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규칙적이고 검소한 삶

강형구 2016. 8. 6. 01:12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컴퓨터는 회사에서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복지 포인트로 작년에 구입한 것이다. 이 노트북은 보급형이라 판매 당시에 가격이 매우 저렴했고, 당시 내게는 좋은 노트북을 사고 싶다는 욕심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는 부지런하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부지런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어주는 숙제는 꼭 했다. 그렇지만 성적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도 나는 매달 88천원을 내고 학원에 다닌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그저 공부가 나의 할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학부시절과 대학원시절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칸트와 같이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아주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자마자 씻고 옷을 입은 후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수업이 있으면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없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나는 과외수업 교사 활동이나 조교 활동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썼다. 군대에서 장교 생활을 할 때도 비슷했다. 나는 아침 일찍 출근했고, 일이 끝나고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홍천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다른 활동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직장이 대구로 이전을 하고 난 후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어 간다. 작년 11월 전까지는 아내가 대구에 있고 내가 서울에 있어 주말부부 생활을 해야 했으나, 지금은 매일 서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침 6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7시에 식사를 하고 720분이 좀 넘으면 직장으로 출발한다. 745분쯤 지하철역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25분 동안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책을 읽는다. 840분쯤 직장에 도착하면 하루가 시작된다. 직장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 4,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고, 직장에 커피와 같은 차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차를 마시기 위해 돈을 쓸 필요가 없다. 오후 6시가 넘어 퇴근을 하면 출근 때와 비슷한 과정이 반복된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은 후, 차를 몰고 집에 온다.

  

   내가 사는 곳은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이다. 이곳은 아내의 직장과 아주 가까운 곳이고, 시골이라 집값도 싸다. 우리 직장의 직원들 중 달성군 유가면에 사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들 시골이라 오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 비슬산 아래에 있어 공기가 좋고, 도심에 비해 한적해서 여유롭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넓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 만약 우리 아파트 전세금을 갖고 대구 도심으로 들어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아파트 주민센터에는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어 공짜로 운동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출퇴근하기 편하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만족한다. 걸어서도 출퇴근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집은 아내의 직장과 가깝다.

  

   나는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며, 담배를 피지 않는다. 게임이나 도박에 흥미가 없고, 운동을 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달리기를 하는 데에는 그다지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씩 책을 사기는 하지만, 가급적 지금까지 모아 둔 책들을 다시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 때문에 책값도 그다지 소요되지 않는다. , 신발 등에 대해서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글을 쓰면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퍽이나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내 앞에서 재롱을 떨기도 하고 농담 비슷한 것도 한다. 물론 그런 재롱과 농담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매우 어설픈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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