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재야 학자로서 사는 것 01

강형구 2016. 6. 5. 20:57

 

   세상이 어수선하다. 대한민국은 부유한 나라이지만 이 나라에서 살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가장 쉬운 예로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작은 가게에서든 큰 가게에서든 하나의 물건을 집으면 그 물건이 순수하게 우리나라의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 미국, 중국,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온 재료로 만든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나라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재료들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수입한 재료들을 갖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공장에서 제품들을 만든다. 완제품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오는 경우도 많고, 소비자들이 외국으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산업 생산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예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의 빚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정부 부채, 가계 부채가 천문학적인 숫자를 가리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가계들이 빚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빚을 내어 집과 차를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가지를 산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져가고 있고, 국민 서로에 대한 경쟁과 증오는 깊어져만 간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조차 임대 주택에서 사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부자와 빈자, 기성세대와 신세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의 갈등이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다. 열심히 성실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일조차도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정거림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땅을 지옥 같은 나라라고 욕하면서 우리는 동시에 우리들 자신에게 그만큼의 욕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165월 기준 5천만 명이 넘는다.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고 나라의 명맥은 유지될 것이다. 우리는 지옥 같은 일본 식민지 시대를 이겨냈고 한국전쟁도 겪어냈다. 어떻게든 버티어낼 것은 분명하지만, 그 버팀의 길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우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모두는 이토록 험난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든 시대다. 과연 우리는 장차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사람들로 기록될 것인가. 나는 아무리 힘겹고 어려운 시기라도 희망을 믿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마음속에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서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지 못하면 삶은 너무나 힘겹고 고통스럽게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이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나는 대학 졸업 후 대한민국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며 나라에서 주는 봉급을 모았고, 전역할 때쯤에는 그 돈이 4천만 원 정도 되었다. 대학원에서는 돈을 거의 모으지 못했다. 과외수업을 하며 근근이 모았던 돈은 취직 준비할 때 모두 사용했다. 취직한 이후에는 매월 2백만 원씩 저축했으니, 4년 동안 일하면서 1억 가까이 모은 셈이다. 지금까지 내가 모은 돈은 대부분 살 집을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이 14천만 원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고, 대부분 적금을 붓거나 아주 안정적인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서 돈을 모았다. 나는 아주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방식으로 돈을 모았고, 지금도 그렇게 돈을 모으고 있다. 나는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빚은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이를 나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시절에는 국립대학교의 인문대학에서 공부를 해서 학비가 많이 들지 않았고, 대학 시절 이후에는 어떻게든 내 힘으로 돈을 벌어서 생활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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