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여성병원에 갔다. 아내가 정밀초음파 및 임신당뇨 검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내도 공가를 내고 직장을 하루 쉴 수 있었고, 아내의 진료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아내가 초음파검사를 받는 동안 나는 여성병원 옆 건물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미용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여성병원으로 돌아가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는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해운대에 있는 숙소는 목요일 저녁에 예약을 해 두었다. 우리는 해운대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나마스떼’라는 인도음식집에서 커리를 먹었는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우리는 식사 후에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책을 좀 구경하다가, 배우 하정우가 주연한 영화인 ‘터널’을 보았다. 중고차 딜러인 한 평범한 회사원이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운전을 해서 오고 있는 도중, 터널 안에서 갑자기 터널 천장이 붕괴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주인공은 열악한 상황 아래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끝까지 발버둥을 쳤고, 결국에는 구조되어 아내와 딸아이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보여주는 책임감 있는 모습에 감동되었는지 아내는 영화를 보는 틈틈이 눈물을 보였다. 나 역시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해운대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난 후 해운대 시장을 구경하다가, ‘상국이네 분식’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포장해왔다. ‘상국이네 분식’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역시 줄을 서서 기다리며 맛있는 떡볶이와 순대를 기대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서 막상 음식을 먹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는 음식 맛이 별로였다. 떡볶이와 순대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우리는 텔레비전을 보고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임신 중인 아내는 꽤 버거운 하루 일정이었는지 일찍 잠이 들었고, 나는 아내가 잠든 이후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잠을 청했다. 여름의 막바지에 비가 내렸고, 비가 내린 후에는 부쩍 온도가 낮아져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밖에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아내와 나는 일어나자마자 시장기를 느꼈다. 어젯밤에 든든하게 먹지 않고 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숙소에서는 조식을 오전 7시부터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7시가 되자마자 숙소 1층에 가서 아침식사를 했다. 밥도 맛있었고 식빵도 맛있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10시쯤 숙소를 나서, 부산 기장에 있는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갔다. 아웃렛에서 우리는 아내의 운동화 한 켤레, 고기구이용 그릴 하나 및 기타 주방용품들을 샀다. 쇼핑이 끝나자 아내는 매우 만족스러워 했고, 우리는 부산 동래시장으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아내와 함께 동래시장의 자주 가는 칼국수 가게에서 3천 원짜리 칼국수와 김밥을 사먹었는데 배가 든든했다.
식사 후 시장 과일가게에서 포도와 복숭아를 사 들고 장전동에 있는 누나네 집으로 놀러갔다. 누나네 집에 가니 조카 건호와 세영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내일 점심때까지 있다가 다시 대구로 올라갈 예정이다. 2016년의 여름휴가는 이렇게 소박하게 마무리 될 모양이다. 나의 연차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이지만, 나는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대구에 머무르면서 쉴 예정이다.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퇴근을 한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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