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생각하는 남자 02

강형구 2016. 8. 30. 17:35

 

 

   앞선 글에서 필자는 태현을 자의식이 강한 남자, 혹은 인식론적 흥미를 느끼는 남자라고 했다. 상인인 민수는 태현의 아버지이고, 선영은 태현의 어머니이자 민수의 아내라 했다. 태현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성현이었다. 정민수, 정성현, 정태현. 선영의 성은 김이다. 그래서 태현의 가족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정민수, 김선영, 정성현, 정태현. 민수의 혈액형은 A형이고, 선영의 혈액형은 B형이다. 성현의 혈액형은 A형이고, 태현의 혈액형은 AB형이다. 태현은 1980년에 태어났다. 성현은 태현보다 2살 일찍 태어났으니, 1978년에 태어난 셈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민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취직을 해야 했다. 덩치가 크지 않고 호리호리한 편인 민수는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성격이었고 아주 부지런했다. 민수는 장사를 하면서 윗사람 비위를 잘 맞춰주었고 손님들에게도 싹싹하게 대해, 아주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었고 손님들로부터도 신뢰를 얻고 있었다. 충청남도의 한 시골에서 태어난 민수는 취직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왔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선영을 알게 되었다. 선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 창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선영의 집 역시도 그다지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선영은 집안의 막내딸로 귀여움을 받으면서 자랐다.

  

   78년에 태어난 태현의 형 성현은 욕심이 많았다. 그는 또래의 친구들에게 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장난감도 친구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가져야 했고, 운동이나 공부도 친구들보다 더 잘해야 했다. 그런 욕심에 재능도 따라주었다. 성현은 덩치도 제법 컸고, 공부도 잘했다. 늘 성현은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민수와 선영은 성현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었다. 태현은 덩치가 큰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닮아 다소 호리호리한 편이었다. 운동이나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편이었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매사에 형처럼 의욕적이지도 않았다. 태현은 자신의 앞에 닥쳐오는 일들을 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성현은 뭐든 친구들과 같이 했다. 공부도 친구들과 함께 했고, 운동도 친구들과 같이 했다. 함께 하는 친구들이 없으면 허전해하고 지루해했다. 그런데 태현은 달랐다. 태현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물론 태현이 친구들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고 친구들과 곧잘 어울렸지만, 그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뒤에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이를 즐겼다. 그는 집 근처 동네를 걷거나, 밤이면 불을 켜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었다. 태현은 형인 성현과도 잘 지냈고, 무엇이든 잘하는 형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자신이 형보다 공부를 못하고 운동을 못한다고 해서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다. 태현은 그저 차분하게 자신의 능력껏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을 했을 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태현은 책을 많이 읽었다.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면서 동네의 도서관에 다니는 것이 태현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태현은 최소한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책을 읽은 다음에는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 글로 남겼다. 책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읽게 되는 책들이 생겼다. 태현은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인간이 세계에 대해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보니, 그는 자연스레 철학책들이 꽂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 곳에는 태현이 떠올렸던 물음들에 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쓴 책들이 있었고, 태현은 그 책들 중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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