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361

2016년 추석 연휴

직장의 휴가가 11일 정도 남아서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화요일에 휴가를 1일 사용했다. 그날 아내는 휴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에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달성도서관에서 직장에서 빌린 책을 읽었다. 직장에서 빌린 책은 영어단어집인 [해커스 텝스 단어집]과 물리학 교양서적인 [신의 입자를 찾아서]였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더 이상 영어시험을 칠 필요가 없지만, 나는 종종 영어로 된 책을 읽기 때문에 가끔씩은 영어단어집을 읽어 어휘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1년에 1~2회 정도 대학 수준의 영어단어집을 읽는다. 단어집을 읽는다고 해서 단어집에 실린 모든 단어들을 외울 수는 없지만, 잘 기억되지 않는 단어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는 있다. 14일 수요일에는 아침에 일어..

일상 이야기 2016.09.16

긴 여행의 주인공

나는 어린 시절부터 독립심과 고집이 강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검소하고 소박한 옷차림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무리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홀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부모님의 보호를 받고 자랐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 고향을 떠나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독립은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군복무를 하며 돈을 벌었고, 대학원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쳤다. 이후 나는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나는 대구 중심가의 좋은 아파트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이 아늑하게 쉴 수 있는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올해 나는 한국 나이로 35세가 되었다. 30세까지 공부와 군복무 등을 했고 31..

일상 이야기 2016.09.13

과학철학도를 위한 지침

나는 과학철학이란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과학철학 공부 지침을 알려주고자 한다. 그 전에 간단하게 알려둘 것은, 나는 과학철학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나보다 과학철학을 잘 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저 나는 과학철학을 좋아하는 한 명의 과학철학 애호가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철학이라는 학문을 추구함으로써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길을 걷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대학에서 과학철학을 가르칠 수 있으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박사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과학철학과 관련된 과목을 개설하는 대학들이 국내에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박사과정 수료 이후에도 대학에서 강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일상 이야기 2016.09.11

생각하는 남자 02

앞선 글에서 필자는 태현을 자의식이 강한 남자, 혹은 인식론적 흥미를 느끼는 남자라고 했다. 상인인 민수는 태현의 아버지이고, 선영은 태현의 어머니이자 민수의 아내라 했다. 태현에게는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성현이었다. 정민수, 정성현, 정태현. 선영의 성은 김이다. 그래서 태현의 가족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정민수, 김선영, 정성현, 정태현. 민수의 혈액형은 A형이고, 선영의 혈액형은 B형이다. 성현의 혈액형은 A형이고, 태현의 혈액형은 AB형이다. 태현은 1980년에 태어났다. 성현은 태현보다 2살 일찍 태어났으니, 1978년에 태어난 셈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민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취직을 해야 했다. 덩치가 크지 않고 호리호리한 편인 민수..

일상 이야기 2016.08.30

생각하는 남자 01

태현은 자의식이 강한 남자였다. 자의식이 강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태현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경이롭게 여겼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어느 휴일 아침이었다. 태현은 아버지를 따라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산에 올랐다. 시절은 봄이었고, 산 중턱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넓게 뻗은 가지들과 초록빛 잎사귀들을 뽐내며 울창하게 서 있었다. 맑은 날씨에 하늘은 푸르렀고, 태현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을 쳐다보았다. 찬란한 빛이 태양으로부터 태현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조그만 먼지 입자들이 빛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였고, 태현은 빛 속에서 움직이는 입자들을 물끄러미..

일상 이야기 2016.08.29

짧은 여름 나들이

어제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여성병원에 갔다. 아내가 정밀초음파 및 임신당뇨 검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내도 공가를 내고 직장을 하루 쉴 수 있었고, 아내의 진료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아내가 초음파검사를 받는 동안 나는 여성병원 옆 건물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미용실에서 볼일을 보고 다시 여성병원으로 돌아가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는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해운대에 있는 숙소는 목요일 저녁에 예약을 해 두었다. 우리는 해운대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동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나마스떼’라는 인도음식집에서 커리를 먹었는데, 맛이 제법 괜찮았다. 우리는 식사 후에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책을 좀 구경하..

일상 이야기 2016.08.27

살아있기, 지켜내기

요즘 들어 부쩍 아내는 내 머리의 정수리 부분을 쳐다보면서 자주 걱정을 한다. 머리가 많이 빠져 휑하다는 것이다. 올해 겨울에 태어날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내 머리 중앙이 반들반들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모발을 관리하고 싶지는 않다. 지구 위에서 살아온 지 35년 정도 되었으니, 점점 털도 빠지고 기력도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죽지 않고 잘 살아왔다. 앞으로도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제부터 여름휴가지만,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나는 아침에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동네 도서관에 와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

일상 이야기 2016.08.25

생활 보고서

근래에 들어 오래도록 폭염이 유지되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2주 넘게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여름에 가장 더운 도시들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시민으로서 여름을 지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내는 여름을 잘 견디고 있다. 오늘 오전에 월배역 근처에 있는 여성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니, 아내 뱃속에 있는 우리 아이도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과학철학과 과학사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에서 한국금융연수원의 강의인 [여신법률(채권계약) 기초] 과목을 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책 3권 분량의 강의이고, 내용도 법률과 관련이 있어서 쉽지가 않다. 나는 예전에 직장에서 [기업회계기초]와 [금융경제기초] 과목을 수강한 바 있는데, 그 때는..

일상 이야기 2016.08.13

규칙적이고 검소한 삶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 컴퓨터는 회사에서 매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복지 포인트로 작년에 구입한 것이다. 이 노트북은 보급형이라 판매 당시에 가격이 매우 저렴했고, 당시 내게는 좋은 노트북을 사고 싶다는 욕심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는 부지런하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부지런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어주는 숙제는 꼭 했다. 그렇지만 성적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도 나는 매달 8만 8천원을 내고 학원에 다닌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그저 공부가 나의 할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학부시절과 대학원시절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칸트와 같이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일상 이야기 2016.08.06

평범하고 진지한 아저씨

사람마다 삶의 목표를 갖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삶의 목표는 평범하고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서 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평범함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내게 평범함이란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세상에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혹은 유전적으로 얻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내가 지성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의지대로 얻어졌을 가능성은 아주 적다. 그렇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우쭐댈 필요가 없고, 능력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인간 종 내에서 비범한 능력을 갖춘 개체들이 주기적이고 규칙적으로 출현하는 ..

일상 이야기 201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