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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6

코소(Kosso),『현상과 실재(Appearance and Reality)』, 94-109쪽. 두 가지 구분되는 질문들: 우리는 “상대성이론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혹은 상대성이론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라는 물음을 구분해야 한다. 자연이 존재하는 방식: 상대성이론은 자연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기술한다. 즉, 상대성이론은 현상이 아닌 실재를 기술한다. 상대성이론의 개념적 기초는 물리 법칙의 절대적인 특성들과 빛의 속도의 절대성이다. 상대성이론의 기본 뼈대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사건들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인 ‘간격’이 불변한다. 물론 상대성이론에서의 몇몇 특성들은 상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특성들이 상대적인 것은 ..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5

스클라(Sklar),『물리학의 철학(Philosophy of Physics)』, 53-69쪽. 우리는 어떻게 세계의 참된 기하학을 알 수 있을까? 우리의 기하학적 지식에 대한 변화하는 견해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세계에 대한 기초적인 진실들로부터의 추론을 통해서 얻어지는데, 이 때의 기초적인 진실들 또한 오류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초적인 진실들 또한 관찰과 실험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기하학적 체계만은 오류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어왔지만, 이러한 믿음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을 통해 무너지고 말았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적어도 유클리드 기하학 만큼이나 논리적으로 정합적인 기하학 체계였다. 이를 통해 오직 관찰을 통해서만 어떠한 기하학이 옳은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4

코소(Kosso),『현상과 실재(Appearance and Reality)』, 71-93쪽. 일반 공변과 등가원리: 특수 상대성이론은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운동하는 계에서 성립하는 이론이다. 특수 상대성이론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속운동하는 계는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계이다.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적법한 계들을 관성계로만 제한했다는 의미에서, 특수 상대성이론은 말 그대로 특수했다. 상대성원리가 가속운동하는 계에서도 만족하도록 만든 이론이 바로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일반 공변이란 법칙의 형식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모든 준거틀에서 법칙의 형태가 같아야 한다는 규제적인(제한적인) 개념이다. 어떻게 하면 가속운동하는 모든 계들이 일반 공변을 만족시키도록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3

코소(Kosso),『현상과 실재(Appearance and Reality)』, 44-70쪽. 특수 상대성이론의 기초: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등장하는 사물들, 사건들의 속성들 중 어떤 것이 절대적이고 어떤 것이 상대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구분을 하는 데 있어 민코프스키의 다이어그램은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물리학에서 등장하는 법칙들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들의 속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대성원리는 사물들의 속성인 물리학의 법칙들이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원리이다. 전기와 자기에 관한 법칙들(맥스웰 방정식들)을 상대성의 원리와 조화시키는 것이 특수 상대성이론으로 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전자기 힘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들 사이에도 작용하지만, 문제는 서로 상대적으로 움..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2

코소(Kosso),『현상과 실재(Appearance and Reality)』3장,「특수 상대성이론」31-44쪽. 물리학의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든 보편적이다. 따라서, 물리학의 법칙을 통해 공간을 구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속도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속 운동을 하는 계에서는 물리법칙이 정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하나의 좌표 체계와, 정지에 대한 그것의 특정한 상태를 하나의 준거틀(reference frame)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물리 법칙이 관성계에서 같다는 것이 특수 상대성의 원리이다. 상대성원리는 갈릴레오 이래로 물리학에 있어서 중요한 원리이다. 공간과 시간: 그렇다면 관성계와 비관성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관성계는 과연 무엇에 대해서 등속운동하고 있는가? 공간에 대해..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1

1장,「서론: 철학과 물리과학」 1. 과학이 철학에 대해 갖는 관계: 19세기 이후 자연철학과 물리과학이 분리되면서 철학과 물리과학 사이가 요원해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물리과학과 철학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물리과학의 개념들과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이 과학철학의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과학철학에서는 특정한 과학적 진술이 분석적인지 종합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왔지만, 콰인(W. V. Quine)은 이러한 구분이 수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이론에 등장하는 하나의 진술은 그 자체만으로 종합적이거나 분석적일 수 없다. 어떠한 진술에도 규약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한 진술은 그것이 이론 체계의 연결망 중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가 파악되고 난 뒤에..

생각하는 남자 02

앞선 글에서 필자는 태현을 자의식이 강한 남자, 혹은 인식론적 흥미를 느끼는 남자라고 했다. 상인인 민수는 태현의 아버지이고, 선영은 태현의 어머니이자 민수의 아내라 했다. 태현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성현이었다. 정민수, 정성현, 정태현. 선영의 성은 김이다. 그래서 태현의 가족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정민수, 김선영, 정성현, 정태현. 민수의 혈액형은 A형이고, 선영의 혈액형은 B형이다. 성현의 혈액형은 A형이고, 태현의 혈액형은 AB형이다. 태현은 1980년에 태어났다. 성현은 태현보다 2살 일찍 태어났으니, 1978년에 태어난 셈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민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취직을 해야 했다. 덩치가 크지 않고 호리호리한 편인 민수..

일상 이야기 2016.08.30

2010년 겨울 독서모임 공부자료 04

헴펠,『자연과학의 철학』8장, ‘이론적 환원(Theoretical Reduction)’ 8.1. 기계론과 생기론의 논쟁 신생기론자들은 생물체와 생물학적인 과정이 어떤 근본적인 면에서 순전히 물리-화학적인 물체나 과정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기계론자들은 생물체가 매우 복잡한 물리-화학적인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를 기계론과 생기론의 논쟁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으며, 헴펠은 이 논쟁이 철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료하게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철학적 명료화를 토대로 논쟁의 해결 가능성에 대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자. : 생물체들이 지닌 모든 특성들은 물리학과 화학의 개념들을 사용하여 완전히 기술될 수 있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해..

생각하는 남자 01

태현은 자의식이 강한 남자였다. 자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태현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경이롭게 여겼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어느 휴일 아침이었다. 태현은 아버지를 따라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산에 올랐다. 시절은 봄이었고, 산 중턱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넓게 뻗은 가지들과 초록빛 잎사귀들을 뽐내며 울창하게 서 있었다. 맑은 날씨에 하늘은 푸르렀고, 태현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을 쳐다보았다. 찬란한 빛이 태양으로부터 태현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조그만 먼지 입자들이 빛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였고, 태현은 빛 속에서 움직이는 입자들을 물끄러미..

일상 이야기 20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