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3

강형구 2016. 9. 2. 06:55

 

 

코소(Kosso),현상과 실재(Appearance and Reality), 44-70.

  

   특수 상대성이론의 기초: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등장하는 사물들, 사건들의 속성들 중 어떤 것이 절대적이고 어떤 것이 상대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구분을 하는 데 있어 민코프스키의 다이어그램은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물리학에서 등장하는 법칙들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들의 속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대성원리는 사물들의 속성인 물리학의 법칙들이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원리이다.

  

   전기와 자기에 관한 법칙들(맥스웰 방정식들)을 상대성의 원리와 조화시키는 것이 특수 상대성이론으로 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전자기 힘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들 사이에도 작용하지만, 문제는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들 사이에도 전자기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었고, 이렇게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들 각각에서 전자기 현상을 기술할 경우 상대성원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 전자기 현상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좌표계에서 맥스웰 방정식의 꼴이 서로 같지 않았던 것이다.

  

   맥스웰 전자기학의 가장 주목할 만한 결론은 빛의 속도가 모든 관성계에서 일정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빛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면, 전자기에 관한 물리학의 법칙들은 서로 다른 관성계에서 그 수학적인 꼴이 같지 않을 것이었다. 고전역학에 적용되는 갈릴레이 변환에 의하면 관측계와 무관하게 동일한 크기를 갖는 속도는 존재할 수 없기에,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이론적, 경험적) 발견이었다.

  

   광속 일정의 원리의 귀결들: 이제 우리는 광속 일정의 원리로 인해, 이전까지 사물들의 절대적인 속성들이라고 생각되었던 것들이 상대적인 것으로, 또는 그 역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 민코프스키 다이어그램은 유용한 지침을 제공해준다.

  

   동시성의 상대성: 상대성이론 이전까지 동시성은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상대성이론 이후 동시성은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동시성이 왜 상대적인지에 대해서는, 민코프스키 다이어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좌표계 A에 대해서는 동시성의 선 위에 놓여 있는 사건들이, 좌표계 B에 대해서는 동시성의 선 위에 놓여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동시성의 상대성은 간단한 사고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좌표계 A, B가 상대적으로 등속 운동하고 있을 경우(편의를 위해 x 방향으로만 운동하고 있다고 하자), A의 관점에서는 동시적으로 발생한 두 사건이 B의 관점에서는 동시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 때 우리는 광속 일정의 원리를 전제하고 있다.

  

   동시성의 상대성은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상대론적 물리학은 시간 또는 공간에 대한 것이 아니며, 시공간에 대한 것이다.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 광속 일정의 원리를 전제하면, 시간의 지속은 절대적인 속성이 아닌 상대적인 속성임이 도출된다. 간단히 말해, 두 사건 사이의 지속 시간은 상대적으로 이동하는 관성계에서 더 길다. 서로 상대적으로 이동할 경우, 정지해 있는 계에서 움직이는 빛의 경로보다는 이동하는 계에서 움직이는 빛의 경로가 더 길고, 두 계 모두에서 빛의 속도는 일정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계에서 빛이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길이 수축도 시간 지연과 유사하다. 간단하게 말해, 두 점 사이의 공간적 간격은 정지해 있는 관성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하는 관성계에서 더 짧다.

  

   그 어떤 것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다: 빛의 속도가 상한 속도라는 것은 특수 상대성이론의 공준이 아니다. 이는 어떤 사물이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를 경우 인과율이 위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이다. 빛의 속도라는 물리적 한계는 두 사건사이의 시공간적 분리를 세 가지 부류로(시간적, 공간적, 빛적) 나눌 수 있게 한다.

  

스클라(Sklar),물리학의 철학(Philosophy of Physics), 25-40.

  

   공간과 시간에서 시공간으로, 특수 상대성이론의 기원들: 빛의 속도는 관측자에 대해, 관측자의 운동 상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맥스웰 전자기학의 결론이었다. 19세기 말의 물리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퍼진 탄성 에테르를 뉴턴의 절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은 에테르 속에서의 지구의 운동을 측정하려는 시도였지만, 실험 결과 에테르에 대한 지구의 운동 효과를 관찰할 수 없었다. 몇몇 물리학자들은 에테르의 국소적 끌림 현상 때문에 운동 효과를 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전까지 잘 확립된 천문학적 관측 결과들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물리학자인 로렌츠는 로렌츠 수축 및 로렌츠 시간 지연을 도입해서 실험 결과를 설명했지만, 로렌츠와는 달리 아인슈타인은 길이의 수축 및 시간의 지연을 단순한 겉보기가 아닌 실재에 대한 지칭으로 받아들이고 실험 결과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빛에 대한 특수 상대성원리를 가정할 경우, 서로 떨어져 있는 시계 둘을 동기화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사건들의 동시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모든 관측자들이 동등해진다.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절대적이라고 생각되었던 동시성이 상대적인 것이 된다. 다만, 사건들 사이의 간격의 제곱이라는 양은,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 운동하는 관찰자들에게 동일한 것으로 남는다.

  

   민코프스키 시공간: 뉴턴 역학과는 상반되게, 민코프스키의 시공간에는 특정하게 정지하고 있는 관찰자가 없다. 이 시공간에서는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으며, 길이 수축과 시간 지연은 관측자들에 대해 완벽하게 대칭적이다. 사건들 사이에 경과된 고유 시간은 하나의 사건에서 다른 사건에 이르는 시공간의 경로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에 따라 쌍둥이 역설이 일어나고, 아원자 입자의 겉보기 수명도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전자기 법칙들과 상대성원리, 광속 일정의 원리들에 기반한 특수 상대성이론의 관점에서는 고전역학이 상대성원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따라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은 고전역학을 상대론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에 따르면, 인과적 신호에 의해 연결될 수 있는 사건들의 경우, 그 사건들의 연쇄 순서는 관측자와 관계 없이 일정하게 판단된다. 만약 우리가 빛보다 빠른 입자(타키온)를 허용할 경우, 이는 순환적 인과를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는 절대 공간이 의미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등속운동계와 비등속운동계 사이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 여전히 비등속운동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간략한 논평: 아인슈타인은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들(헤비사이드에 의해 수정된)이 진정한 자연법칙들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정식들이 상대성원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원형 전선 안을 자석이 왕복운동 할 경우, 자석의 입장에서 기술하는 전자기 현상과 전선의 관점에서 기술하는 전자기 현상이 서로 다른 종류의 것으로 기술되었고,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비대칭성을 매우 못마땅해했다.

  

   뉴턴의 역학은 전자기현상에 대한 역학이 아니었다. 뉴턴 또한 갈릴레이 상대성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역학을 수립했지만, 갈릴레이 변환은 전자기 현상에 대한 상대성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전자기학과 고전역학을 조화시키는 것이 당시의 물리학자들이 당면한 핵심적인 문제였다. 고전역학은 질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다루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물리학이었고, 전자기학은 점차적으로 질점과 힘이 아닌 장(field)을 다루는 물리학으로 발전해나가는 참이었다. 질점의 물리학과 장의 물리학 사이의 조화, 이 또한 당시 물리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코소와 스클라의 책 모두 19세기 말 및 20세기 초 당시 물리학의 역사적 맥락을 다소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당시에는 로렌츠의 이론적 작업이 매우 그럴듯하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