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지인들과의 만남

강형구 2016. 6. 4. 07:30

 

   어제(63) 서울 행정자치부에 출장을 갈 일이 생겨서, 그 전날(62) 퇴근한 후 서울로 올라갔다. 62일에는 알고 지내는 선생님 댁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어제 아침에는 대학원 주임교수님에게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교수님께서는 가급적 빨리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하고 학위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를 해 주셨다. 맞는 말이었다. 교수님을 뵙고 난 뒤에는 광화문으로 가서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고 행정자치부 회의에 참석한 후, 이화여자대학교에 교수로 재직 중이신 선배님을 만나 안부를 물었다.

  

   선배님과 헤어진 후, 저녁 7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동대구로 내려오는 KTX에 몸을 실으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루 동안 아침에는 주임교수님, 점심에는 친구, 오후에는 회의에 참석한 후 선배님을 만났으니 제법 바쁜 일정이었다.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좀 더 분명해졌다. 20161학기를 기점으로 박사과정 수료를 하게 되고, 수료 이후 5년 안에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해서 심사를 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문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박사학위 논문 작성을 위한 기초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나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박사과정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해나가야 하는 일들이다.

  

   비록 공부의 과정이 험난하긴 하지만 공부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며 어느 정도는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직장의 일은 다르다. 직장일은 내가 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지극히 적다. 일은 조직이 원하는 방식대로 조직이 원하는 만큼 해야 한다. 그래서 더 안정적이고 나라는 개인과 덜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비록 나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공부보다 나의 사회적 생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일이 공부보다 더 냉정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며 그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나로서는 공부를 하면 즐겁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여유 시간이 나면 항상 공부를 하게 된다. 나는 틈날 때마다 과학철학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런 나를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직장에서 조직 내부 정치에는 잘 관여하지 않고 그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다. 요즘 학계에서는 영어로 된 논문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영어 논문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여유로울 때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내가 무엇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가. 그러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간단하게 결정된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어떤 책을 번역할 것인가. 어떤 논문을 요약 정리할 것인가.

  

   오늘부터 3일 동안의 연휴가 시작된다. 이 연휴 동안 나는 [상대성이론의 공리화]를 번역할 작정이다. 한 문장씩 번역하다 보면 꽤 많은 분량을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일들은 부수적이다. 결혼식 때문에 구미에 가야하고, 부모님을 뵈러 부산에 가게 될 수도 있다. 구미에는 반드시 가야하지만, 부산에 가는 것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공리화]를 번역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이 일은 한스 라이헨바흐라는 과학철학자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주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가면 끝을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학부 시절부터 제본해서 가지고 다니던 이 책을 드디어 올해 번역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역사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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