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휴가가 11일 정도 남아서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화요일에 휴가를 1일 사용했다. 그날 아내는 휴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에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달성도서관에서 직장에서 빌린 책을 읽었다. 직장에서 빌린 책은 영어단어집인 [해커스 텝스 단어집]과 물리학 교양서적인 [신의 입자를 찾아서]였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더 이상 영어시험을 칠 필요가 없지만, 나는 종종 영어로 된 책을 읽기 때문에 가끔씩은 영어단어집을 읽어 어휘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1년에 1~2회 정도 대학 수준의 영어단어집을 읽는다. 단어집을 읽는다고 해서 단어집에 실린 모든 단어들을 외울 수는 없지만, 잘 기억되지 않는 단어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는 있다.
14일 수요일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겨서 아내와 함께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으로 갔다. 아침 6시 조금 넘어 대구 테크노폴리스에서 출발했고, 다행히 차는 전혀 밀리지 않아 7시 30분쯤 부산 명륜동에 도착했다. 명륜동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아버지와 함께 부산 철마 쪽에 있는 가족농장에 가서 빨강고추, 풋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등을 따왔다. 점심때는 어머니께서 고기를 구워주셔서 맛있게 먹었고, 오후에는 다 읽지 못한 영어단어집을 마저 읽었다. 저녁식사를 한 후에는 온천천에 나가서 한 시간 정도 가볍게 달리기를 하고 돌아왔다. 나는 부산에 올 때마다 비가 오지 않는 경우에는 온천천에서 달리기를 하고자 애쓴다. 온천천 주변 공원은 잘 꾸며져 있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15일 목요일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온천장에 있는 목욕탕인 [반도온천]에 갔다. 추석 명절 당일 새벽이라서 목욕탕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체중을 재어보니 평소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차례 준비를 하고 차례를 지냈다. 조율이시(棗栗梨柿), 홍동백서(紅東白西) 등과 같은 차례 상차림 규칙이 있지만, 우리 집에서는 그런 규칙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상을 차린다. 차례 때는 고조할아버지 내외 및 증조할아버지 내외분을 차례 상에 모시고 인사를 드렸다.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기리는 의식인 차례와 제사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상 음식을 마련하는 것에 관한 부담을 줄이고 고인을 기리는 좀 더 다양한 방법(전기 작성, 인터뷰 녹화 등)을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차례 후 아침식사가 끝나자 아버지께서 영화 관람을 제안하셨고, 부모님과 나와 아내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영화 [밀정]을 보러 롯데시네마 동래관에 갔다. 영화 [밀정]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경찰로 일하는 이정출과 대한민국 독립을 위한 의열단원 김우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내용도 흥미진진한 좋은 영화였다. 영화 관람 후 점심식사를 하고 아내와 나는 처갓집인 구미로 향했다. 가는 길에 대구에 있는 집에 들러 부산에서 싸주신 음식들을 보관한 후 구미로 이동했다. 부산에서 오후 1시 30분쯤 출발했는데 구미에 도착하니 저녁 7시였다. 차가 제법 막혀서 운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처갓집에서 장모님, 처남과 함께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임신 중인 아내는 피곤한지 일찍 잠이 들었고, 나는 [스노우 화이트: 더 헌츠맨]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럭저럭 재미는 있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는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는 처갓집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잠시 근처에 있는 공원을 둘러본 후 마음 편하게 쉬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오후에는 할머니께서 계신 경북 성주의 요양병원에 방문할 계획이다. 병원을 둘러본 다음에는 다시 대구 테크노폴리스로 돌아갈 것이고, 아내와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범하고 단조롭고 낙천적인 (0) | 2016.09.24 |
---|---|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기 (0) | 2016.09.18 |
긴 여행의 주인공 (0) | 2016.09.13 |
과학철학도를 위한 지침 (0) | 2016.09.11 |
생각하는 남자 02 (0) | 2016.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