인 것이다. 스몰렌스키는 벡터 코딩, 텐서 곱 등과 같은 복잡한 표상 방식을 이용해서, 연결주의적 계산 모형이 높은 수준의 상징적 절차들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언어와 통사 끌개(Attractor Syntax)

  

   제프리 엘만(Jeffrey Elman)의 연구는 언어에 대한 연결망 모형이 실제로 가능함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엘만에 따르면, 단어들에 대한 내적 표상들을 처리하는 규칙들은 상징적 조작이 아니라 동역학적 끌개들이다. 엘만의 언어 모형에서는 이전까지의 구문론적 모형과는 달리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모형에서 단어들의 유형은 오로지 단어들의 분포 및 그것들의 상호 연관을 통해서 식별된다. 연결망은 동사를 명사로부터 구분하는 능력을 학습하고, 이 모형에 따르면 문법적 구조 또한 특정한 방식으로 식별되는 것이다.

  

   쁘띠토(Petitot)는 르네 톰의 카타스트로피 이론의 개념을 도입한다. 쁘띠토에 의하면 언어적 구문론과 시각적(및 다른 인지적) 구문론이 유사한 형태를 띠며, 언어적이고 지각적인 구문론은 그 아래에 있는 인지적 유형들이 상이한 위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