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407

'웨스트 월드' : 인공지능,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

우리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오랜 기간 동안 학습한다. 이 학습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치들이 사용된다. 우유병을 쥐고 우유를 빨거나, 블록으로 된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뽀로로 프로그램을 보거나, 엄마 혹은 세이펜이 들려주는 동화책 이야기들을 들으며 아이는 자신이 비인간이 아닌 인간임을 조금씩 학습한다. 다채로운 색깔과 디자인을 가진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서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아이는 인간이라는 개념에 점점 더 친숙해진다. 어느 시점이 되면 아주 친숙하고 당연하고 명백한 ‘인간’이 마치 공기처럼 아이의 온몸을 감싼다. 교과서, 각종 책과 미디어 속에서 흘러나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 명백한 존재인 ‘인간’에 대한 불완전한 묘사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일상 이야기 2019.07.15

국립대구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

2019년 7월 24일은 내가 국립대구과학관에 입사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국립대구과학관의 연구원이자 학예사다. 입사 이후 총 5개의 전시를 기획 및 운영했고, 저울 38점, 농기구 78점, 물리계측기기 292점 등 총 408점의 과학기술자료를 수증했다. 나는 국립대구과학관이 보유하고 있는 3개의 수장고 중 2개의 수장고에 이동식서가(모빌랙)를 설치하여 수장고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인과 산업인으로 경북대학교 수학과 기우항 명예교수, 자동차부품제조업체 경창산업 손기창 명예회장을 선정하여 이분들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했다. 현재 나는 가을 특별기획전 2개(계측영상장비 특별전, 화석 특별전)를 준비하고 있으며, 국립대구과학관의 과학기술자료 관리..

일상 이야기 2019.07.09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며

나는 요즘 인식론, 언어철학, 과학철학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인식론에 관한 논문들은 전체적으로 공부를 마쳤고 지금은 언어철학 논문들을 공부하고 있다. 5월까지 언어철학 공부를 마친 후 6~7월에 과학철학 관련 논문들을 공부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8월 초에 예정되어 있는 시험에 응시할 예정이지만 합격 여부는 불확실하다. 공부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8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는 내년 초에 예정된 시험에 다시 응시할 예정이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내년에는 과학철학만을 다루는 다른 논문자격시험을 준비하여 응시할 계획이다. 나에게 박사학위란 지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적인 계기다. 나는 학사, 석사, 박사학위 공부를 계속하여 꾸준히 연구 실적을 쌓아..

일상 이야기 2019.05.19

과학에 대해 말하는 사람

논문자격시험 준비를 계기로 알프레드 에이어가 쓴 [언어, 논리, 진리]를 읽고 있다. 20세기 논리경험주의의 철학적 견해를 잘 드러내고 있는 고전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커다란 즐거움을 느낀다. 논리경험주의에 따르면 철학적 활동이란 기본적으로 분석 또는 명료화 하는 작업이다. 철학적 탐구만이 다룰 수 있는 별도의 영역, 예를 들어 형이상학적 실재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와 같은 논리경험주의의 철학적 입장에 상당부분 동의한다. 나의 이러한 동의는 대부분 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나는 과학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당시 과학고등학교의 교육 방식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수학과 과학 이론을 배우고 문제를 푸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했고, 수학과 과학 이론을 좀 더 풍..

일상 이야기 2019.04.30

욕심내지 않고 무심한 듯 해 나가는 것

나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퍽 무관심한 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정치에 대해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나는 정치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들 및 이들에 대한 나 나름대로의 판단을 갖고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무엇인가 할 말이 생긴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정보와 판단이 내게 갖는 가치를 잘 느끼지 못하기에, 정치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나를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나는 꼬박꼬박 선거에 참여하며 나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한다. 또한 누군가가 나의 정치적 견해를 물으면 나는 나의 입장을 정직하게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정치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들에 집중하고자 노력한다. 과학관의 직원이기 때문에 나는 매일 과학관에서 내가..

일상 이야기 2019.04.28

햇살 속에서 뛰노는 딸을 바라보며

태어난 지 28개월이 된 나의 딸은 이제 말을 곧잘 한다. 아이는 혼자 있을 때 가끔씩 스스로 문장을 지어서 말하며 논다. 아이는 말의 신비를 깨달은 것 같다. 아이는 아빠인 나에게 자신이 어떤 말을 하면 나의 특정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나에게 원하는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아빠는 이쪽으로 들어오지 마.” 내가 아이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아이는 같은 문장을 거듭 말하다 짜증을 내며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는 어떤 문장을 말하고 난 뒤 곧바로 그 문장의 부정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아이는 엄마나 아빠가 “지윤아, 밥 먹으러 이리 와.”라고 하면, “지윤이는 밥 먹으러 안 갈 건데.”하면서 엄마와 아빠의 문장을 부정하며 우리의 의지를 따르지 않..

일상 이야기 2019.03.24

만남, 이야기, 내가 할 일

어제인 2019년 3월 15일에는 나에게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우선, 새벽 일찍 서울을 향해 출발하여 대학교에서 지도교수님을 만나 앞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나는 솔직하게 나의 박사학위 논문이 뛰어난 학문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그저 평균적인 수준의 논문을 쓰는 것이 나의 목표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지극히 평범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나는 운 좋게도 나의 능력에 비해 과분한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다.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을 바라보며 조금씩..

일상 이야기 2019.03.16

유사한 유형의 사고

천동설을 지동설이 대체하고자 할 무렵, 다음과 같은 유형의 사고가 등장했다. “자연스러운 운동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운동하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원운동인 지구의 자전은 자연스러운 운동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사고는 몇몇 학자들이 지구의 자전을 주장하기 위해 제시한 논증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고가 좀 더 세련되게 발전하면 갈릴레오의 상대성 원리가 된다. “서로 상대적으로 등속 직선 운동하고 있는 기준계는 자연 법칙을 기술함에 있어 서로 동등하다.” 물론 자전은 회전 운동이므로 등속 직선 운동이 아니다. 그러나 사고의 발전 과정에서는 지구의 자전을 “자연스러운 운동”으로 받아들이는 단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무렵이 되..

일상 이야기 2019.03.14

몽상가적 기질에 대하여

나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예전보다 더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머리숱이 많이 없어져서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숱을 풍성하게 해주는 샴푸를 사용한다. 가끔씩 등산을 하면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더 조심한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올 때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해도 예전만큼의 지구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며 몸에 무리가 온다 싶으면 살살하거나 그만한다. 직장을 얻고 가정을 이룬 평범한 한 명의 남자로서 살아가다보니,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과 사람들 속에 있는 나라는 사람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나도 이제 좀 철이 들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학생시절에도 가끔씩 다른 사람들로부터..

일상 이야기 2019.02.24

2018년 제19회 박물관및미술관 준학예사 자격시험 후기

2017년인 작년에 나는 준학예사 자격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시험을 치를 생각은 갖고 있었으나, 딸 지윤이의 돌잔치와 시험 날짜가 겹쳐서 부득이하게 시험 응시를 포기해야 했다. 올해 나는 한국사, 과학사를 선택과목으로 삼아 준학예사 시험을 치렀다. 애초에는 자연사, 과학사를 선택과목으로 하려 했으나, 자연사보나는 한국사가 과학사와 더 연관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선택과목을 바꿨다. 11월 23일 금요일에는 직장에서 휴가를 하루 썼다. KTX를 타고 가는 것보다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비용 상 저렴하여, 11월 23일 오전 8시 55분에 현풍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했다. 숙소 근처의 한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후 시험공부를 했다. 숙소에 체크인 한 후에는 숙..

일상 이야기 2018.11.25