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3학년 무렵이던 1997년 말에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덮쳤고, 의류도매상인이셨던 아버지의 주 거래 회사도 1998년 즈음에 부도가 났다. 이후 아버지의 사업은 계속 적자가 나기 시작했고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아버지의 사업이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 때부터 나는 어떻게든 세상에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몇 달 전에 나는 가족 앞에서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철학과로 진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청년이었던 나에게는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오자 나는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에는 법학과로 지원했다. 법을 공부하면 어떻게든 우리 사회에서 먹고 살 길을 찾을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