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평범하고 진지한 아저씨

강형구 2016. 7. 31. 15:50

 

 

   사람마다 삶의 목표를 갖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삶의 목표는 평범하고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서 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평범함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내게 평범함이란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세상에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혹은 유전적으로 얻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내가 지성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의지대로 얻어졌을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렇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우쭐댈 필요가 없고, 능력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인간 종 내에서 비범한 능력을 갖춘 개체들이 주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출현하는 것은 인간 종의 진화를 위한 하나의 기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능력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편에 속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나에게 놀라움을 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유형이 사람들 사이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나는,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상대적인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것은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한 전략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취한 전략은 보수적인 선택과 집중전략이었고, 이 전략은 평균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전략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전략이었다. 그것은 생애 주기에 맞게 사회가 나에게 원하는 과업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의무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잘 해서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나는 읽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었던 것뿐이고, 달리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대학에 다닐 때도 주변의 똑똑한 친구들을 보면서 이곳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곳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대학은 나를 선택했고, 나는 그 선택에 응했다. 사실 대학은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기관들 중 오직 하나의 기관에 불과했다. 실제로 사회에는 대학보다 더 권위 있고 권력 있는 기관들이 허다하다. 나는 그저 대학이 요구하는 졸업기준을 충족시킴으로써 대학생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

 

   직장에 들어간 것은 지금까지 나를 보호하고 키워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나는 매일 책을 붙잡고 논문을 쓰거나 책을 번역하고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삶을 살았더라도 굶어죽지는 않았으리라. 교육과정과 군복무가 그러했듯 직장에서 일하는 것 역시 나에게는 하나의 의무다. 나와 같이 부족한 사람이 일할 수 있게 해주어서 사회에 감사할 뿐이다. 만약 내가 나의 공부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면 공부를 나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내가 평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러한 길을 걷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부의 길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공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었고, 그것을 계속 할 자유가 나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평범함을 받아들이면서도 진지함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나에게서 뛰어난 연구업적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연구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원하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평범하고 진지한 아저씨가 될 것이다. 수수한 옷차림에 보통 수준의 지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태도로 공부하는 아저씨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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