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철학적인 인간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계속 책을 읽었고 생각했으며 글을 썼다. 그런데 내가 철학적 인간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철학적 인간이 수학을 비롯한 인간의 자연과학적 지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고, 당시 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물리학자가 되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배우며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는 수학과 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철학적 인간이지, 전문적인 수학자와 과학자가 될 사람은 아니었다. 흥미로운 것은, 나는 아주 진지한 사람이지만 아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정말 공부를 잘해서 시험 성적을 잘 받는 친구들은 따로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질 수 없었다.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