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4

강형구 2016. 9. 5. 06:53

 

코소(Kosso),현상과 실재(Appearance and Reality), 71-93.

  

   일반 공변과 등가원리: 특수 상대성이론은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운동하는 계에서 성립하는 이론이다. 특수 상대성이론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속운동하는 계는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계이다.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적법한 계들을 관성계로만 제한했다는 의미에서, 특수 상대성이론은 말 그대로 특수했다. 상대성원리가 가속운동하는 계에서도 만족하도록 만든 이론이 바로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일반 공변이란 법칙의 형식을 지칭하는 개념으로서, 모든 준거틀에서 법칙의 형태가 같아야 한다는 규제적인(제한적인) 개념이다.

  

   어떻게 하면 가속운동하는 모든 계들이 일반 공변을 만족시키도록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등가원리이다. 등가원리란, 미소 시간과 미소 영역에서 균일한 중력장 아래 운동하고 있는 관찰자의 경우, 그 주변의 모든 물체들이 모두 같은 중력가속도를 갖고 낙하하기 때문에, 자신이 관성계에 있는지 비관성계에 있는지를 구별할 수 없다는 원리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중력의 효과들은 준거틀의 가속 효과로 간주될 수 있다.

  

   일반 공변과 등가원리의 귀결들: 우리에 대해 상대적으로 위쪽으로 등가속도로 운동하는 상자를 생각하자. 물리법칙을 기술하는 데 있어서 우리와 상자 안의 관찰자는 서로 동등하다. 우리가 볼 때, 상자의 한 쪽 벽으로 들어온 불빛은 다른 쪽 벽에 원래 들어왔던 위치보다 낮은 곳에 도달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우리는, 상자가 위쪽으로 가속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하지만 상자 안의 관찰자는 빛이 휘는 것을 보고, 자신의 관측계가 균일한 중력장 아래에 있다고 답변할 것이다. 등가원리에 따르면, 중력장의 효과와 등가속도의 효과는 서로 같기 때문이다. 만약 위와 같은 추론이 옳다면, 중력장을 통과하는 빛의 경로는 중력장을 통과하지 않는 빛의 경로와 다를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중력장 아래에서의 빛의 휨 현상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중력에 의한 적색편이 또는 시간지연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중력장이 존재할 경우, 중력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의 관찰자는 중력장과 가까이 있는 곳에서 시간이 느려지고 전자기파의 진동수가 작아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공변과 등가원리에 따르면 공간의 곡률도 달라진다. 우리가 등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원판 위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원판의 지름과 원판의 둘레의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우리가 속해 있는 영역의 곡률을 측정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원판으로부터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있다면, 원판의 둘레를 측정할 때 로렌츠 수축 효과로 인해 우리가 갖고 있는 측정막대의 길이가 줄어들고, 따라서 원판의 둘레는 원판이 정지해 있을 때보다 더 길게 측정된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적용된다는 것은 c=πd를 의미하지만, 이 경우 c'>πd'이므로(이 때, d=d'), 가속운동하고 있는 계에서는 가속운동의 효과로 인해 유클리드 기하학이 적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질량이 있는 물체는 물체 주변에 있는 시공간의 곡률을 변화시키고, 이로부터 시험가능한 예측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이르면 관성운동의 개념이 더 일반화된다. 이전까지는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등속도 직선운동만을 관성운동이라고 칭했지만, 이제는 임의의 공간이 주어졌을 경우 그 공간의 측지선을 따르는 운동을 관성운동이라 부를 수 있다. 공간의 곡률은 그 공간의 질량 분포에 의해서 결정된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한 공간에서의 빛의 경로는 항상 그 공간의 측지선을 따른다.

  

   마흐의 원리: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에 대한 절대론적 관점을 지지하는 것일까 상대론적 관점을 지지하는 것일까? 질량을 갖는 사물들이 공간의 곡률을 변화시키고, 사물들이 그렇게 변화된 곡률에 다시 반응한다는 점은 상대성이론의 시공간이 갖는 관계론적인 특성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은 아무런 물체들도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의 기하학적 특성 또한 언급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전적으로 관계론을 지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스클라(Sklar),물리학의 철학(Philosophy of Physics), 40-52.

  

   중력과 시공간의 곡률: 일전에 뉴턴은, 역학의 법칙들과 중력법칙을 결합했을 경우 행성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들이 (수정된 형태로) 도출됨을 보였다. 특수 상대성이론이 등장한 이후, 물리학자들은 마치 뉴턴이 케플러의 법칙들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새로운 물리학의 핵심 원리인 상대성의 원리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고전역학을 수정하려고 했다. 그러한 시도들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었다.

  

   일반화된 상대성이론을 수립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바로 중력이었는데, 중력이 가속도 준거틀을 도입함으로써 대체될 수 있다는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의 핵심을 이룬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의해, 중력은 시간 및 길이 측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중력과 함께, 시공간은 평평한 것이 아니라 굽어 있는 것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유클리드 기하학의 다섯 번째 공준인 평행선 공준의 경우, 다른 공준들에 비해 자명하지 않아서 유클리드 당시부터 이 공준을 다른 공준들로부터 연역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18세기의 수학자 사케리는 논리학에서의 귀류법을 도입해서, 평행선 공준을 부정할 경우 모순이 생김을 보임으로써 평행선 공준의 타당성을 보이려고 했다.

  

   사케리는 자신이 모순을 보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고, 사케리의 작업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여 19세기가 되면 몇몇 수학자들이 평행선 공준을 부정해도 논리적으로 정합적인 기하학을 얻을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볼리야이, 로바체프스키, 가우스). 이것이 바로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발견이다.

  

   특히 가우스는, 2차원 평면 위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생명체의 경우에도 자신이 소속된 공간의 곡률을 측정할 수 있음(원주율의 측정을 통해)을 깨닫고, 이를 토대로 순수한 내적 기하학(공간의 내적 특성들만으로 그 공간의 곡률을 결정할 수 있는 기하학)이 수립되는 기초를 놓았다. 이후 가우스의 제자였던 리만은 이러한 가우스의 작업을 더 일반화시켰다.

  

   일반화된 리만 기하학에서도, 국소적 영역에서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만족된다. 일반화된 기하학에서 공간이 평평한지 굽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길이와 방향을 가진 하나의 벡터를 그 공간 내의 닫힌 경로를 통해 평행하게 이동시켰을 경우, 시작점에서와 끝점에서의 방향이 동일하면 평평하고 그렇지 않으면 굽어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물리학에 사용하기: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것은 굽은 공간이 아닌 굽은 시공간이다. 우리는 오직 중력의 영향 아래에서만 움직이는 자유입자들과 빛의 경로를 토대로 시공간의 곡률을 결정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곡률 결정의 결과가 강체 막대와 표준 시계를 사용해서 시공간의 계량을 측정한 결과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란 굽은 시공간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보면, 좌변에는 시공간의 곡률을 특성화하는 수학적 표현이 자리잡은 반면, 우변에는 질량 에너지 분포를 특성화하는 수학적 표현(이른바 변형-에너지 텐서)이 자리잡고 있다. 장방정식은 시공간의 곡률과 질량 에너지 분포라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경우에만 세계에 대한 유의미한 해를 내놓는다.

  

   간략한 논평: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 이후 일반 상대성이론을 완성시키는 데에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새로운 이론이 만족시켜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들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조건들을 모두 충분하게 만족시키는 수학적 이론을 만드는 것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코소와 스클라의 책을 읽고 아쉬웠던 점은,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까지 겪었던 어려움들에 대한 서술이 거의 없고, 일반 상대성이론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정성적인 나머지 독자들에게 정말 일반 상대성이론의 겉만 핥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아쉬움은 코소, 스클라가 소개해주고 있는 참고문헌들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