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이야기

물리학의 철학 독서노트 01

강형구 2016. 8. 31. 06:41

1,서론: 철학과 물리과학

  

   1. 과학이 철학에 대해 갖는 관계: 19세기 이후 자연철학과 물리과학이 분리되면서 철학과 물리과학 사이가 요원해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물리과학과 철학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물리과학의 개념들과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하는 것이 과학철학의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과학철학에서는 특정한 과학적 진술이 분석적인지 종합적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왔지만, 콰인(W. V. Quine)은 이러한 구분이 수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이론에 등장하는 하나의 진술은 그 자체만으로 종합적이거나 분석적일 수 없다. 어떠한 진술에도 규약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한 진술은 그것이 이론 체계의 연결망 중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가 파악되고 난 뒤에야 경험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2. 현대물리학과 철학: 현대물리학은 고전물리학에 비해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세계에 대한 물리적 상이 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가 요구되고, 이러한 개념화를 하는 것이 바로 과학철학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수립 과정에서 분명해졌듯이, 주요한 물리적 원리들과 방법론에 대한 철학적 분석은 물리적 이론화의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새로운 물리 이론의 통찰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개념적 구조 또한 재형성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의 물리학에서는, 물리학자들이 그 자신들의 실천의 일환으로, 가설들을 수용하고 거부하는 우리의 근거에 관련된 기초적인 주제들을 탐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되었다. 상대성이론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업적이나 양자역학에 관한 보어의 업적은 이러한 새로운 인식론적인 경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성을 분석하는 아인슈타인의 과정은 철학적이었다. 보어 또한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과 인식 주체인 인간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3. 물리학의 철학과 철학 일반: 물리학에 속하는 특정한 사례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과학철학의 맥락에서 가능하고, 이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논의의 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있다. 특히, 물리적 기하학에 대한 논의는 과학이론에 대한 논의 일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하나의 이론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론이 수립되는 과정 그 자체에 특정한 철학적 전제들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를 항상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전제들이 아닌 다른 전제들이 개입되었을 경우, 어떤 다른 철학적 결론이 도출되었을지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4. 이 책의 목표와 구조: 이 책은 전문적인 수학적 지식과 물리학적 지식을 전제하지 않으며, 물리학의 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조망을 제공하는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독서평: 스클라의공간, 시간, 시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매우 체계적이고 압축적으로 논의한 좋은 책이었다. (읽고 있는 중이다. 다 읽지 못했다.) 한 권의 책에서 물리학의 철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문제’, ‘자연의 통계적 특성에 관한 문제’, ‘양자역학의 문제를 매우 간결하게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수준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클라의 책에 대한 보충으로서 토레티의 책물리학의 철학을 읽고 있다. 토레티의 책은 매우 역사적이면서도 철학적이다. 뉴턴 이전까지의 물리학의 철학에 대한 그의 간결한 설명은 정말 일품이었다. 이번 학기에 스클라의 책, 토레티의 책, 이에 덧붙여 쿠싱(Cushing)의 책물리학의 역사와 철학도 읽어볼 생각이다. 아니면 스클라의 책공간, 시간, 시공간을 끝까지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특히 스클라가 기하학의 인식론에 대해서 서술하는 장은 굉장히 압축적이면서도 뛰어나다. 과연 스클라가 물리적 기하학에 대해 어떤 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이번 학기의 중요한 목표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