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과학철학도를 위한 지침

강형구 2016. 9. 11. 15:43

 

   나는 과학철학이란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과학철학 공부 지침을 알려주고자 한다. 그 전에 간단하게 알려둘 것은, 나는 과학철학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나보다 과학철학을 잘 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저 나는 과학철학을 좋아하는 한 명의 과학철학 애호가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철학이라는 학문을 추구함으로써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길을 걷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대학에서 과학철학을 가르칠 수 있으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박사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과학철학과 관련된 과목을 개설하는 대학들이 국내에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박사과정 수료 이후에도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학에 출강해서 얻는 강의료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부모님이나 가족의 도움 없이 과학철학이라는 학문 활동만으로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냉정한 현실이다. 나는 이러한 냉정한 현실 속에서 별도의 다른 직장을 구하는 길을 택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다른 직장을 구하는 등 먹고 살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한 경우, 과학철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다음과 같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과학의 역사와 과학의 철학에 관련된 능력을 아주 능숙한 수준으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갖추어야 하는 능력은 어학능력이다. 과학철학과 관련된 수준 높은 문헌들은 대부분의 경우 영어로 쓰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고급 수준의 영어단어집을 공부하고, 영어 원서 혹은 영어로 쓰인 논문을 꾸준히 읽어야 한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어라는 언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영어와 자주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에서 더 나아가 독일어, 프랑스어까지 습득하면 좋겠지만, 평범한 어학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그와 같은 언어적 확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수준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철저히 습득한 다음에는, 본인이 전공하는 영역의 과학철학 분야를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논리경험주의의 역사라는 주제로 학위를 취득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논리경험주의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주요 저서들을 직접 읽어보고 직접 생각해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단계이다. 논리경험주의의 주요 인물들로는 한스 라이헨바흐, 루돌프 카르납, 버트런드 러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에른스트 카시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모리츠 슐릭 등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사람들이 쓴 모든 저술들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다만, 학위를 얻기 전까지는 이 사람들이 썼거나 이 사람들에 대해서 쓴 다른 저자들의 저술들을 꾸준히 읽고 생각해야 한다. 이 분야에 대한 글들에 익숙해지고, 이와 연관되는 나 자신의 글들을 조금씩 써보는 연습을 한다.

  

   취미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위 취득을 목표로 한다면 논문을 쓰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논문 작성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종의 노동 작업이다. 많이 읽고 깊이 고민했다면 해당 주제에 대한 나 자신의 생각들이 틀림없이 생겨났을 터이고, 그러한 생각을 일정한 형식에 따른 문서작업을 통해 남기는 것이 다름 아닌 학위논문 작성 작업이다. 박사학위 논문 작업은 대개 수료 이후 6년 정도 걸린다. 초반 5년 동안 논문 작성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마지막 1년 동안 논문을 작성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1년 동안 글 쓰는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쓰고 다듬고 쓰고 다듬는 작업이 계속 반복된다. 이 작업을 끝내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학문적 재능보다는 굳건한 의지와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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