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61

공공업무 행정사무원

나는 한국의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대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가서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건강검진을 통해 나의 신체상태를 점검하고, 나의 건강 상태가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나의 키는 177센티미터, 체중은 80킬로그램이다. 5년 전에는 178센티미터에 73킬로그램이었으니, 키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체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체중의 경우 운동을 통해 현재 상태보다 5킬로그램 정도 감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일주일에 2일 이상 근력운동과 심폐운동을 하고 있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술도 소주 반병 이하로 마시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 보았을 때 건강상태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일상 이야기 2016.11.17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읽고

근래에 라이헨바흐가 쓰고 이정우 선생님이 번역한 [시간과 공간의 철학]을 다시 읽었다. 재미있었다. 이 책은 내 삶에 무척이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책을 몇 번째 읽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을 것이다. 그 첫 만남의 장소가 부산의 서면에 있는 영광도서였는지, (지금은 없어진) 동보서적이었는지, 아니면 부전도서관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던 내게 이 책은 퍽이나 어려워서 나는 그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나는 이 책이 무엇인가 굉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내게 이 책은 외로운 섬 같았다. 역자인 이정우 선생님은 이 책 이후로 라이헨바흐의 책을 번역하지 않았고, 우리말로 번역된 상대성이론 해설서들 중에 ..

일상 이야기 2016.11.11

2년 만의 토익시험 응시

나는 2년 전인 2014년 8월에 토익시험에 응시했다. 이 시험은 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의 앞 글자들을 따와 토익(TOEIC)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영어를 사용하여 사업 또는 영업을 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영어를 기본 외국어로 교육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영어 의사소통능력은 거의 모든 직업 영역에서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능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는 취직을 준비하던 2011년에 처음으로 토익시험에 응시했고, 그 해에 두 번 토익시험을 치르고 직장에 취직을 했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던 도중인 2014년 8월에 영어능력을 점검한다는 의미로 다시 한 번 토익시험을 치렀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는 세..

일상 이야기 2016.10.30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가 대략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현재 커다란 파문에 휩싸여 있다. 공식적으로 정부 조직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특정인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근거로 정부 운영의 핵심적인 사안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쳐 왔다는 것이 다수의 언론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헌법, 법률, 원칙과 규정에 의해서 이루어야 하는 정부의 운영 규칙이 철저하게 파괴되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혼란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충격을 2014년에도 경험한 바 있다. 그 해 4월에 국민들을 태운 배인 세월호가 바다 위를 운행하다 침몰했고, 세월호에 타고 있던 국민들을 구조할 책임이 있던 정부는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

일상 이야기 2016.10.29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회고

나는 1982년생이다. 이는 내가 한국에서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음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은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최악의 물수능’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만큼 시험이 쉬웠다는 뜻이다. 그러나 ‘물수능’이었다는 사실이 2001년 시험을 치렀던 학생들을 비판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당시의 시험을 출제한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물수능’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이 경험했던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기억해보고자 이 글을 쓴다. 나는 1999년 7월에 부산과학고등학교(현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그만두었다. 과학고등학교의 주입식 과학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사실 고등학교에서 읽었던..

일상 이야기 2016.10.19

독서일기

오늘 문득 떠오른 생각. 나는 살아가면서 나의 감각들로부터 온갖 정보들을 얻는다. 내가 의식적으로 얻는 정보들 중에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는 시각적 정보들이다. 그런데 시각적 정보들에는 짧은 문장들 역시 자주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서울로 출장을 왔는데, 동대구역에서 KTX 열차를 기다리면서 나는 역사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야 속에서는 사람들이 서 있거나 벤치에 앉아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열차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에서는 곧 출발하는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한다는 짧은 문장을 내보내고 있었다. 내가 눈으로 바라보는 거의 대부분의 공간에서 나는 짧은 문장이나 도형이 가미된 상징 기호들을 본다. 나는 이러한 시각적 정보들과 단편적인 문장들, 실용적으로 유용한 상징 기호들로부터 잠..

일상 이야기 2016.10.15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

잘 지내셨습니까, 김선생님? 저는 대한민국에서 과학철학(科學哲學, philosophy of science)을 공부하고 있는 35살의 학생입니다. 선생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겨우겨우’ 학생입니다. ‘겨우겨우’ 대학에 들어갔고요, ‘겨우겨우’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겨우겨우’ 석사 논문을 썼고, ‘겨우겨우’ 박사과정 수업 수강을 최근에야 마쳤습니다. 학부, 석사, 박사과정 학점 이수규정도 ‘겨우겨우’ 충족시켰습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이후 저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집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학교에 소속되어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모범생이 아닌 우둔하고 평범한 학생일 뿐입니다. 우둔하고 평범한 학생이라도 스스로가 ..

일상 이야기 2016.10.08

어떤 현실인식

추석 연휴 때 부모님, 아내와 영화 [밀정]을 보고 난 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는 1945년에 끝났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학문적으로도 독립을 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아직까지 학문적으로 식민지 상태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물음이 시작된 이후 나는 일제 식민시대와 현재의 학문적 상황을 비교하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학문적 식민지 혹은 학문적 후진국에서는 학문체계를 선진국으로부터 차용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그렇다.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많은 똑똑한 학생들은 학문적 선진국(미국, 영국 등)으로 유학을 떠나 학위를 받아온다. 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대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교수 직위를 얻은 후 독창적..

일상 이야기 2016.10.07

평범하고 단조롭고 낙천적인

토요일 밤이다. 아내는 먼저 잠들었다. 나는 케이블TV의 음악채널에서 나오는 재즈를 듣다가, 문득 무엇이라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와 함께 여성병원에 다녀왔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우리 아이는 순탄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병원진료가 끝난 후 아내와 나는 달성도서관에 가서 2주 전에 아내가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아내가 보고 싶어 하는 책을 새로 빌렸다. 우리는 책을 빌린 다음 도서관 열람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는데, 아내는 새로 빌린 책을 읽었고 나는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분석철학에 관한 책인 [분석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점심때가 되자 우리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음식점에 가서 파스타, 피자, 목살볶음밥을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올해 추석..

일상 이야기 2016.09.24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기

인문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장들 속의 화자가 되어야 한다. 논문을 작성해야 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며, 인문학 분야의 학위논문은 문장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학사학위 논문의 문장들에 비해 석사학위 논문의 문장들이 더 많고 묵직하며, 석사학위 논문의 문장들보다 박사학위 논문의 문장들이 더 많고 무게가 있다. 문장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화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장들을 많이 써야 한다. 생각하는 주체 혹은 대화하는 주체가 아니라 문장들의 주체가 되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현재 한국의 대학 체제 안에서 인문학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문장들 속에서의 주체 혹은 화자가 되어야 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제도적 현실이다. 나는 학사학위를 2005년 2월에, 석사학..

일상 이야기 201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